‘파리한글학교 교사매입 추진협회(한매협)는 한인회관을 발전시킨 ‘한국의 전당’ 건립을 목표로 지난 수 십년 간 모금활동을 전개해 왔다. 단, 교실이 없어 전전하는 한글학교의 시급성 때문에 수 년 전부터는 한글학교 교사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으로 전환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글학교는 수요일만 운영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간 가용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한매협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온 것은 한인회관과 한글학교, 다양한 문화 예술 공간으로서 온 교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전당’이다.
하지만 ‘한국의 전당’ 프로젝트는 일개 한인 단체가 주도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중추적인 기관은 역시 한인사회의 대표 기구인 ‘프랑스 한인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한매협은 “한인회를 중심으로 한국의 전당 건립위원회를 구성해 한인사회의 각 단체들을 아우르는 범교민 운동을 추진해 달라.”며 2011년 3월, 프랑스 한인회(당시 최병원 회장) 측에 모든 모금액과 자산을 일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인회는 당시의 여건에서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능력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때문에 한매협은 다시 총대를 매고 한글학교 모금활동을 계속해 올 수 밖에 없었다.
▶ 파리한글학교 건립 모금 동기와 활동 과정은?
1974년에 설립된 ‘파리한글학교’는 교사임대 문제로 늘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사정을 안타깝게 여기던 교민 몇 분이 1989년 12월부터 한글학교 교사를 마련하기 위한 모금을 시작하면서 부터, 1990년에 자선음악회도 열려 모금활동이 잘 진행되어 총 18만 프랑이 넘는 기금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당시 ‘파리 한글학교 육성회’에서 이 기금을 방만하게 운영해 모든 기금은 날아가고 모금 활동은 1년 만에 중단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1968년에 구성된 ‘프랑스한인회(당시는 재불한인회)’역시 사무실이 없었기 때문에, 교민 33명이 1991년 중반부터 한인회관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계속해 1994년에 10여평 되는 현재의 재불한인회관 공간을 매입하게 되었다.
이후 한인회관 확장을 위한 모금을 계속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보다는 중단되었던 한글학교 건립모금을 다시 하자고 결의하여, 모금액의 안전한 보장을 위해 협회등록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1999년 9월 ‘파리한글학교 교사매입추진 협회(한매협)를 경시청에 공식 등록하고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모금활동을 계속해 왔다.
중단됐던 한글학교 교사매입을 위한 모금을 다시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철종 회장은 “20여년 동안 한글학교를 운영해준 한인성당의 고귀한 뜻과 한글학교 건립을 위해 헌신적으로 모금활동에 참여해준 백건우, 강동석 두 음악가와 미술작품을 기증해준 작가 44인의 뜻을 받들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 현재까지 모금된 자산내역은
한매협은 지난 해 10월, 지금까지 모금된 기금 373,400 유로 전액으로 크레믈린 비세트르에 교사를 구입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동안 한매협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이 힘든 일을 지속해왔다. 한인회관을 구입했던 이철종 회장의 뚝심이 아니면 불가능 한 일이었다.
그동안 그 많은 돈을 왜 은행에 잠재우고 있느냐? 하는 의견에서부터 심지어는 임원들이 돈을 유용해 이자놀이를 한다는 루머까지 돌기도 했다.
지금까지 갖은 루머 속에서도 은행에만 예치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이미 기금을 부당하게 관리해 순식간에 사라지고 교민사회에 불신감을 준 불행했던 과거의 경험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자산을 지킬 수 있었고 장기간의 모금활동을 계속해 올 수 있는 방편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 한인사회에서 함께 지혜 모아야
새로 매입한 ‘한글의 집’ 모델링 공사에는 총 2만유로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매달 관리비로 1500유로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지금부터의 과제로 남아 있다. 별도의 국가 지원이 없는 이상, 결국 한인사회에서 모금 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부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한글학교는 비영리 단체이기에 수익사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글학교 교실이 18개가 필요한 시점에서 현재의 공간으로는 한글학교 자체 운영이 불가능하다. 공간 활용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철종 회장의 뚝심 하나로 여기까지 밀고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회장은 83세의 고령에다 노환도 있어 더 이상 이 일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매협이 이제는 그동안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을 탈피, 허심탄회하게 교민사회에 이 문제를 내어 놓고 함께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이상무 한인회장의 지적대로, 한글학교 교사 매입을 위한 기금은 교민사회 다수의 참여와 모금으로 마련된 공적 자금인 만큼, 교사 구입 전에 교민사회에 전체적인 공론화를 시키고, 다수의 교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거친 후 매입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향후의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라도 다수의 교민들을 무시한 채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된다. 좀 더 투명하고 명확하게 교민사회에 공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2세들의 모국어 교육을 위한 파리한글학교의 기본적인 방향에 대한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한글학교는 교민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모금과정에서 여러차례 불협화음과 교민사회와의 소통 부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피되거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교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한매협 측은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
▶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의 전당
현재 재불작가들의 기증 그림, 한인회관 등의 자산을 합치면 60여만 유로 정도의 자산에 이른다. 이것은 한 개인이나 단체의 것이 아닌, 교민사회 발전을 위해 성심껏 모금에 협조한 교민들의 고귀한 뜻이 담긴 소중한 재산이다.
새로 매입한 건물은 한인사회 공동의 자산인 만큼 잘 존속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한인사회가 함께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일부의 사람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폐쇄적으로 운용되는 것은 한인사회에서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이 자산을 바탕으로 향후 실제 수용 가능한 한글학교 교사를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고, 모든 교민이 다양한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한국의 전당 건립’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어야 한다.
1994년 한인회관을 매입할 때 교민, 기업체, 단체 모두가 성심껏 모금한 기금의 총액에 비례하여 정부에서 지원금을 책정하였던 것을 보면, 정부시책은 교민들의 노력한 결과를 감안하여 지원될 것이다.
재불한인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 ‘파리 한국의 전당’이 조속히 건립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위클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