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벨기에의 브뤼헤
프랑스명은 브뤼주(Bruges)로, 파리에서 세 시간 걸리는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 브뤼헤는 사랑 할 수밖에 없는 도시이다. 사랑해서 더 알고 싶은 도시, 세월의 결이 곱게 앉은 플랑드르 스타일 집의 다락방에 잠시 세 들어 살고 싶어진다.
아침에 일어나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도시의 운하를 따라 걷다가, 커피 향 좋은 곳에 들어가 모닝커피를 마시며 쉬고, 다시 나와 매일 같은 장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사진들을 찍으면 좋은 곳, 오후의 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를 여행자의 물결을 따라 걸어 다니며 6개월 머물다 사진을 찍고 밤에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브뤼헤이다.
모든 것이 14세기에 머무는 듯 보여도 흘러가고 있는 브뤼헤 만의 들숨과 날숨의 숨고르기를 따라 흐르고 있는, 평화로움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머무는 곳, 전생과 이승을 동시에 살고 있는 듯한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세계, 느긋하게, 느릿느릿 걷기 좋은 곳, 브뤼헤, ‘북쪽의 베니스’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역사 유적지를 둘러볼까!
브뤼헤는 1180년까지 플랑드르의 수도였다. 13~14세기에 모직물로 성장한 상업도시, 고풍스러운 성당건축, 종탑, 시청사 등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이 들어섰다. 15세기에 부르고뉴 공령과 플랑드르 백령 합세하여 부르고뉴 공의 궁정이 자리를 잡으며 얀 반 아이크, 헤라르트 다비드, 등의 화가들을 지원해주어 화가들의 활동무대가 되어 예술의 도시로 자리를 잡았으나 16세기에 안트베르펜에게 넘어갔다.
무역도시로 황금기를 누린 브뤼헤는 아름다운 역사적 중세 건축물이 많아 브뤼헤 도시 전체가 ‘브뤼헤 역사지구’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마르크트 광장은 브뤼헤 중심을 이루는 광장으로 13세기에 지어진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광장은 교통이 통제된 대신 말들이 마차를 끌고 다니는 역으로 사용되어 중세 도시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정면에는 궁으로 사용되던 고딕양식의 건물이 있고, 중앙에는 14세기 초의 벨기에 영웅인 얀 브레이델과 피터 데 코닌크의 조각상이 서 있다.
광장 남쪽에는 종루, 벨포트가 서 있는데 84m의 높이로 366개의 계단을 따라 오르면 꼭대기에 도심을 타원형으로 감싸 흐르는 수로와 50여 개의 다리로 감싸인 도시가, 멀리 초록의 숲까지 이어져 환상적인 풍광으로 펼쳐져 있다. 종루에는 엄청난 크기의 종과 46개의 작은 종이 있는데. 이 종들이 매시간 아름다운 하모니의 음악 연주를 한다. 매주 3번씩 종소리를 이용한 카릴리온(carillion) 콘서트도 열린다.
종루 맞은편에는 길드하우스 건물이 줄서있는데 다양한 색깔과 창문으로 플랑드르만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북쪽에 자리한 지방법원은 1878년 화재로 소실된 건물이었던 것을 네오고딕 양식으로 다시 재건한 것이다.
마르크트 광장 옆에 자리한 부르크 광장에는 바실리크 성혈 예배당이 있다. 12세기에 지어진 성당으로 1150년 제2차 십자군전쟁에 참가한 플랑드르 백작 브랜들리가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예수의 성혈을 모셔 ‘성스러운 피의 교회’로 불리기도 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5월 승천제 행렬이 이곳에서 출발하고, 플랑드르 지방의 중세 풍속을 재현하는 다양한 축제가 열려 이 때 세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 밖에도 미켈란젤로의 ‘성모와 아기예수’가 있는 성모마리아 교회와 미술관들이 유명하고, 걷다보면 만나는 모든 것이 예술이다. 플랑드르 스타일의 주황색 벽들의 건물들이 하나하나 개성이 가득한 독특함으로 배경처럼 깔려 더 돋보이게 한다.
걷다가 힘들면 배를 타자.
에라스무스(Erasmus)는 브뤼헤를 ‘새로운 아테네(the new Athens)’라 했을 만큼 브뤼헤는 문화. 예술의 도시의 기억들을 잘 간직하고 있다. 걷다가 만나는 보석들을 운하를 따라 흘러가는 배에서 보는 것도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30분 동안 배를 타는 가격은 1인당 7.60 유로이고, 아이는 3.40 유로로 저렴하다.
걸어 다니다 보는 풍경과 다르다. 다리와 건물들 사이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휴식하는 사람들, 다리 난간에 앉아 사랑가득 담은 표정으로 지긋이 바라보는 연인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소소한 풍경을 만들고, 눈이 가는 곳마다 꽃이 방긋방긋 환하게 웃고 있다. 브뤼헤의 모든 것이 다정다감하다.
배에서 내려서는 세계적으로 벨기에의 맥주가 유명하듯, 브뤼헤도 맥주 제조로 유명해 햇살 좋은 테라스에 앉아서 한 잔의 맥주로 브뤼헤에서의 하루를 마감하기 좋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