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일기] 생면부지의 군인 세탁비 지불한 '미세스 죤슨'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살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의 흐름이 바뀔 때를 경험한다. 더구나 이민생활 속에서 그 흐름이 완만하게 흐르는 시냇물 같은 것이 아니라 거대한 폭포수같은 크기로 다가온다면 과연 무엇이 우리를 버티게 해 줄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버팀목은 아마도 가족, 종교 혹은 과거에 대한 어떤 기억의 힘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최근 이러한 힘을 하나 내 마음에 쌓게 됐다.

 

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너무 무더워서 몸도 마음도 자주 지쳤다. 이런 차에 세탁소 고객으로 온 미세스 죤슨은 나에게 삶의 힘을 보태주었다. 나이가 50대 정도인 미세스 죤슨은 맡겨놓은 슈츠를 찾으러 왔다. 그 때 세탁소 한쪽에는 세탁을 맡아놓은 사지군복(육군 예복)이 한 벌 있었다. 이 옷의 상의 소매 위에는 갈매기 계급장 두 개가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수 놓아져 있었다.

 

그런데 미세스 죤슨은 자신의 세탁비를 계산하다 말고 그 군복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 옷이 올터레이션(옷수선)감인지 드라이클리닝감인지를 진지하게 물었다. 아내는 클리닝을 할 것이라 알려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군복 클리닝 값을 자기가 지불하고 싶다며 세탁요금을 묻는다. 그러고는 세탁비 11불을 자신이 지불했다.

 

우리는 군복 주인이 친척이나 잘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미세스 죤슨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군복을 보니 졸병인데 그는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마음이 그렇게 곱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세탁비야 큰 부담 없는 가격이지만 옷을 보고 생면부지의 사람인 옷의 주인을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을 표한 다는 것이 보통사람으로서는 선뜻 나오기 힘든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 여인의 이름과 전화를 따로 메모지에 적어서 군복의 인보이스와 같이 묶어 두었다. 며칠 후 그 군인이 옷을 찾으러 세탁소에 왔다.

 

아내는 "당신의 세탁요금은 어느 여성이 지불하고 갔으니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그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더니 그가 누구냐 고 물었다. 아내는 그 군인에게 이름과 전화가 적혀있는 메모지를 전해 주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그 군인은 분명 미세스 죤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세탁비를 대신 지불해준 마음에 진정한 감사를 표했을 것이다.

 

세상은 자랑할 만한 일이 생기면 달려가 내 이름을 알리며 칭찬받고 싶어 하는 게 일반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우리의 힘든 삶속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

 

이민생활은 주변의 많은 것이 다르고 생소할 뿐만 아니라 원했던 것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디고 늦는다. 또 삶이 예상보다 힘들고 까다로울 수 있다. 이런 속에서 '언젠가는 내 고향같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오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데, 미세스 죤슨이 준 경험은 이곳에서 자란 우리 자손들이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그녀의 고운 마음은 현재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품은 소망일께다. 따뜻한 세상을 소망하면서 이민생활을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도 죤슨 여인의 고운 마음이 전염되어 소망이 현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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