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해외 부동산 개발 투자를 통제하겠다고 발표, 호주 부동산 개발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스티븐 키오보(Steven Ciobo) 호주 통상장관(사진)은 “호주-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양국간 무역이 이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원’ 첫 규제안 발표 호주 부동산 개발 시장에도 지각변동 예상
카지노-방어기술 해외투자 전면금지, 부동산 개발-호텔은 일부 제한
중국 정부가 해외 부동산 개발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라 호주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금주 월요일(21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중국의 최고 정책결정기관인 국무원(State Council or Cabinet)은 지난주 금요일(18일)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첫 규제안을 발표했다.
새로 제정된 규율에 따라 카지노 및 방어기술 부분의 해외투자는 전면 금지되며, 해외 부동산 개발 및 호텔에 대한 투자는 일부 ‘제한’된다. 국무원은 해외투자 규율을 어긴 기업들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런던 기반의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인 ‘나이트 프랑크’(Knight Frank)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기업들은 호주 전체 주거용 부동산의 38%를 구매했다.
그러나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ssion, NDRC)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거대 사기업들이 ‘비이성적’(irrational)으로 해외 부동산 사재기 움직임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당 부동산(property) 부문은 ‘실질적으로 국내 자본유출로 중국 경제에 해를 가할 만한 해외 부동산(real estate) 투자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나이트 프랑크’의 올해 1월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내 중국 기업들이 지난해 구매한 부동산 개발 지역의 평균 면적은 2만1,045 평방미터에 달해 4년 전보다 18배 늘었다.
중국 정부는 주요 4대 대규모 해외투자 기업들(HNA, Dalian Wanda, Fosun International, Anbang)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18일) 공표된 해외투자에 관한 규율은 중국 정책상 최초로 이들 4개 기업 이외 기업들의 해외 부동산 개발 및 호텔 구매까지 확대된 단속이다. 영화산업,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투자는 ‘제한’된 분야로 분류됐다.
‘달리안 완다 그룹 컴퍼니’(Dalian Wanda Group Co.)의 왕 지안린(Wang Jianlin) 회장(사진)은 1년 전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을 앞두고 테마파크 '완다시티'를 설립, 월트디즈니에 정식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중국 주요 기업들의 호주 투자는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중국의 억만장자 왕 지안린(Wang Jianlin)이 소유한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 중 하나인 ‘달리안 완다 그룹 컴퍼니’(Dalian Wanda Group Co.)는 2주 전 기업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시드니 서큘러키(Circular Quay)와 골드코스트(Gold Coast)의 아파트 건설 및 호이츠(Hoyts) 체인 영화관을 건설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중국의 항공운수 및 공항운영 업체인 ‘하이항(海航)그룹’(HNA)은 호주 항공사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Virgin Australia)의 지분 13%를 매입했고, 빅토리아(Victoria) 주 소재의 한 컨벤션 센터도 소유하고 있다. HNA 그룹은 세계 각국의 공항 및 항공사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계열사 하이난 항공(Hainan Airlines)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중국계 회사들의 활발한 투자가 호주 부동산 및 호텔 시장 전반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세계적인 보안업계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CCTV 기업 다화(Dahua)는 지난해 멜번(3억4,700만 달러)과 시드니(4억 달러) 외곽지역에 다수의 토지를 매입, 대규모 종합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화 그룹은 2015년 시드니 피시 마켓(Sydney Fish Markets) 재개발 사업과 관련, NSW 주 정부에 수십억 달러의 자발적 입찰(unsolicited bid)을 제안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그린랜드(Greenland) 그룹과 컨트리 가든(Country Garden)도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둔 기업들로, 호주 주요 부동산 프로젝트의 중요한 투자자들이다. 이런 가운데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중국 정부의 새 규정이 이들의 해외투자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그런 한편 중국 국무원은 자국 기업들에게 해외투자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The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사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하는 말로, 2013년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처음 제시한 글로벌 경제개발 프로젝트이다. 중국이 전 세계 기업들에게 이 다국적 사업에 참여할 것을 장려하고 있는 가운데, 호주 정부는 아직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스티븐 키오보(Steven Ciobo) 호주 통상장관은 올해 호주와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일대일로가 아니어도 양국간 무역이 이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규율을 발표한 국무원은 호주에서 중국 기업들이 그동안 전통적으로 투자해온 분야인 석유 및 가스 탐사, 미네랄 및 에너지 부문에 대한 해외투자를 지속할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농업 및 어업 투자는 이미 허용된 상태며, 중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과 함께 기술 및 첨단생산기술 부문에 활발한 공동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영자신문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는 보도를 통해 “중국 정부가 각각의 사업 분야별로 다른 해외투자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해외투자가 장려되는 부문에 대한 지원과 제한되는 부문에 대한 팁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