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리가 원한다고 보내지 않는다
냉엄한 국제정치를 걸음마로 배우는 문재인 정부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한국 언론이 희망사항을 기정사실(旣定事實)처럼 왜곡하고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의 하나로 두개의 미 항모전단이 200여 전투기를 탑재하고 동해상에 전개한다는 기사를 들었다. (주 1)
9월 10일자(현지 시간)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일요일(9/3)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통화하며 대북 무력시위 차원에서 항공모함 전단과 핵 잠수함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딱한 노릇이다. 핵 전략 자산이 무슨 택배나 중국집 짜장면도 아니고 원한다고 바로 배달되는게 아니다.
미국의 전략 자산들은 운용 스케줄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 이를 변경하려면, 막대한 인력과 자금이 소요된다. 미국이 자신의 위용(威容)을 과시하기 위한 무력 자산을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바로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대단히 순진하다. 한국 정부는 지금 어린애 걸음마 배우듯 국제 정치의 냉엄함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우는 것 같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한테 한마디 부탁했다 머쓱해졌는데, “전술 핵무기 재배치”를 외쳐대고, “독자 핵 개발”을 부르짖는 일부 인사들과 이를 선동하는 언론은 이제라도 무엇이 대한민국과 한민족에 유익하고, 무엇이 위험한지를 잘 가늠해서 온 겨레가 한 목소리를 내도록 힘써야 한다.
첫째,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한국에 전쟁이 나는 것을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트럼프는 죽어도 거기서(북한 의미) 죽는다고 했지만 북한의 보복 수단인 장사정포 소나기와 핵 공격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면 우리도 쑥대밭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 지역을 타격하려는 경우에 한국과 사전 합의 내지, 적어도 사전 통고는 있어야 하지만 어떤 형태(사전 타격, 예방 타격 등)의 타격이 있더라도 북한은 핵 반격으로 대응할 것이다. 혹자는 미국이 재래식 무기로 타격하는 경우, 핵으로 반격할 수 없다는 소위 동 수위 반격론(Counterattack in Equivalent Means)의 고전 이론을 내세우지만, 재래식 무기로 대응하다간 북한 전역이 약 2주면 날라가는데, 힘들여 만든 핵과 미사일을 지하 벙커에 모셔 놓고 있을 이유가 없다. 북한에게 핵은 미국의 일방적 침입에 대한 억제력(抑制力)이다. “너희(미국)가 치면 우리(북한)도 한 방 너희 본토(Continental USA)에 먹일 수 있으니 함부로 까불지 말라”는 뜻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6차 핵실험 때 밝혔듯 “ICBM 장착용 수소 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가령 이를 미동부 워싱턴과 뉴욕 상공의 고공에서 폭발시키면 EMP 탄이 되어 미 동북부의 전기, 전화, 인터넷이 일거에 마비된다.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미국의 경제, 행정, 통신의 마비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도 북한을 함부로 손댈 수 없다. (주 2)
따라서 한국 언론은 전쟁을 막는데 5천만이 모두 동의한다고 기사로, 사설로 뒷받침해야 된다. 한국민들은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에 “핵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광고를 내든지 독자투고(OP-ED) 란에 트럼프의 호전적 언동을 중단하라는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
둘째, 전술핵은 1991년 쏘련의 붕괴에 따라 치워졌다. 그리고나서, 한국은 비핵화를 선언했는데 미국이 전술핵을 다시 보내줄리도 없을 뿐더러, 그것을 갖다놓으면 북한의 핵 포기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최근(9월 7일) 주한 미군 부사령관인 버지슨 공군 중장은 한국과 주변에 미국의 억지력이 충분하므로 전술핵 재도입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셋째, 독자 핵 개발은 한미방위조약을 파기(破棄)해야 가능하다. 용감한 핵개발 주자인 H 모씨는 한미동맹을 폐기해야 된다면 바로 꼬리를 내릴 것이다. 과거 박정희 정권이 핵 독자 개발을 시도하다가, 미국에 들켜서 포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들킨 과정이 어처구니 없다. 미국을 조국으로 모시는 한인 스파이 (가엽게도 무급 자원 봉사 스파이) 때문이었다. (김종필 씨는 중앙일보 칼럼 ‘소이부답’에서 기가 찬 듯 ‘한인 스파이들이 미국 상전에게 고해 바쳤다’고 회고했다.)
북한 타격론은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때 타격지점이 영변 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참혹한 예상 결과(수백만명의 사상자, 1,000 억불의 전비, 30년간 재건에 드는 비용 3,000 억불)이라는 게리 럭 당시 주한 미군 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포기한 낡은 아이디어다. 미국민들조차 정신 나간 친구로 보는 트럼프가 제멋대로 나불대는 것을 한국의 가엾은 꼴통 언론은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되뇌이고 있다. 불행중 다행으로 현실을 잘 아는 국방장관과 안보실장이 트럼프를 제어해서 이제는 좀 잠잠해졌다.
한국내에서 지금 북핵 문제를 가장 냉철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인물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다. 그는 ‘절대로 (트럼프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 간에)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고 단언하며 일말의 위안감을 주고 있다.
해법은 협상 밖에 없다. 그리고 협상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동으로 발표한 북핵 위기 해결 로드맵을 기초로(주 3) 시작하고, 결과는 2005년 9월 19일 발표한 6자회담국 합의 내용(주 4)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속된 표현은 양해 부탁드린다.)
1. 미국의 전략 자산은 짜장면처럼 주문한다고 바로 배달되지 않는다.
2. 미국의 전술핵 또한 엿장사 맘대로 오지 않는다.
3. 독자 핵 개발은 한미동맹을 파기해야 가능하다. 정 원한다면 한미동맹 파기를 먼저 주장하시라.
4. 정세현 전 통일원 장관이 말했듯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하든 절대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
5. 시진핑-푸틴 로드맵을 기초로 협상이 시작되어 9.19 합의와 유사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필자 주
주1 : 졸고 참조 “뉴스왜곡 열올리는 한국언론”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kth&wr_id=52
주2 : EMP Electromagnetic Pulse 의 준말로 첫 수소 폭탄 실험 때 1,000 마일 떨어진 하와이의 전기가 단전되는 사고가 있었다. 알고보니 수폭 실험 때문으로 밝혀져 그 위력이 처음 알려졌다. 이에 대한 기사를 곧 올리겠다.
주3 : 러시아는 지난 5월 한국의 특사(송영길)를 맞아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이미 전달했고, 7월 5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러 시 양국이 합의하여 중러 공동 성명에 채택되었는데 지난번 문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미 마련한 로드맵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문을 하자 할 수 없이 청와대가 내용을 발표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최초로 알게 되었다 (9/6).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북한은 핵 실험과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한미 양국은 대규모 연합 훈련을 중단할 것
2. 관련국들이 동시에 협상에 착수한다. 무력 비사용-불침략 ,평화적 공존, 한반도 비핵화, 등 을 포함해 상호 이해 원칙의 확인을 제안
3. 모든 관련국이 수용 가능한 방식을 채택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 평화와 안보 체제 구축
4. 관련국 간 관계 정상화 실현
5. 그리고 중-러 양국이 THAAD 동북아 배치 반대
(이외에도 빠진 것이 있으니, 한-미-일이 북한과 평화 협정을 맺고, 끝으로, 동북아 다자 안보협정 체결과 주한 미군 철수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발표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4 : 9.19 공동 성명
제 4차 6자회담 결과로 회담 관련국 전원이 합의한 결의안으로 북핵 위기 해결의 완결판 (로드맵) 으로 불리었다.
주요 사항
북한 모든 핵 포기, 미국은 불가침 확인
북한과 미국은 상호주권을 존중하기로 승낙하고 상호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그들의 양자간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북일 양국은 (2002년 9월17일) 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남은 현안들을 해결한다는 기초에서 양국관계 정상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평화 협정 체결과 미국이 북한 핵무기및 상용무기로 조선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대북 송전: 한국이 북한에 매년 200만 Kw 무상 송전
경수로 무상 제공
참고: 북한의 제1차 핵실험으로 협정이 파기되었으나,
2013년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여 9·19 공동성명의 재이행 의사를 천명하였다
*미국이 9.19 협정으로 회귀할 의사를 밝힐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태환의 한국현대사 비화’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