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2002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일군 히딩크 감독을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다시 데려오라는 국민적 목소리가 뜨겁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9회 연속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한국 축구는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봉착(逢着)했다. 본선 32개국 중 최하위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싸늘한 평가가 나올만큼 대표팀은 허약하다. 실력도 없지만 정신력은 더 수준이하다.

 

홈에서 한명이 퇴장당한 이란과 유효슈팅은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 끝에 득점없이 비겼다. 그러고도 ‘잔디가 엉망이라 화가 난다’(손흥민) ‘관중의 함성이 너무 커서 동료들과 소통하기 힘들었다’(주장 김영권)는 어이없는 변명이 나와 국민적 공분을 자초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마지막 경기마저 득점없이 비기고 결국 이란과 시리아의 무승부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본선이 확정된후 신태용감독을 헹가래치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대표선수들이 투혼(鬪魂)은 고사하고 멘탈 자체가 비정상이 아니냐는 팬들의 탄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본선 티켓은 따냈지만 이런 상태로 월드컵에 나갔다간 개망신만 당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 직후 히딩크의 한국 대표팀 부임 가능성이 제기됐다. 히딩크의 한국 지인으로부터 흘러나온 이야기에 축구팬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히딩크 대안론이 순식간에 대세가 되버린 것이다. 관련 기사마다 축구팬들은 히딩크를 불러야 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붙었다.

 

흥미로운 것은 축구협회 등 주류 축구인들의 반응이었다. 아닌 밤중에 왠 히딩크냐는 식이었다. 일부에선 슈틸리케가 경질(更迭)됐을땐 가만히 있다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하니까 공짜로 숟가락 얹으려한다는 힐난도 있었다. 대타로 긴급 중용된 신태용 감독에 대한 동정론도 있었다. 초록은 동색이었을까. 한국의 주류 언론도 히딩크 불가론에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팬들은 반발했다. 축구협회와 주류 축구인들이 히딩크가 오면 대표팀을 좌지우지 할 수 없고 자신들의 밥그릇이 줄어들 것을 겁내기 때문에 거부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축구협회를 거드는 언론에 대해선 “기레기들이 협회 돈 받아먹고 기사쓴다”는 원색적인 욕설도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14일 조중연(71) 전 축구협회장을 비롯, 이회택(71) 전 부회장, 김주성(51) 전 사무총장, 황보관(52) 전 기술위원회 위원장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것이다.

 

조 전 부회장 등 11명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220여차례 걸쳐 모두 1억1677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중연 전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3차례에 걸쳐 국제축구경기에 부인과 동행하며 항공료 등 약 3000만원 상당을 협회 공금으로 부정 처리했다. 그는 협회 법인카드로 지인들과의 골프비용 약 140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전 부회장, 김 전 사무총장, 황 전 위원장 등 10명은 법인카드로 골프장 133회 5200만원, 유흥주점 30회 2300만원, 노래방 11회 167만원을 사용했다. 또 피부미용실 등에서 26차례에 걸쳐 약 1000만원을 계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2년 1월에도 회계담당 직원이 법인카드 7000만원 상당과 축구협회 포인트 2400만원 상당을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대한체육회의 특정 감사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팬들은 분기탱천,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축구협회를 싹 갈아엎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곧이어 더욱 흥미로운 사태가 전개됐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에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열어 “어떠한 형태로든 한국 축구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공언한 것이다. 알고보니 히딩크는 슈틸리게 경질 직후 축구협회에 한국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이를 쉬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히딩크를 데려와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히딩크 부임은 축구협회 권력의 이동을 뜻한다. 서열과 파벌, 학연, 지연으로 똘똘 뭉친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그것도 한국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히딩크 감독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다.

 

한국축구가 망가지더라도 자신들의 밥그릇은 절대 손해보지 않겠다는 적폐덩어리가 오늘의 축구협회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히딩크를 통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그가 돌아간 후 다시 옛날로 퇴보했다. 그사이 축구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떡고물도 더욱 커졌다. 그들에게는 히딩크가 눈엣가시이거나 어떤 의미로는 무찔러야 할 적이다.

 

히딩크가 온다면 그것은 자신의 축구인생 마지막을 한국과 함께 하겠다는 뜻이다. 그가 온다고 한국 축구가 당장 월드컵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팬들은 히딩크를 열렬히 원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당장의 월드컵 성적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적폐 청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7월 필자는 스포츠서울 칼럼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히딩크 감독에게 공개 편지를 보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면 그것은 무너진 한국 축구의 마지막 대안(代案)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 그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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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en.wikipedia.org

 

**************

 

건국이래 한사람의 외국인에게 이토록 거국적인 찬사(讚辭)를 보낸 일이 있을까요.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장군도 당신에게 미치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님,오늘 낮 비행기로 고향 네덜란드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공항에는 많은 환송객들이 나왔다지요. 마음만같아선 저도 나가 큰 목소리로 수고하셨노라고 외쳐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 공항에는 평생을 반독재 투쟁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백기완 선생님이 우리 대표선수들 특강에 참여하신 인연으로 가셨다니 더욱 특별한 추억이 되셨을줄 압니다.

 

비행기를 수도 없이 타시면서도 아마 이번처럼 뿌듯한 마음으로 트랩을 오른 적은 없으시겠지요. 적잖은 성공과 좌절이 점철된 당신의 눈부신 이력을 다시한번 훑더라도 이번 월드컵은 단언코 최고 최대의 성과입니다. 당신은 월드컵 개막 직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예언(?)하셨지만 설마하니 그것이 4강인줄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1년 6개월여전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처음 오던 날이 생각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의 표정은 심중을 읽기 어려웠지만 미지의 세계 한국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다고는 말하지는 못하겠지요.

 

스페인 2부리그 레알 베티스의 사령탑을 물러난후 쉬고 있던 당신은 아마도 한국에 대해 차기 월드컵의 공동개최국이라는 것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에겐 한국행이 분명 모험이었습니다. 자칫 당신의 명성에 흠집을 낼 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그 모험은 드라마틱하게 성공하였습니다.

 

실제로 연초만 해도 대표팀은 신통치 않아 보였고 뒤에서 말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신을 헐뜯었고 자칫 사령탑에서 물러날 것만 같은 위기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개의치 않고 꿋꿋이 목표를 향하여 나가는 뚝심과 끈기를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23인의 태극전사들은 국민들에게 첫 승과 월드컵16강이라는 짜릿한 목표를 넘어 '월드컵 4강'이라는 어마어마한 위업을 선물하였습니다. 최상의 미사여구로 포장된 어떠한 헌사도,온갖 정성이 들어간 어떠한 선물도 아깝다고 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당신은 월드컵의 위대한 상공으로 명장의 존재를 한층 부각(浮刻)했고 엄청난 부와 명예도 거머쥐었습니다. 외국인으로는 처음 명예국민증이 수여됐고 명예서울시민증과 여러개의 명예박사학위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선물중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야말로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길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당신이 계속해서 국가대표팀을 지도해주길 바랬지만 결국 당신은 또다른 모험을 위해 떠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영원한 안녕을 뜻하는 ‘Good-bye’ 대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So-long’ 이라는 멋진 작별사를 하셨군요. “만난 사람은 또다시 헤어지고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는 한국적 이별법을 어느새 터득하신것같아 흐뭇하기까지 합니다.

 

히딩크 감독님,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에 대해 오해를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저는 당신이 우리 축구협회와 재계약을 않한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항간에서 떠도는 말처럼 일부 축협 인사들이 대표팀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해 당신의 재계약을 꺼린다는 모종의 음모설에 동조한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당신은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습니다. 당신은 대표선발에 대해 전권을 가진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었습니다. 적어도 우리 축구계의 뿌리깊은 악행인 파벌(派閥)과 학연(學緣)을 적어도 대표팀 내에서 타파하였습니다. 그전까지 대표팀은 감독따로 선수선발따로였습니다.

 

감독의 의중도 어느정도 반영하지만 선발의 전권(全權)을 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선수선발은 힘을 가진 사람이 어느 고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많이 좌우됐고 축구의 최고선인 단합과 조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팀 감독은 결과가 나쁘면 항상 모든 멍에를 져야 했습니다.

 

그런점에서 당신이 선발의 전권을 가진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을 잘했다고 하는 것이 우스꽝스럽겠지요. 하지만 당신이전에 온 크라머나 비쇼베츠같은 외국인지도자들은 불행하게도 그렇게 당연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그들도 당신못지않은 명감독이었지만 환경은 지금에 비해 너무 열악(劣惡)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당신은 참으로 운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마저도 당신의 능력이지만요. 다만 이전의 외국인 선배감독들이 축협과 빚은 갈등과 시행착오들이 오늘날 당신이 운신하기에 편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싶습니다.

 

히딩크 감독님, 올초 대표팀이 부진할 때까지 당신에게 쏟아진 많은 비난과 조롱을 잘 아실겁니다. ‘오대영’이라는 듣기 거북한 별명이 붙여졌고 중용한 선수들에 대한 많은 비난이 가해졌습니다. 오늘 영웅이 된 태극전사중에는 6개월전만해도 “저게 선수 맞냐”라는 조롱을 듣던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모든게 미숙해보였지만 한없는 신뢰를 그들에게 주었고 그들은 멋진 활약으로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습니다.

 

늘 그렇지만 성공한 감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98프랑스월드컵 우승사령탑 프랑스의 에메 자케는 슈퍼스타 칸토나를 선발하지 않아 언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로 조직력을 높인 프랑스는 ‘아트 사커’라는 영광스러운 칭호와 함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번에 우승한 브라질의 스콜라리감독은 어떻습니까. 한때 브라질 축구의 대명사였던 호마리우가 눈물로 호소하는데도 선발하지 않는 냉정함을 보였지만 호나우두와 히바우두 호나우딩요 3총사는 천부적인 기량 못지않게 경탄할만한 조직력과 자기희생으로 브라질 축구의 덕목을 높이며 5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빈 자리는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대표팀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에 대해 잘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것에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반드시 외국인 감독이 후임으로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감독들이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 주위엔 차범근 감독과 허정무 감독을 비롯하여 그밖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국내 감독들이 소신껏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아직 우리 축구계의 환경과 조직이 척박하고 미성숙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외국인 감독이 오지 않는다면 당신이 그간 혁파한 지연 학연 혈연의 덫과 협회와 구단,출신교 OB 등 어지간한 사람들이 감내하기 힘든 외풍이 몰아쳐 다시 옛날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듭니다.

 

축구담당 기자도, 축구인도 아닌 그저 하나의 축구팬에 불과한 제가 이렇게 확신에 찬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이런 문제가 축협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격되는 지긋지긋한 관행이기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재계와 정계 등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불고 있는 히딩크식 경영(經營). 히딩크식 정도(正道)라는 신드롬이 어떻게 이토록 강하게 불겠습니까.

 

히딩크 감독님, 당신은 단지 계약에 따라 직무를 충실히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나를 영웅으로 만들지 말라"는 말씀처럼 지금 전해지는 놀라운 찬사가 당혹스럽겠지만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당신으로인해 “원칙과 정도가 빛나는 미래를 잉태하는” 것을 확인했기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차피 외국인감독이 할 바에야 당신이 계속 맡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유럽의 빅리그에서 우리를 위한 든든한 원군(援軍)이 되어주시길 희망합니다. 유럽에서 당신만큼 한국축구를 아는 지도자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딜 가나 뉴스의 표적이 될 것입니다. 기자들은 한국축구의 비약적인 성장의 비결을 물을 것이고 신비로운 한국축구에 대해 알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때마다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한국축구와 한국선수들을 소개하고 칭찬해주시리라고 믿습니다. 막힘없는 4개국어 실력으로(얼마전 KBS 인터뷰때 유창한 스페인어실력도 확인했습니다) 세계 유수의 신문 방송기자들에게 뉴스를 공급해주신다면 우리 축구의 위상은 그만큼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당신은 우리의 유망선수들을 유럽에 직접 소개해주실 수 있습니다. 일부는 직접 데리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유럽의 빅리그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불세출의 스타 차범근은 70~80년대 세계최고의 리그로 평가받은 분데스리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이름을 빛냈고 또한명의 위대한 스타 허정무는 단 한명의 교민도 없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주전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라이벌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를 떨게 했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만일 페루자 감독을 당신이 맡는다면 안정환이 그전처럼 왕따를 당하겠습니까.)

 

당신의 축구를 이해하는 선수들이 품안에서 큰다면 성공할 확률은 더욱 높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당신이 요즘은 다소 위축된 네덜란드 리그보다는 잉글랜드나 스페인 이탈리아의 빅리그 감독이 됐더라면 우리 선수들도 빅리그에 진출할 확률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씀을 하시겠지요. 한국인들은 왜 그리 성질이 급하고 욕심이 많냐구요. 착실히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게 중요하지 단숨에 빅리그를 욕심내지 말라는 말씀 말입니다.^0^

 

일본의 이나모토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도 있습니다. 이나모토가 월드컵에서 멋진 활약을 하고도 소속팀 아스날에서 방출된 것이 의아할 팬들이 계실겁니다. 이나모토는 말이 좋아 해외진출이지 아스날의 벤치워머였습니다. 지난해 잉글랜드로 진출하기전에 일본에서는 시기상조다, 좀더 기량을 쌓고 진출하라는 신중론도 있었지만 빅리그 진출을 욕심내는 여론에 떠밀려 진출했고 결국 벤치신세가 된 이나모토는 경기감각과 훈련량의 부족으로 기량발전의 기회를 날리고 말았습니다.

 

히딩크감독님,당신은 우리 대표팀을 위해 기술자문역을 맡고 2~3년후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셨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뜻인지, 축협의 뜻인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립서비스(?)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은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만일 기술자문역을 맡고 언젠가 돌아오는게 전제된다면 후임사령탑을 누가 자신있게 맡겠습니까. 우리가 영입해야 할 후임감독은 당신 못지않은 명감독이어야 하며 미래가 보장되야 합니다. 당신이 그랬듯 후임감독도 전권을 쥐어야 합니다. 비록 호의로 베푸는 말이라 하더라도 당신의 한마디가 어쩌면 그에게 부담이 될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후임 감독은 에메 자케같은 명감독이면 좋겠습니다. 2년전 우리는 당신에 앞서 자케감독에게 먼저 대표감독을 제의했습니다만 그는 고사(固辭)했습니다. 이미 성공한 감독으로서 미지의 팀을 맡아 자칫 명예가 손상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축국변방국에 불과한 우리가 섭섭하다 원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아시아 최초의 4강을 달성한 한국축구는 이제 그에게도 승부를 걸만한 매력적인 팀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직 한국축구는 개혁되고 발전해야 합니다.

 

자케 감독, 혹은 그에 준하는 중량급 감독들이 온다면 우리는 달콤한 '히딩크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제2의 히딩크’가 우리 대표팀을 맡아 살찌우고 당신은 빅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홍보창구와 선수보급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준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히딩크감독님. 저의 진의를 아시겠지요? 그렇게 우리 대한민국 축구의 든든한 원군이요, 정신적 지주로 남아주십시오.

 

당신이 여전히 승리에 굶주려있듯이 우리 대한민국 축구도 여전히 개혁과 발전에 굶주려 있습니다. 구태여 당신이 오신다면 그때는 그것이 우리 축구를 위한 최후의 대안(代案)이기를 희망해 봅니다.

 

히딩크 감독님

 

당신은 이미 우리에게 축구와 월드컵 이상의 것이 되었습니다.

 

당신과의 작별은 아쉽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언제 어느때나 힘을 보태시겠다는 당신의 열정어린 약속에 희망과 용기를 갖습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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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혀 다른 세상은 가능한가? file

    (2) 별나라형제들 이야기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이제 필자가 외계인 즉 별나라 형제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 약술할 차례가 되었다.   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이 지금 문명수준에 도달하기 까지 약 1만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1만년...

    전혀 다른 세상은 가능한가?
  • 전략자산은 짜장면 배달이 아니다 file

    미국은 우리가 원한다고 보내지 않는다 냉엄한 국제정치를 걸음마로 배우는 문재인 정부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한국 언론이 희망사항을 기정사실(旣定事實)처럼 왜곡하고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의 하나로 두개의 미 항...

    전략자산은 짜장면 배달이 아니다
  • 로렐라이의 유혹 file

    (6)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역사적 고도(古都) 라인베르그의 새벽을 알리는 녹슨 청동의 종소리가 은빛으로 은은하게 천상의 유혹처럼 울리며 나그네의 곤한 잠을 깨운다. 낯선 곳에 여행을 하면 언제나 눈은 처음 보...

    로렐라이의 유혹
  • 엄마와 미술관 가는 길..

      한국에 있던 어느 늦은 가을에 그날은 봄날씨 같은 날이었다. 점심으로 도가니탕과 설렁탕을 먹고, 낙엽이 예쁜 가로수길부터 도청까지 엄마랑 산책했다.    엄마는 늘 우리를 위해 밥을 하셨다. 배달을 시키자고 해도, 나가서 먹자고 해도 엄마는 흔쾌히 그러자 하시...

    엄마와 미술관 가는 길..
  • 뉴질랜드 달러 하락세와 북미사일의 함수 관계

    지난 8월말 뉴질랜드 헤랄드 비지니스에 북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가 태평양에 떨어 졌다며 뉴질랜드 달러 하락세의 원인이 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헤랄드도 뉴질랜드 환율 변화 요인에 북핵문제를 갖다 붙이기 시작했으니 조금은 의아하긴 했지만 동북...

    뉴질랜드 달러 하락세와 북미사일의 함수 관계
  • 국민당의 4기 집권이냐, 노동당의 부활이냐

    오는 23일 실시되는 총선은 지난 두 차례의 총선과 달리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 1야당 노동당이 지난달 1일 전격적으로 재신더 아던(Jacinda Ardern) 부대표를 당대표로 선출한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신더 효과’라고도 회자되는 노...

    국민당의 4기 집권이냐, 노동당의 부활이냐
  • 자긍심과 우월의식은 엄연히 다르다

    남도 귀히 여긴다면 자긍심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이 시시하게 보이면 우월의식 증세이고 자기가 남보다 처량하게 느껴지면 열등의식의 증세를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 두가지 증세가 다 좋지 ...

    자긍심과 우월의식은 엄연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