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하는 소위 우등생의 길로 접어들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받아내는 기쁨을 누리는 데는 학생의 노력, 교사진의 자질 등 학습내용에 관련된 요소 외에도 많은 기술적인 부분이 존재합니다. 저는 평소에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 하기 위한 현실적인 학습기술을 전수하려 시도하곤 하는데요.. 제가 주로 강조하는 것들은
‘다른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를 잡아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있다는 반증이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문제라 하더라도 또 다른 관점에서 스스로와, 혹은 다른 친구들과 토론 해라. 그러면 그냥 지나친 질문거리가 보일거고 그 질문을 해결하는 가운데 기타 개념과의 연결 고리를 찾게 된다.’
‘시험기간 외에는 하루 복습 시간은 과목당 20분이면 족하다. 단 매일 해야한다.’
등등 ‘그저 열심히’라고 말할 수 있는 Hard work에 비해 ‘시간은 짧게 효과는 높게’를 추구하는 Smart work 쪽인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소 공부법과는 달리 시험을 준비하고, 또 시험장에 앉아서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는 시험기간엔 어찌보면 Hard work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정공법’인 셈이지요.
그래서 이번 컬럼엔 누구나 궁금해 하고 또 현재 시점에 적합한 ‘시험의 기술’에 대해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과거 두 편에 걸쳐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요. 짧게 요약하고 그 동안 변화된 상황을 적용해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시험의 기술’이라 하면 정확히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기술이냐 아니면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는 기술이냐 하는 두 가지 영역이 있는데 저는 그 두 영역 모두에 걸쳐 우리 학생들이 꼭 지켜주었으면 하는 몇가지를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시험을 치르는 기술>
1. 시계를 보십시요
시험을 치르는 중간 중간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학생이 지켜야 할 기본중에 기본입니다. 간혹 시간이 모자라서 점수가 나빴다고 핑계 대는 학생들을 보는데 저는 그런 변명을 그냥 인정해 주는 어른들이 더 문제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시험장에서의 시간은 그 자체가 기회이고 점수이며 가장 중요한 관리대상인데 그 관리를 못했다는 것은 시험에 대한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대학시절 시험을 치르던 중 한 문제의 답을 너무 길게 쓰는 바람에 총 두시간의 시험시간을 거의 다 써버려서 마지막 문제를 손도 못대고 끝냈던 적이 있습니다. 워낙에 문제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 정도면 괜찮겠지 했는데 강의실을 나와서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네 번째 문제는 일요일에 시험치러 나온 기특한 학생들에게 교수님께서 보너스로 주신 문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다른 학우들이 쉽게 얻은 만큼의 점수를 정말 힘겹게 얻는 실수아닌 실수를 하고 말았었죠. 시험지의 마지막에 쉽게 얻을수 있는 점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론 시간이 없어서 다 못 끝냈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말도록 합시다.
2. 어려운 문제는 Pass~
위의 시간 관리와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로 볼수 있는데 시험 중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는 30초 이상 지체 해서는 안됩니다. 30초 이내에 답을 찾거나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객관식의 경우 가능성이 높은 예제들을 골라 마크 해놓고, 주관식의 경우 일단 떠오르는 개념이나 풀이방법 등을 짧게 메모해 둔 후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만 합니다.
만약 그 이상 지체하면 사용한 시간이 아까워 그 문제에 매달리게 되고 결국 뒷부분의 획득 가능한 점수를 잃고 맙니다. 특히 캠브리지, IB객관식 문제의 경우 어려워도 1점 쉬워도 1점 이란걸 유념해서 쉬운 문제부터 점수를 확보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그럼 시험 문제들은 어느정도 빠르기로 풀어야 할까요? 주관식이든 객관식이든 해당 점수 1점당 1분씩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무난합니다. 그 정도 스피드가 나와야 어려운 문제에 할애할 시간이 생기고 또 리뷰도 할 수 있습니다.
3. 문제 (instruction)는 읽는게(read) 아니라 분석(analyze)하는 글입니다.
문제를 잘 못 읽어서... 라고들 말 합니다.‘읽었으니까’틀리는거고 실수하는 겁니다. 문제를 접하는 학생들은 마치 게임의 어려운 스테이지를 깨기 위한 설명서를 분석하는 마음으로 문제를 읽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문제를 읽으며 정확하게 요구하는 답이 Explanation 인지 discussion인지 알아 내야 하고 그 서술의 방향까지 파악해야만 하는거죠.
과학 과목의 경우 Unit(단위)에 힌트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으니 특히 주의하도록 하고 문제를 읽을 때 중요한 지시어들에 밑줄을 그어 놓는 버릇을 들이도록 합시다. 한번 문제를 풀고 다시 리뷰 할때 아주 유용합니다.
4. 어디에 얼마나 써야 할까요?
NCEA 과정은 세계 유일의 에세이 기반 시험과정 입니다. 따라서 쓰는 내용의 중요성이야 말할것도 없고 쓰는 양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답안은 제공된 공간의 70% 정도 길이가 적당하며 가능하면 넘치게 쓰지 않는것이 좋습니다.
캠브리지와 IB는 Screen marking의 폐해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우선 주의할 것이 지정된 공간 안에만 답을 써야 한다는 사실 입니다. NCEA도 그렇지만 답안지의 정해진 공간만 스캔해서 스크린으로 보며 마킹하는 시스템이라서 아무 곳이나 화살표 주욱 연결해 써 놓은 것들은 채점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시험기간에 공부하는 기술>
1. 평소에 준비합시다.
‘벼락치기’-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하고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단어일 겁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곳 뉴질랜드에서 시행되는 시험들은 벼락치기로 결과를 향상시킬수 있는 종류의 시험들이 아닙니다. 암기나 단순 지식 위주의 시험들이 아니라 학생들의 수학 능력을 평가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기 때문인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험기간보다는 평소의 시험준비가 더욱 중요한 것이 당연지사 입니다. 평소의 준비라는 것은 시험기간에 공부할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 단원이 끝날 때 마다 해당 챕터의 기출문제를 프린트해서 풀어보고 마킹하고 정리해 두는 것과 학교 혹은 학원에서 수업한 내용을 나름의 노트에 정리해 놓는 것이 그것 입니다.
사실 시험준비에 사용할 자료들은 다른 것 필요 없고 위의 두 가지면 충분하다 할 수 있는데요. 이런 평소의 밑작업이 면밀하게 되어 있어야만 시험에 임박해서도 차분하게 준비에 임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평소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합시다.
2. 시험준비는 두 번에 걸쳐서!
저의 학생들이라면 누누히 들어 봤을법한 충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시험준비는 두번 하는 것’이란 말인데 한국의 수능에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이곳 뉴질랜드의 상황으로 볼 때 가장 적합한 시험 준비 스케쥴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개의 중요한 시험들은 하루에 전 과목을 다 치르는 것이 아니라 짧게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달에 걸쳐 시험을 치릅니다.
물론 과목당 2~3개의 문제 세트를 풀어야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여유있는 시험 스케쥴은 우리 학생들에게 시험 사이사이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줍니다.
학생들이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이 시험장에 앉아‘초치기’를 할 때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시험 하루전, 이틀전이 너무나 중요한 기회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간혹 이 긴박한 시간에 한해 동안 공부한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든지 그제서야 정리노트를 만들어 외워보겠다는 등의 엉뚱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시험 준비를 두 번 한다는 것은 공부할 거리를 준비하는 1차 과정과 준비한 것을 학습하는 2차 과정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좀 더 현실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떤 학생이 금요일과 다음주 화요일, 수요일에 시험이 있다고 하면 금요일 시험이 끝나고 나서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 화요일 귀가 후 수요일 시험에 대비해 공부할 거리를 준비해 놓는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리뷰 할 문제들을 뽑아 추려놓고 텍스트북이나 노트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찾아 탭을 붙이는 등의 잡다한 준비작업이 미리 끝나 있어야 화요일 시험 후 귀가 하자마자 시간낭비 없이 다음날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집중력이 덜한 시점에서 준비작업을 하고 극대화 될 시점에서 실제 정리, 암기, 리뷰작업을 하는 것은 시험기간의 귀중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3. 최근 문제들을 분석합시다.
이 부분은 아마도 학생들에게 직접 이야기하기 보다는 학교 선생님들이나 아니면 저 같은 사교육 종사자들에게 적용되어야 할 이야기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십 수년간의 자료들과 Syllabus의 변화를 주욱 꿰고 있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최근에 변화된 각 과정별 Syllabus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3년정도의 문제들과 그 이전의 문제들을 비교해 본다면 NCEA, IB, 캠브리지 공히 약간의 새로운 내용이 더해진 것과 문제 형식상의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겁니다.
세 과정 다 지난 3년 안에 교과내용이 조금씩 바뀌었기 때문이지요. 하나하나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학생 스스로, 혹은 선생님께 여쭈어서 시험 볼 과목에 발생한 최근의 변화사항을 잘 알아내 준비하도록 합시다.
4. 두뇌는 잠꾸러기.. 일찍 일어납시다.
학생들은 시험기간엔 밤을 세워야 하고 눈이 벌겋고 정신이 몽롱한 체 시험장에 들어가 커피나 레드불 한 캔으로 정신을 차려야 정말 시험기간의 학생답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왜 그리 밤새는 것을 좋아하는지요… 그런데 정작 밤새서 공부하는 것은 두뇌를 더 피곤하게 할 뿐더러 수면 중 정보정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논리적이고 정밀한 답을 요구하는 시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난 할 만큼 했어..’하는 자기 위안 정도랄까요… 일년 내내 펑펑 놀다가 기껏 마지막 이틀 밤새고 나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걱정스럽고 그 결과는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하여간 잠을 안 자가며 공부하는 것은 수학문제까지 암기해서 정성껏‘찍어’내는 암기식의 교육과정에나 적용할 수 있는 공부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두뇌는 매우 정교하게 일하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컨디션에 극도로 민감하지요. 혈류량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험날 아침을 배 부르게 먹어 피가 소화기관으로 쏠리게 되면 정신이 멍~해 지기도 하고 너무 덥거나 추운 경우, 혹은 옷이 불편해 신경이 쓰여도 두뇌의 활동은 제한되게 되는데 하물며 잠이 부족해서야… 두뇌는 잠에서 몸이 깨어난 후 가장 늦게 일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보통 30분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저의 경우엔 일어난 후 한 시간 반은 지나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시험이 아침에 있을때는 아예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다가 시험장으로 가라고 충고하고 컨디션 유지를 위해 엿이나 다크쵸컬릿을 중간중간 먹도록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것입니다. 유별나지 않고 드러나지 않지만 몸에 밴 습관처럼 매일 매일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것이 기술이라 생각할 수 있지요. 우리 학생들도 나름의 공부기술들을 꾸준히 반복 연습, 실행해서 모두들 자신의 Calling을 이루는 삶을 살 수 있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