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저명한 공공윤리 학자인 찰스스터트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ty)의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교수(사진)가 최근 호주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인 ‘A&U’로부터 자신의 저서 출간 중단 통보를 접한 뒤 “이런 배경에 중국 공산당 정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해밀턴 교수는 호주 내 중국 당국의 영향력을 파헤친 ‘Silent Invasion’을 출간할 예정이었다.
대형 출판회사 ‘A&U’, 해밀턴 교수의 ‘Silent Invasion’ 출간 중단 결정
호주 연방의회 및 각계로 확대되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영향력 폭로 내용
근래 중국 공산당 정부가 호주 내 대학 등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 한 대학에 재임하는 저명 학자가 중국 정부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했음을 폭로했다고 금주 월요일 ABC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연방 의회 및 기타 호주사회 각계에 뻗쳐 있는 베이징의 영향력을 폭로하는 저술을 출간하려 했으나 호주의 한 메이저 출판회사가 이를 갑자기 취소했으며, “그 이유는 바로 중국 공산당 정부의 협박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찰스스터트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ty)의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교수는 “‘Silent Invasion’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마치고 호주 대형 출판사 중 하나인 ‘Allen & Unwin’(A&U)에서 이를 출간하려 했으나 며칠 전 갑자기 더 이상의 진행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으며, 그 이유는 명예훼손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해밀턴 교수는 “‘A&U’ 사는 베이징으로부터 법적인 협박을 포함해 몇 가지 보복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자신에게) 설명했으며, 결국 ‘Silent Invasion’의 출간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 출간 중단을 결정했고 이를 통보해 왔다”고 덧붙였다.
‘Silent Invasion’은 호주 내 중국 공산당의 활동을 폭로한 것으로, 해밀턴 교수는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기 전 이미 법률가의 검토를 거쳤다고 말했다.
‘A&U’ 사는 지난 11월8일자로 저자인 해밀턴 교수에게 보낸 전자메일에서 “‘Silent Invasion’이 극도로 민감한 내용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간을 했을 경우 이 책과 출판회사에 미칠 베이징 당국의 가능한 조치에 대해 우려한다는 말도 언급하면서, “가능한 위협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 가능성이었으며, 이는 아마 저자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A&U’를 통해 8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대중적 논쟁에 기여한 공로로 ‘Order of Australia’ 메달을 받은 바 있는 해밀턴 교수는 이번 출판사 측의 결정에 대해 “중국 언론탄압 논쟁의 분수령”이라며 “분명한 것은, 서방 국가의 주요 출판사가 자국 내에서 중국 공산당의 사전 검열을 결정한 최초의 사례”라고 꼬집었다.
해밀턴 교수는 “이 책은 상당한 대중적 관심을 받고 있으며 판매 또한 아주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자유 사회에 거주하는 우리 호주인들은 독재적인 외세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A&U’에서 출간키로 하고 편집 및 표지 디자인까지 마친 해밀턴 교수의 저서 ‘Silent Invasion’. 출판사 측은 중국 정부의 법적 조치 등을 감안, “출간을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한편 ‘Silent Invasion’의 출간 작업 중단을 결정한 ‘A&U’는 성명을 통해 “해밀턴 교수의 노력과 연구는 많은 존경을 받았지만 광범위한 법적 자문을 받은 결과 명확한 판단이 나오기까지 일단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출판사 측은 “해밀턴 교수가 출간 연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에 대한 권리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의 저서에 대해 행운이 따라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A&U’ 측의 저작물 출간 중단 결정은 근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와 함께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호주 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턴불(Malcolm Turnbull) 정부는 호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외국의 간섭을 차단하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A&U’는 해밀턴 교수에게 보낸 전자메일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우리는... 호주에 대한 외국의 영향력을 겨냥한 보다 강력한 법안이 마련되어 의회에서 승인될 경우 우리 입지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내년까지 이 법안이 마련되어 의회를 통과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