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가구당 평균 순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었지만 현금 부족에 허덕이는 이들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들의 새로운 소비패턴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가계재정이 압박을 받을 경우 소비자들은 우선적으로 식료품 비용을 줄이거나 적게 구입한다는 반응이었다.
호주 가구당 평균 자산 100만 달러? 상당수는 ‘빈손’들
‘Deloitte Access Economics’ 분석... 40%가 공과금 납부 허덕여
지난 5년여 사이 크게 치솟은 주택 가격으로 호주의 가구당 평균 자산은 1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개인당 순자산 집계에서도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라는 진단도 있다.
하지만 모든 호주인이 그 많은 부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무리한 주택담보 대출에 시달리고 있으며, 현금이 없어 빈곤감을 느끼는 이들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주 화요일(14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한 경제 컨설팅 사의 조사 결과를 인용, ‘Australia: a nation of cash-poor millionaires’라는 제목으로 ‘백만장자’라는 허울 이면의 문제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Deloitte Access Economics)의 관련 조사 결과 호주의 가계 자산은 ‘백만장자’의 지위를 부여할 만큼 상승했지만 이들 중 37%는 공과금 납부 능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가계 소비를 위한 현금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수치가 2년 이내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딜로이트 경제연구원들은 이 같은 주요 원인으로 더딘 임금상승, 생활비 증가를 꼽았다. 지난 10여 년간 보건, 식료품 비용 등을 크게 오른 반면 임금은 거의 제자리에 머무른 탓이다.
딜로이트의 조사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인 가구의 7.2%가 모기지(mortgage.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높은 대출이자 때문이 아니라 가격이 오른 주택 구입을 위해 너무 많은 대출에 의존한 까닭이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인 ‘알디’(Aldi) 사가 의뢰해 실시한 이번 보고서에서 딜로이트 연구원들은 점차 돈에 쪼들리는 소비자들(cash-strapped consumers)의 증가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상 생활비가 증가하면 전체 가구의 3분의 1은 식료품 비용을 줄이거나 또는 가격이 더 저렴한 ‘개인 라벨의 브랜드’(private-label brands. ‘Homemade’ 제품 등) 선택, 또는 식료품을 적게 구입하는 것으로 비용 증가 부분을 상쇄한다.
특히 소비자들은 일상 생활비가 상승했을 경우뿐 아니라 호화스런 휴가를 보내거나 개인 취향을 위한 지출 이후에도 식료품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가계재정 압박이 덜한 가구의 경우 개인 취향의 소비를 줄이는 반면 재정 압박이 심한 가구는 저렴한 식료품을 구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슈퍼마켓은 진열대에 ‘private-label’의 품목과 그 수를 더 늘리고 있다.
주택대출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개인 라벨의 브랜드’(private-label brands) 등 보다 저렴한 식료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각 슈퍼마켓들도 ‘private-label’ 품목을 늘이고 매장 진열대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이번 조사를 시행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알디’(Aldi)의 한 매장 간판.
‘알디’ 측은 제품판매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서 ‘private-label’ 제품이 증가하는 경향에 대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사이 호주인 4명 중 1명(25%)이 늘 이용하던 슈퍼마켓을 바꾸었으며, 이의 가장 큰 이유는 ‘쇼핑을 위한 승용차 운전을 자제하려는 의도’(44%)였다.
그런 한편 보다 저렴한 식료품 구입을 위해 평소 이용하던 슈퍼마켓을 바꾸는 추세 속에서 각 슈퍼마켓은 또 다른 경쟁에 맞닥뜨리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 앱(apps)을 활용하는 젊은층 소비자들의 증가 때문이다. 이들은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한 뒤 요리를 하기보다는 앱을 이용해 가격이 저렴한 ‘테이크어웨이 음식(takeaway food)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테이크어웨이 음식 구입은 3.3%가 증가해 슈퍼마켓 성장률을 앞질렀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기는 소비 패턴도 근래 드러난 새로운 경향이다. 한때 이 부분은 ‘사치’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필수’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딜로이트 조사 결과 현재 넷플릭스‘(Netflix)나 ’스포티파이‘(Spotify)를 즐기는 이들의 경우 재정 압박이 더해질 경우 이런 엔터테인먼트를 끊기보다는 자동차, 의류구입, 휴가, 식료품 구입에서 비용을 아끼겠다는 답변이었다.
일상 생활비 지출이 증가할 경우 이 부분을 어느 항목에서 상쇄할 것인가에 대한 조사 결과 20%가 개인 취향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답변이었으며 보다 적은 식료품 구입(12%), 교통비 절감(12%), 개인신용대출 또는 크레딧 카드 사용(10%), 통장에서 인출(5%) 순이었다. 그런 반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취소하겠다는 답변은 가장 낮은 3%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