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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15년만입니다. 모국에서 사월초파일(四月初八日)을 맞았습니다. 비록 판문점에 가지는 못했지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모국의 하늘아래서 맞은데 이어 부처님 오신날을 맞은 것 또한 감회(感懷)가 새로웠습니다.

 

그러고보니 뉴욕을 떠난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 혹시 판문점에서 열리면 체류를 연장할까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가 되어 초파일만 지내고 돌아오기로 했지요.

 

사실 미국 이주 후에도 모국에서의 초파일을 전혀 걸렀던 것은 아닙니다. 3~4년전인가 뉴욕에 돌아오는 날이 초파일이어서 동두천에 있는 사찰에 잠깐 들렀다 공항에 온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법회에 정식으로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초파일을 맞아 제가 가는 곳은 일산 여래사(如來寺)입니다. 여래사는 한국의 불보사찰(佛寶寺刹) 통도사의 분원이기도 한데요. 대작불사로 유명한 정우스님이 창건한 사찰입니다. 정우스님은 강남의 구룡사와 일산 여래사 등 도심사찰과 문화포교에 힘쓰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 인도 등 해외 각지에 수십곳의 한국사찰을 세우는 등 해외포교에도 큰 족적을 남긴 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 일산에 살면서 어머님 생전에 모시고 가끔 찾던 절이 여래사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온 후로 우연히 뉴욕원각사에 걸음을 하게 되었는데 제가 오기 2년전 원각사에 정우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아 통도사 직계 사찰로 운영하게 되었다는 얘기에 참으로 특별한 인연이구나 하였습니다.

 

그간 정우스님은 통도사 주지와 조계종 군종교구장을 역임했고 많은 국내외 사찰을 둘러보는 등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만큼 바쁜 분이어서 여래사와 뉴욕원각사는 ‘회주(會主)’로서 가끔 불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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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섰습니다. 아파트 화단에 연분홍 작약(芍藥) 꽃이 소담스럽게 피어났습니다. 작약꽃의 꽃말은 ‘부끄러움’인데요. 피어날 때는 이렇게 활짝 피어나 ‘함박꽃’으로도 불린답니다. 수줍은듯 아름다운 속살을 드러낸 작약이 무명을 밝히는 연화장 세계로 인도하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각사 까지는 걸어서 20여분인데 길 곳곳에 오색 연등(燃燈)이 달려 있습니다. 가까운 사찰에서 절 주변에 장식해 놓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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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등은 ‘초가집’ 정류장 인근에 있는 임조선사에서 장식 한 것입니다.

 

국립 암센터를 지나 오른쪽 길로 접어듭니다. 여래사가 있는 곳입니다. 여래사는 아주 규모가 큰 사찰입니다. 평소 정기 법회일에도 많은 불자(佛子)들이 오지만 오늘은 연중 불교의 가장 큰 축제일이니 가장 많이 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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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먼저 불자들은 맞는 분들이 따로 있었습니다. 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분들과 가족 등 선거운동원들이 나와 불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네요. ^^

 

글쎄요 홍보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평소 발걸음을 하던 분들도 아니고 불자들이 많이 몰리니 너도나도 와서 홍보하는게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대형교회 앞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겠지요.

 

여래사는 콘크리트 건물에 거대한 한국 사찰을 세운 형태로 1층은 회관과 종무소, 부다TV가 있고 2층은 방송실과 스님들 요사(寮舍)채, 3층은 극락전과 반야쉼터(다실) 요사채 4층은 만불보전(대웅전) 5층은 인등실, 또 지하 1층엔 소극장과 식당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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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날인만큼 사찰 앞마당부터 불자들로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정문 앞엔 불자들이 줄지어 아기부처님의 몸을 씻기우는 관불식(灌佛式)을 차례로 진행하고 있었구요. 특별법회가 봉행되는 4층 만불보전엔 들어갈 자리가 없어 밖에까지 100여명이 선 채로 의식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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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층과 5층은 하나의 공간으로 터져 있는데 5층 역시 인산인해였지만 간신히 자리 하나를 만들어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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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옥상이 개방돼 잠시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여래사는 일산 신도시 한 가운데 있지만 정발산의 그림같은 풍치속에 자리한데다 주변도 미관이 아름다운 단독주택들과 빌라단지로 구성돼 새삼 전원도시 일산의 랜드마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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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를 마치고 여래사 뒤편에 있는 오솔길을 따라 부러 정발산에 올랐습니다. 정상에 있는 평심루에 땀을 식히고 하산 길은 동쪽으로 내려가 집에 돌아갈 요량이었지요.

 

정방산(鼎發山)은 아주 야트막한 높이지만 예닐곱개의 둘레길이 잘 조성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일산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정발산 이름은 정씨와 박씨가 모여 살아 정박산이라 하였다가 이후 정발산이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 옵니다.

 

지금은 온통 초록으로 무성해 단조로운 현재 모습보다는 두달전 벚꽃이 만개(滿開)했을 때의 풍경들로 대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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