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훈련 조련사Nathan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늘은 조지아 - 테네시 - 켄터키 - 미주리로 해서 프라임 본사에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 프리트립 연습을 했다. 컨테이너 부분과 실내 부분을 했다. 실기 시험에서 In-door inspection은 필수고 나머지 부분은 그날의 운에 따라 어느 부분을 할 지 모른다. 그날의 컴퓨터 뽑기 운에 달렸다. 그러니 모든 부분을 다 알고 있어야 하지만 운도 조금 작용한다. 오늘은 대본 없이 연습을 해봤다. 50~80% 정도의 자신감이 들었다. 내용을 모르는 게 아니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게 더 많다.
Nathan이 숙제를 다시 시켰다. 도로 표지판 읽기와 가까이 오는 차 얘기하기. 목소리를 좀 작게 냈더니 자기가 들을 수 있게 크게 하란다. 자기 왼쪽 귀가 잘 안 들린다면서. 사실 도로 표지판 내용은 거기서 거기다. 대부분 반복이다. 몇 시간을 떠들었더니 목청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쉬란다. 그런 방식으로 주변을 잘 살피라고. 좋은 운전 습관을 들이기 위한 훈련이니 따라야지. 또 내 발음에 Nathan이 익숙해지라는 목적도 있었다. 내 얘기를 한번에 못 알아듣고 다시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오늘도 Nathan은 난코스를 선택했다. 시골 마을길을 통과하는데 좁은 길을 50마일로 달리란다. 우리 때문에 뒷 차들이 밀리고 있다고. 마을 길은 수시로 제한 속도가 변하고 곡선 코스도 많아 주의를 요한다. 이런 곳에선 Nathan의 잔소리가 많아진다.
최고 절정은 켄터키에서 미주리로 미시시피 강을 넘어 가는 다리 구간이었다. 여긴 경치가 신기하고 아름다운 곳이지만 트럭 운전에는 힘든 곳이었다. 트레일러 트럭이 지나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낡고 좁은 다리를 건너가는데 차가 차선에 꽉 낀다. 반대편에서 트럭이 달려왔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사이드 미러 날아갈 판이다. 불가피하게 우측으로 약간 붙였다. Nathan이 비명을 질렀다. 다리 난간 치겠어! 스치듯이 지나갔다. 몇 십분을 그런 식으로 달리다보니 팔이 아팠다.
Nathan에게 나중에 들은 바로는 루이지애나 주에 걸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길이 좁은 정도가 아니라 트럭 바퀴에 차선이 밟히고 급커브도 많다는 것이다.
트럭스탑에서 주유(注油)하는 법도 배웠다. 일반 자동차처럼 카드 긁고 휘발유 넣으면 땡이 아니라, 몇 단계를 거쳐야 했다. 회사 신분증 카드 긁고, 주유소 적립 카드 긁고, 트렉터 번호 넣고, 트레일러 번호 넣고, 트립 번호 넣고, 또 이것저것 절차가 복잡했다. Nathan은 최근에 산 GPS가 잘 안된다고 교환을 했다. 영수증이 있으면 구입한 곳이 아니더라도 같은 체인의 트럭스탑에서 교환이 가능했다. 차로 돌아와 출발 하려는데 누가 창문을 두드리길래 잡상인인 줄 알고 손을 저으며 괜찮다고 했다. Nathan이 문을 열어보란다. 잡상인이 아니고 성경책을 전해주려는 것이었다. 무료라면서 가져가란다. 신약성경이었다. 두 권을 받아 나눠가졌다. 나보고 성경책을 읽어 봤냐기에 그렇다고 했다. 지금은 교회 안 나가지만 한때는 그래도 명색이 집사였는데. Nathan은 밥 먹기 전에 기도한다. 나 보고 God을 믿냐길래 그렇다고 하니 좋아한다. 순진한 면이 있다. 대학생 때 대마초를 친구를 통해 처음 접해보고는 시청각에 각성 작용을 경험한 이후로 놀라 그 친구에게 이런 것 다시 권하면 절교(絶交)라고 했단다.
Nathan은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가 두 대가 있단다. 엄청 부자네. 하긴 오랫동안 일을 해왔을테니 그 정도 재산은 모았을 수도 있겠다. 나는 대학생 때 무면허로 오토바이 타다 사고 나서 죽을 뻔한 이후로 모터 바이크는 안 탄다고 했다. 큰 딸이 18살이니 Nathan은 아마 50이 되기 전에 할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내 운전시간이 다 끝나가서 중간에 교대해서 3시간 정도를 달려 프라임 본사로 왔다. 중간에 Nathan은 CB라디오로 다른 운전사들과 정보를 주고 받는데 나는 무슨 얘긴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Nathan 발음이 그나마 제일 나은 편이었다. Nathan은 오토 트랜스미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지 설명하며 운전했다. 크루즈 상태에서 속도 조절하는 법, Jake 브레이크 이용하는 법 등.
프라임 본사에 돌아오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았다. 지난 토요일 출발했으니 5일만에 돌아온 것이다. 밀레니엄 빌딩에서 샤워도 하고 구내 식당에서 밥도 먹었다. 문 닫을 때가 다 되어가 선택할 메뉴는 별로 없었다. Nathan은 또 게눈 감추듯 빨리 해치웠다. 요즘 나한테 영향을 받아서인지 Nathan은 밥 먹는 횟수가 늘어났다. 중간에 간식도 먹는다. 체중이 240파운드이니 110Kg이다. 내가 85Kg인데. 키는 나하고 거의 비슷하고. 뚱뚱하지는 않은데 자세히 보니 몸통이 굵다.
Nathan 얘기로는 다음 주 수요일에 스프링필드로 다시 돌아와 연습하고 금요일 쯤 시험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진척이 빨라 2주도 안 돼 시험을 보는 것이다. 나중에 수련 마치고 북동부 쪽으로 배정 받으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 했다. 이런 저런 보너스가 붙어 마일당 60센트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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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 연습 감이 온다
다음주에 시험을 보라고?
아침에 일어나 프리트립 연습을 하고 배달을 나갔다. 프라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우리가 싣고 온 짐은 냉동 컨테이너용 냉동기기였다. 총 15개를 싣고 왔다. 그런데 배달지에 도착해보니 그 짐은 프라임 본사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어제 배달을 마친 것이었다. 그걸 모르고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배달을 가서 다시 프라임 본사로 와서 짐을 내렸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밀레니엄 빌딩에서 안전모임(Safety Meeting)이 있는 날이다. 이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아침 식사가 공짜다. 나는 지난 주에 신입생으로 이 모임에 참가했었다. 그렇게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Nathan과 나는 아침도 먹을 겸 밀레니엄 빌딩으로 갔다. 지난 주에 내가 그렇던 것처럼 연녹색 안전 조끼를 입은 신입생들이 잔뜩 있었다. Nathan에게 나는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저 자리에 내가 있었고 다른 트레이너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모임 중이니까 좀 있다 전화 한다고 하고 나중에 전화 하니까 다른 학생이랑 가기로 했다더라. 그런데 그 트레이너에게 감사한다. 그 덕분에 너를 만났으니까. Nathan이 좋아한다.
다음 배달지는 앨라바마 주에 있는 어느 도시의 월마트 매장이다. 모레까지 가면 되기 때문에 내일 출발하기로 했다. 대신 오늘은 연습장에서 트럭을 빌려 후진 연습을 하기로 했다. 식사 후에 Nathan이 Fleet Manager를 소개해줬다. 플릿 매니저는 디스패쳐라고도 하는데 트럭 기사들에게 일을 할당하고 관리하는 일을 총괄(總括)한다. 원래는 트립 나가기 전에 플릿 매니저를 만나라고 했는데 나는 그냥 떠났다. 또 플릿 매니저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할 것이라 했는데 연락이 없었다. 이름이 챈스(Chance)였는데 사람은 괜찮아 보였다. 악수를 하는데 손이 서늘하니 차가웠다. 건강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가 보다. 그는 무척 바빠 잠시 우리를 세워두었다. 일을 처리하고 일정에 대해 얘기하는데 Nathan은 내 수행 속도가 빨라 다음 주에 돌아와서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Nathan은 만나는 사람마다 통화하는 사람마다 내 자랑하기에 바쁘다. 나는 아직 자신 없는데 뭘 믿고 저렇게 장담을 할까. 나는 플릿매니저에게 내 이름이 잘못 기재됐는데 고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없으며 인사담당자에게 얘기하라고 했다. Nathan은 이름 바꾸려면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 1층에 가서 인사담당자를 만나 얘기를 하니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화면을 띄우더니 J뒤에다 AE를 추가했다. 그게 다였다.
Nathan은 트럭 리즈와 관련한 문제로 어떤 젊은 여성 직원을 만났는데 앉아 있는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한쪽 무릎을 꿇고 대화를 했다. 얼핏보면 프로포즈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유부녀였다. 결혼식 사진이 옆에 붙어 있었다.
피터빌트 서비스센터에 가서 차량 조절 프로그램을 손봤다. 서행하는 기능과 3초간 뒤로 밀림 방지 기능이 추가되어 운전이 한결 편리해질 듯 하다. 본사로 돌아와서 월마트에 가기 전에 프리트립 연습을 했는데 이제 조금 감이 잡힌다. 다음 주까지는 마스터 할 수 있을 듯 하다. 월마트에서 식량을 보충하고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샀다.
후진 연습은 오후 3시부터 7시까지로 잡혔다. 원래 계획은 한 시간 정도 후진 연습하고 주행 연습을 가기로 했는데 우리가 예약한 시간이 끝나도록 다음 연습자가 오지 않아서 계속 후진 연습을 했다. 오늘은 날씨가 쌀쌀했다. 게다가 Nathan은 추위를 많이 탔다. 3시간 20분 정도를 연습하니 다음 연습자가 와서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그 시간 동안 Nathan은 트럭 밖에서 나를 교육하고 방향 지시하느라 덜덜 떨었다. 오랫만에 하는 매뉴얼 운전이라 괜찮을까 싶었는데 별 문제 없었다. 오히려 지난 주보다 조작이 더 능숙해졌다. 차량이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오래 전부터 수동 차량 운전한 경험이 몸에 배어 있어 매뉴얼 운전은 큰 문제가 아니다. 직선 후진 연습을 하고, 오프셋 연습에 이어, 평행주차 연습까지 했다. 진도가 너무 많이 나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직까지 혼자서 완전히 할 정도로 익힌 게 아니다.
연습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빌리라는 아저씨를 만나 함께 갔다. 빨간 머리의 6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였다. 빌리는 Nathan의 트레이너의 트레이너였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태사부 정도 되는 셈이다. Nathan의 픽업 트럭을 타고 월마트 근처의 중국 뷔페 식당으로 향했다. 대형 트럭을 타다 픽업 트럭을 타니 차가 미끄러지듯 부드러웠다. 빌리는 어떤 트레이너와 학생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그 학생은 9일 동안 샤워를 못 했으며 트레이너에게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나한테 두어 가지 질문을 했는데 Nathan에게 들어서 아는 내용이라 답했더니 Nathan은 기뻐하며 주먹을 부딪혔다. 내가 트레이너는 잘 만났구나 싶었다. 빌리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자기 머리 색깔 덕분에 모히간선에서 129 달러에 사흘을 묵은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우리를 웃겼다. 중국 뷔페는 아주 괜찮았다. 스프링필드에 온 이후로 가장 좋은 식사였다. 김치도 있었다. 맛은 별로 없었다. Nathan도 김치를 담아 왔다. 너 김치 먹을 줄 알아? 그럼 나는 어릴 적에 한국에서 살았다고. 그러면서 빌리에게 김치예찬론을 펴기 시작했다. 영어를 잘 하니 나보다 더 김치전도사가 되는구나. 안 그래도 먹성 좋은 Nathan이 뷔페에 왔으니 큰 일 났다 싶었는데 예상 외로 네 접시만 먹고 말았다. 나는 두 접시를 먹었다. 빌리는 세 접시 정도 먹었는데 주로 고기 위주로 먹었다. Nathan이 먼저 일어나더니 카운터로 가서 전부 계산을 했다. 헤어지면서 빌리는 Nathan은 좋은 트레이너니까 열심히 해서 그의 자랑이 되라고 격려해줬다.
퀄컴 전자로그인 단말기가 계속 리부팅을 반복 하길래 내가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건드렸더니 Nathan이 손대지 말라 했다. 잘못되면 우리가 물어야 한다며 서비스센터에 가서 고치면 된다고 했다. 얼마 후 회사 내에 있는 정비소에 들러 단말기를 손봤다. 내 생각과 달리 단말기와 연결된 블랙박스 쪽의 문제였다. 트레일러 하적장에서 끌고 갈 트레이너를 찾아 트랙터에 연결시켰다. 아침까지 기다렸다 출발할 예정이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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