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일간 노바야가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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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서로 얼굴을 마주대고 단독회담에서, 그 다음엔 확대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그에 대한 반대급부(反對給付)로 북한의 제재 해제와 체제 보장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한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전 세계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았으며, 이것이 현실임을 믿을 수 없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1972년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여 마오쩌뚱과 가졌던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가졌던, 냉전의 종식과 화해의 시작이 되었던 미소 정상회담에 비교하고 있다.

 

 

치열한 신경전

 

트럼프 미대통령은 5월 10일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개최 협상은 4월초부터 진행되었는데 북한이 억류된 3명의 미국인을 석방했을 때부터 논의가 무르익었다. 그 이전에 있었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은 비핵화 및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준비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1953년 이후 적대관계에 있던 남북관계가 화해 모드로 돌아섰지만 평화협정은 조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대북해법에서 리비아식 시나리오를 언급한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분노하여, 적대감이 가득 찬 언사를 이유로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취소했다. 그 불과 몇 시간 전에 북한은 외국 언론 기자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했었다. 그러나 좌초(坐礁)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였던 북미 정상회담은 6월 1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김정은의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한 후 개최가 확정되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누가 실제로 양보를 한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싱가포르 현지에 모인 언론 관계자들은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사실 하나 만으로 양국 정상 모두에서 무조건적인 승리를 안겨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으로 사진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정은은 더 이상 ‘세계의 불량아’로 낙인찍히지 않게 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클린턴, 오바마 등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거두지 못했던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대한 보상으로 경제적인 원조와 제재 해제, 주한미군 철수 등은 하루 만의 회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두 정상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는 것만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이미 시작되어 굴러가기 시작했다.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은 통역만을 배석시킨 채 두 정상이 약 40분간 단독으로 회담을 갖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확대회담, 오찬 순으로 순서가 진행되었다. 이번 정상회담 미국 측 대표단의 공식 구성원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켈리 비서실장, 성 김 주 필리핀 대사, 매트 포팅거아시아 담당 차관보였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친절하고 정중하게 김정은을 배려했고 김정은의 어깨와 등에 수차례 손을 얹고 친근감을 표시하며, 정상회담 개최 측인 것처럼 회담장으로 김정은을 안내했다. 정상회담 전 모두(冒頭) 발언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면서 두 정상이 아주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많은 그릇된 관행들과 장애를 다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론자들은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있는 법이라면서 북한의 비핵화 사찰 및 검증 절차, 미국의 북한 체제 보장 방법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현재까지 어떤 대답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담전 북한 측 대표단은 북한을 개방하여 미국 측 투자를 받고 싶다는 의향을 피력한 바 있다. 그 시작으로 과거 소련이 개방과 개혁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던 맥도날드 체인점을 받아들이고 싶다고도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예비적 결과

 

백악관 고위 관리에 의하면 북미정상회담의 최종 목표는 미국의 국가 안보 위협 목록에서 “북한의 핵 위협” 이라는 항목을 삭제하는 것이다. 6월 1일 김정일 친서를 받은 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부에 대해 “최대 압박”이라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전례없는 제재”를 하겠다는 위협(威脅)도 사라졌다. 이러한 변화는 그가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밝힌 대로 오는데 처음엔 최대 압박을 하고 그 후 약간의 후퇴를 한 다음 거래를 시작한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그런 전략이 현재까지 어떤 눈에 보이는 실제 성과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현재 대외 정책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전에 참석했던 G7 정상회의에서 그는 공동성명에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이번 회의가 역사상 가장 실패한 회의로 전락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무역 전쟁에서는 나프타 협정 개정 협상,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모두 난항(難航)을 겪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약속은 그 실행이 소원해 보인다. 그는 G7 정상회의에 러시아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것도 사실상 알루미늄과 강철에 대해 부과한 무역 관세로 인한 무역장벽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다른 주제로 전환하려는 의도에서 던진 제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런 사건들을 배경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번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이고 획기적이라고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로 나가는 여정의 첫 발자국을 내딛었다고 말한 이유가 이해된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자리한 2500명의 세계 언론 취재진 앞에서 순서에 없던 공동 서명식을 갖고 포괄적 문서인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이번 회담이 기대보다 훨씬 더 잘 진행되었으며,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매우 신속하게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트럼프의 입장을 뒷받침해 주려는 듯이 여기에 덧붙여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알렉산드르 파노프 | 러시아 일간 노바야가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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