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과학교사로 최근 <생명과학 이야기>를 출간한 동포 작가 박광하씨(왼쪽). 그는 “모든 생명체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협동의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직 과학교사 박광하씨, 최근 출간한 <생명과학 이야기>서 강조
지구의 탄생과 함께 생명체도 시작됐다. 이 생명체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제각각 형태가 다른 생명체로 변해 왔을 것이다.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게 자연 선택이자 진화의 법칙이다. 수십억 년 전에 탄생한 생명체가 한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 형태를 이어온 결과가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현상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전직 과학교사를 역임한 동포 작가 박광하씨는 최근 출간한 <생명과학 이야기>에서 “인간은 모든 생명체를 인간의 소유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하는 협동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먼저 DNA에 새겨진 혈통과 인류의 발자취를 거론하면서, 미생물의 공존과 경쟁, 세포를 통해 본 인간의 수명 문제 등 생명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서 출발한다. 이어 생체시계와 면역, 비타민이란 무엇인지, 왜 피가 물보다 진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명체의 한 축인 ‘식물’ 편에서는 광합성과 꽃가루받이, 식물의 색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식물에 관한 흥미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또 ‘동물’ 편에서는 까치와 까마귀, 도요새, 지렁이 등 동물의 행동 양식에 대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들려준다. 특히 까치와 까마귀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편견이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의 미덕은 ‘재미없고 딱딱할 것’이라는 과학 서적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일반 독자들도 흥미로운 지적 여행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새로운 기술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른 ‘생명과학’에 대한 폭넓은 상식을 전해준다는 점은 저자에게 새삼 고마움을 갖게 한다.
저자는 “기타를 배우며 수다를 떨다가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칼럼을 제안 받고 생명과학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글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한 동포 미디어에 게재됐던 칼럼들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며 동네 친구들과 여러 새들을 잡아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칼럼을 쓰는 동안 반성문을 토로하는 마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생명체에 대해 인간과 협동의 대상임을 강조한 것은 이런 반성에서 시작된다.
“집 앞에 마카다미아 나무가 있는데 따기 어려운 곳의 열매는 앵무새들이 와 따 준다. 견과를 깨기에 적합한 투박한 부리를 가진 앵무새가 돌처럼 단단한 마카다미아 속껍질을 부리로 쪼아서 깨뜨리고 알갱이를 먹는데, 나는 앵무새가 떨어뜨려 놓은 것을 깨서 먹는다. 도요새는 알래스카에서부터 파라마타 강으로 겨울을 나러 온다... 이런 이야기들을 담았다.”
한편 저자는 다음 주 토요일(28일) 이스트우드 한호일보 강당에서 <생명과학 이야기> 북콘서트를 개최(오후 3시-5시)한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