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우기를 알리듯이 비가 내린다. 꽃피는 봄까지 내릴 비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어느새 돌아왔고 달력은 딸랑 한 장 남아있다. 하루는 같은 하루인데 일 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간다. 한기와 습기가 뼈 속까지 파고들며 지나 온 한 해가 아득해진다. 기운내자고 비 내리는 창밖을 보다 기름 냄새 고소하게 풍기는 전도 부쳐 먹기도 하고 뜨끈한 수제비도 끓여먹어 본다. 집에만 있기보다는 바람을 쏘이며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데 미술관이나 영화관은 식상하다. 재미나면서 새로운 곳이 어디일까 찾아보니 파리지하 묘지와 하수도가 눈에 들어 온다. 관광객이 아니면 잘 가지 않게 되는 이색 장소를 방문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드나들어 보기도 하고, 매일 무심코 버리는 물들이 어디로 흘러가나 구경도 해보고, 기분전환에는 안성맞춤이다.
파리 지하묘지, 카타콤 (Catacombes de Paris)
파리 지하묘지는 몽파르나스 묘지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보통 카타콤이라 부른다.
카타콤은 성인 세바스찬의 무덤 ‘아드 카타쿰바스(Ad Catacumbas·웅덩이 옆)’에서 유래되었다. 기독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모였던 곳에서 숨진 이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카타콤은 로마, 나폴리, 시라쿠사 등 유럽 등에 많이 있지만 파리의 카타콤은 몽파르나스 묘지에 묻히지 못한 유해, 버려진 유해들이 묻힌 곳이다. 자원 고갈로 폐쇄된 석회 채굴장이었던 곳으로 18세기에 지하공동묘지로 조성되었다. 그 당시 흑사병이 유행하며 수많은 파리 시민들이 죽었지만 일반 묘지에 묻힐 자리가 없어 세워진 것이다. 혁명정치 후의 공포정치 시대에 처형된 유해들도 이곳에 있다. 대표적인 이들이 라블레, 라신, 파스칼, 몽테스키외, 막스 밀리앵, 당통, 로베스피에르 등 이다.
카타콤은 19세기 이후 공사를 완비해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카타콤의 길이는 300㎞, 넓이는 11,000m²의 아주 큰 규모로 500만구 이상의 시신이 묻혀 있다.
일반인 관람 코스를 1.5㎞로 제한할 만큼 길이 복잡한 미로로 곳곳에 경찰관이 서 있다. 카타콤에서 길을 잃고 실종 된 사람들이 많아 취해진 조치로 카타콤 실종자를 주제로 한 ‘로스트 인 더 파리 카타콤(Lost in the Paris Catacomb)’ 다큐멘터리도 있다. 프랜시스 프리랜드 감독이 1998년에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지옥문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담고 있다.
묘지에 들어서면 지하 수도가 있고 이곳이 세계 제 2차대전 레지스탕스의 작전본부가 세워진 거점이었다.
개방시간 : 월요일: 10h 30- 18h 45,
화~일 10h-20h30
주소 : 1 avenue du colonel Henri Rol-Tanguy 75014 Paris
파리 하수도 (Les egouts de Paris)
파리의 하수도는 150년 역사를 갖고 있다. 하수도가 생기기 전 파리는 창문을 통해 길거리에 오물을 버려 위생이 좋지 않았고 거리는 악취가 심했다. 비가 오면 길거리는 오물과 진흙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귀부인들이 긴 드레스를 입고는 걸을 수 없을 정도여서 만들어진 것이 굽이 높은 신으로 지금이 하이힐이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시인구가 급증하면서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근대식 하수도이다. 지하묘지처럼 하수도도 제 2차 세계 대전시 레지스탕스의 거점으로 사용되었다.
하수도에 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책으로는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다. 장 발장이 마리우스를 업고 하수도를 따라 피신하는 묘사는 정확해 고증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파리 하수도에는 하수도뿐만 아니라 전기, 통신 케이블, 가스배관, 진공우편 배달 통로등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파리 시내에 전봇대가 없고 전선줄이 늘어져 있지 않은 이유이다.
하수도는 길이 2,350km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었고 하수도마다 파리 시내의 거리명과 주소가 표시되어 지상의 파리를 상상하며 걷는 것도 재미나다. 다만 정비가 잘되어 냄새가 거의 나지않지만 냄새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은 가지 않는 것이 좋다.
하수도 방문은 하수도 박물관에서 시작하며 하수도박물관에서는 파리 하수도의 역사와 하수의 처리과정과 방법 등을 볼 수 있다.
개방시간 : 11h00-17h00, 목, 금요일은 휴관
주소 : Pont de l’Alma, face au 93, quai d’Orsay, Place de la Résistance 75007 Paris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