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지난 15일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면서 베트남에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한상사중재원(원장 이호원)이 현지에 우리 조정·중재제도의 우수성을 알리는 'K중재' 홍보에 나서 주목 받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중국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의 공장 지위를 넘보고 있는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한국 기업의 대표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중재 등 관련 법률서비스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20~21일 베트남국제중재센터(VIAC, VIETNAM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ER)와 함께 호치민과 하노이에서 '기업 인수 합병시 발생하는 리걸 리스크 및 분쟁에 관한 면밀한 조사(Closer look into legal risks & disputes in M&A transactions)'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베트남 대표 도시인 호치민과 하노이를 순회하며 개최한 이번 행사에는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인과 법조인들이 대거 참석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진행된 세미나 일정에도 불구하고 250여석이 모두 만석이 될 정도였다.
세미나에서는 △국제중재산업의 최신 동향 및 업데이트(Updates on new movements in international arbitration and other ADRs) △베트남에서 기업인수 합병시 발생하는 리걸 리스크(M&A transaction in Vietnam-Detecting common legal risks) △기업 인수합병시 발생하는 분쟁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제중재(International Arbitration-Most efficient tool to resolve M&A disputes)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베트남 현지 사무소에 파견 근무중인 국내 대형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베트남은 공산주의 특성상 엄격하고 다양한 규제를 갖고 있어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권을 허가받기 어려운 만큼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는 해당 기업이 원하는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베트남 현지의 작은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 "따라서 한국 로펌들도 베트남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업무가 기업 인수·합병시 따르는 리걸리스크 자문인데, 오늘 주제는 매우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자국기업 우대 성향이 강한 동남아시아 법원들의 특성상 소송에 비해 절차도 간소하고 가격도 저렴한 중재산업이 베트남에 잘 자리잡는다면 국내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新)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물론 베트남에 진출한 많은 외국 기업들이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국제중재제도를 널리 이용하고 있다. 판사 역할을 하는 중재인을 직접 선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적·시간적 비용도 상대적으로 덜 들어 통상 1년안에 현지 법원 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베트남 현지 로펌 변호사는 "기업들이 사업을 함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불확실성의 해소인데,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분쟁이 생겨 소송으로 갈 경우 1심 선고에만 10년 이상 걸린 사례도 있다"며 "특히 공산국가인 베트남은 한국과 같은 3권분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법원을 정부가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는 만큼 외국 기업들이 소송보다 중재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VIAC를 주로 찾는데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KCAB(대한상사중재원)도 하나의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권희환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팀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한상사중재원을 고려해 줄 것과 대한민국 중재산업의 홍보를 통해 중재산업 자체의 저변을 넓히고자 이번 세미나를 마련하게 됐다"며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중재 제도가 싱가폴국제중재센터(SIAC), 국제상공회의소(ICC) 등과 같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현지 수요자들에게 직접 알리는 소중한 자리였다"고 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81억달러(우리돈 9조1200억여원)를 돌파했다. 또 한국의 베트남 수출 규모는 2007년 13위, 2014년 6위에서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에는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삼성과 LG, SK, 롯데 등 7000여개의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활동 중이다. 호치민 또는 하노이 어느 거리를 가도 고개만 돌리면 한국 기업들의 간판이 보일 정도다. 진출 기업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인수합병(M&A), 투자, 회계는 물론 분쟁 등과 관련한 법률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율촌, 지평, 로고스 등 국내 대부분의 대형 로펌들이 10여년 전부터 베트남에 사무실을 내며 꾸준히 진출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지난 6월 베트남 호치민에 사무소를 냈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