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TV J One의 프로그램 ‘우리들끼리만(Ca reste entre nous)’ 의 사회자 마리 팔로(Marie Palot)의 긴 인터뷰 기사가 1월 4일자 르 피가로 지에 실렸다.
마리 팔로는 30세, 한국 입양아 출신이다. 지난 9월, 파리15구 광장에서 열린 코리안페스티벌에서 사회자로 참여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얼굴이다.
그는 그라스 리(Grace Ly)가 시작한 ‘우리들끼리만’의 프로그램 진행자로 프랑스에서의 동양인에 대한 차별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이 프로그램은 J One 텔레비젼에서 2013년 10월 4일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마리 팔로는 망가(만화), 음악, 코스플레이, 애니메이션, 팝 아시아 문화에 관한 최신 현상을 소개하고 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 매일 9시45분, 12시 55분, 20시 15분에 진행한다.
J One은 카날사트(Canalsat) 또는 뉴메리카블(Numericable)로 시청이 가능하다.
동양인 차별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 진행자로
그는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인종차별을 경험하지는 않았다고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의 가족이 프랑스인들이었고, 그 역시도 아시아 억양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 자신조차도 잊고 있었다.
또한 주변 환경이 여러 인종들과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소녀 시절에 이상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어도 그의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창조적이라면서 점수를 더 주었다고 술회했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신체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흥미있는 일은 아니었다. 특별히 자랑스럽거나 부끄럽지도 않았고, 내세울 만한 일도 아니라고 여겼다. 어렸을 때는 옷 차림이 중국인 또는 일본인 같았고 한국인 옷 차림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우리들끼리만’은 프랑스에서 출생한 사람들의 정체성 찾기에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스스로에게 ‘나는 프랑스인인가 한국인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인이라고 자답했다. 이름은 ‘마리-샤를로트’(Marie-Charlotte).
사실 그는 이 직업을 시작할 때까지만해도 그가 프랑스인인지 한국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TV에서 아시아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그에게 정체성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외적인 모습 때문에 캐스팅에 통과했는데, 그것이 그의 호기심을 돋구는 계기가 되었고, 더 깊이 찾아 보고 싶었다.
그의 정신적 문화와 유산은 프랑스에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직업과 여러 차례의 아시아 여행을 통해 그는 자신의 신체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28세 때 그는 처음으로 한국에 갔다. 그 혼자만 아시아인이 아니라는 느낌을 갖기를 기대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과 같은 얼굴을 하는 것이 하나의 잇점이고, 또 불어로 말하는 것이 또 하나의 잇점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완전한 한국인이 아니고, 프랑스에서는 완전한 프랑스인이 아니었다. 그는 두 의자 사이에 놓여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것은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될 수 있었지만 그것에 일체화 되기까지 어려움을 느꼈다.
직업을 가지며 정체성 문제 새롭게 인식
그는 전에는 정체성을 지리적 또는 소비니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 프랑스인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 있으니까 프랑스이라는 것이다.
억양없이 완벽하게 불어로 말하고 프랑스 이름을 가졌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의 출생의 근원지로부터 완전히 멀어진 사회에 속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는 완전히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했다.
출생(피)의 문제가 아니고 성장(교육)의 문제다. 프랑스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는 프랑스인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매니저로부터 그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채용 당시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의 태생 때문에 채용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아주 드문 아시아 출신의 TV 사회자다. 그리고 그가 속한 TV프로그램이 아시아 문화에 관한 것이다. 그는 현재 미디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동향을 알게 되었다. 아시아에 대해 말할 때 아시아 인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신뢰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고정 관념 속에만 빠져들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좋다고 그는 생각했다.
실제로 프랑스 미디어와 영화에 아시아인들의 참여가 미미하다.
그가 어렸을 때만 해도 미디어에서 아시아계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무술 영화에만 간간히 존재했다.
그가 지금 아시아 문화와 관련한 TV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것이 아직 진정한 첫 발은 아니다.
그는 언젠가는 아시아 출신이 메인 뉴스 앵커가 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쿼터를 채우기 위한, 사회적인 이유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누구든 차별없이 임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들끼리만’에서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기를 원한다.
그동안 거리낌 없이 짓밟아 온, 비밀스러운 소수 공동체(아시아 계)에 프랑스가 처음으로 발언권을 주고 있다. 지난 평창 올림픽 때 어느 프랑스 TV 해설자가 복잡한 한국 이름을 가진 선수를 필립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는데, 다른 공동체 같았으면 비난으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
동양인은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이런 것을 비난할 권리도 없나? 이런 것들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우리끼리만’은 좋은 이니시어티브라고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진명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