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레이크뉴스=상하이 한길수 기자>
코로나 19의 진원지 중국에서 정부가 무증상 환자를 고의로 통계에서 누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증상 환자군은 전체 환자의 3분의1에 해당되는 코로나 확산의 복병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 통계에서 4만3000여명에 달하는 무증상 감염자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무증상 감염자도 확진자로 보고 있으며, 한국도 같은 방식으로 집계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중국의 확진자는 현재 8만1000여명에서 12만4000여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무증상 감염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복병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기밀문서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발열,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환자가 전체 환자의 3분의 1가량에 이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까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즉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는 4만3000여명이었다. 이들은 의학적 관찰 대상으로 격리 조치됐지만 확진자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달 7일부터 기준을 바꿔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관련 증상이 없으면 확진자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발표한 무증상 환자는 지난 11일 기준 자국 내 확진자 4만4672명 중 889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30만건 이상 코로나19 검사를 한 한국에서는 전체 환자의 20% 정도가 퇴원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자로 집계됐다.
세계 각국 통계에서도 무증상 감염자는 확진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홋카이도대 히로시 니시우라 교수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빠져나온 일본인 확진자를 조사한 결과 30.8%가 무증상 환자였다고 밝혔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도 확진자 712명 중 334명이 무증상자였다.
니시우라 교수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중국 측 보고서와 중국 밖 진단 사례를 근거로 한 통계적 추정치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상당한 사례가 누락됐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 확산의 복병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미국·영국·홍콩 학자들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지난 1월 23일 우한이 봉쇄되기 전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79%는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한 환자에게서 전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자는 경미하거나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중국 내 코로나19 발병 사례 450건 중 10%가량이 무증상 감염인 것으로 추정했다.
홍콩대 호팍룽 교수는 “무증상 환자는 기침을 하지 않아 전염성이 낮다고 여길 수 있지만 환자가 말할 때도 비말(침방울)을 통한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니시우라 교수도 “무증상 감염 비율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높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발병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유증상자만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서방 국가들에서 감염자 수가 폭증하는 이유가 ‘무증상 감염’ 때문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무증상 환자가 4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대다수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