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러…유학생…취업자 등 호주 정부 혜택 전무
NSW 노동당●노조 설문조사, ‘생계난 심각’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호주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 체류자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이 사실상 셧다운 되면서 대부분의 임시 이민자들이 실직 상태에 놓였지만 호주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이들의 생활고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호주에는 현재 120여 가지의 비자 항목을 통해 300만 여명이 ‘임시 이민자’의 신분으로 체류하고 있다.
호주 영주권자를 제외한 한국 국적자들의 경우도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메이커, 취업자 등 다양한 비자로 전국에 최소 5만여 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당의 예비내무장관 크리스티나 케넬리 연방상원의원은 최근 한 공개 강연에서 “호주 전체 인구의 12%가 임시 이민자이며, 이들 가운데 160만 여명이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상태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호주인들과 똑같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해온 이들 160만 여명 가운데 호주정부의 코로나19 경기 부양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우는 난민 비자 대기 상태인 임시보호비자 소지자 정도에 불과하며, 배우자 비자를 신청한 경우는 국민의료보험(메디케어) 등 일부 혜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영주권 이상이 없는 비자 소지자에게는 현 상태에서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전무하다.
NSW 노동당●노조 “주내 임시 이민자 43% 심각한 생활고 직면”
호주에서 취업이 허용된 임시 이민자들의 대다수가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생계난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NSW주 노동당이 공개한 한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 비자 소지자들의 50%가량이 코로나19 사태로 실직했고, 또 다른 18%는 근무 시간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지적됐다.
그 결과 임시 이민자들의 43%가량이 생활고를 겪으면서 식사를 건너뛰고 있는 실태라고 이 설문조사는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호주를 떠나겠다는 응답자는 19%에 불과했고, 33%는 현재 파트너나 친구의 도움에 의존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응답자의 32%는 “결국 호주정부가 지원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3700명의 비영주권 비자 소지자들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67%는 학생 비자 소지자였으며 11%가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6% 졸업비자, 6% 브리징 비자, 5% 스폰서십 비자 등이었다.
전체의 35%는 비정규직, 25%는 파트타임 고용 상태이었으며, 전체 응답자의 46%가 웨이터, 주방보조, 청소, 소매업소 점원 보조 직에 종사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NSW 노동당과 노조는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안의 초점이 맞춰진 ‘구직자 수당’과 ‘일자리 지키기 수당’ 혜택을 이들 임시 이민자들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당과 노조는 “구직자 수당과 일자리 지키기 수당은 호주 경제 보호 차원의 호주 경제 구성원을 위한 혜택 조치인 만큼 이들 임시 이민자들도 그 혜택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98.7%가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즈음해 호주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있는 경우도 단 1.5%에 불과했다.
사진=AAP. 기자회견 중인 NSW 노동당의 조디 맥케이 당수
조디 맥케이 NSW 노동당 당수 “정부, 임시 이민자 최저 생계 책임져야”
조디 맥케이 NSW 노동당 당수(사진)는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을 경우 이민자 사회 내의 코로나19 지역 감염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해외 이민자들의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가격리는 언감생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조디 맥케이 당수는 “코로나19의 안전망의 근본 취지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이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다수의 임시 이민자들이 이 사회의 빈민으로 전락하고 있지만 이들은 의료 혜택도 매우 제한적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주관한 NSW 노조는 “이민자 밀집 지역의 유권자들과 연대해 임시 이민자들의 어려운 상황이 정치권에 전달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단체 관계자는 “이민자 근로자들은 우리들의 학교를 청소하고 우리의 노약자들을 돌보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이들은 호주 경제의 구성원으로서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납세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도 동등한 재정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디 맥케이 “주총리, 연방정부에 목소리 높이라”
조디 맥케이 당수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임시 이민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NSW 주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공개 촉구했다.
조디 맥케이 당수는 3일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에게 발송한 서한을 통해 “임시 비자 소지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달라. 호주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과 동등한 재정 지원 대책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맥케이 당수는 “연방총리가 주재하는 내각 합동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조디 맥케이 당수는 또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실직 사태가 쏟아지고 있는데, 똑같은 처지에 놓인 NSW 주 내의 110만 명 이상의 비자 소지자들은 실업수당이나 일자리 지키기 수당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처지이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맥케이 당수는 “이들 비자 소지자들도 호주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소득세와 GST, 더 나아가 각종 소득세 등을 납부함으로써 NSW주 예산에 기여한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맥케이 당수는 “임시 이민자들도 호주의 근로자들과 동등한 경제적 지원이 주어져야 한다”면서 “다문화 사회인 NSW주 내의 이민자 사회가 모두 공감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0%, 코로나19 사태로 실직. 18%는 근무 시간 격감
●응답자의 51%, 저축한 돈으로 생계 유지하고 있으나 수 주안에 자금 고갈 직면 예상
●응답자의 98.7%, 현 상황 관련 정부 혜택 받은 적 없음.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은 경우도 1.5%에 불과
●응답자의 20%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한 방을 공유하고 있음
●응답자의 26%, 방세 지불에 어려움 직면
●응답자의 3.5%, 현재 거주할 처소가 없음
냉담한 호주 정부…”돈 없으면 돌아가거나 수퍼 적립금 인출하라”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의 반응은 매우 싸늘하다.
호주 정부는 ‘현재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호주 내의 모든 체류자가 아닌 영주권자 이상을 위한 자국민 우선 정책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경제적으로 지극히 곤궁한 임시 체류자는 출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런 상황 속에 연방정부는 “임시 이민자들에 대해 ‘국민퇴직연금’(superannuation) 적립금의 조기 인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정적 위기에 직면한 유학생 등 취업이 허용된 임시 이민자들의 국민퇴직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출 가능 한도액은 1만 달러로 설정됐다.
NSW주 내의 해외 유학생 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비현실적 조치이며, 임시 이민자들 가운데 국민연금에 1만 달러 이상을 적립한 경우도 별로 없다”라고 지적했다.
호주 내 124개 단체, 임시 체류자 지원 촉구 연대 캠페인
이런 가운데 주 내의 124개 단체가 비영주권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책을 촉구하는 연대 캠페인에 착수했다.
이번 캠페인은 비영주권자 대상 설문조사를 주관한 NSW 노조를 중심으로 자선기관, 이민자 단체, 종교기관, 사업자 단체 등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NSW 노조는 “연방 정부는 이들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 영주권자와 비영주권자를 양분하는 것은 지극히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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