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복지 정책 마련 촉구
홍콩 경제 침체와 실업률 상승으로 더 많은 홍콩 부부들이 아이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여성개발협회(Hong Kong Women Development Association)는 지난달 18세 이상의 남성과 여성 총 1,2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56%가 아이를 원치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보다 2% 포인트 낮지만 설문조사가 처음 실시되었던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높다.
특히 20~29세 집단 중 아이를 원치 않는 사람이 84%를 차지해 설문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았다. 2019년보다 37% 포인트 크게 늘어나 전체 집단 중 가장 아이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30~39세 집단과 40~49세 집단 중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답변한 응답자 각각 55%와 30%를 차지했으며 2019년보다 7% 포인트와 4% 포인트 늘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녀 계획에 대한 동기가 부족하며, 의료적 시스템 문제보다는 사회적 시스템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경제 침체(91%), 아이를 키우기 부적합한 자택 공간(88%), 바쁜 일로 자녀를 돌보거나 함께할 시간 부족(87%) 등의 이유들이 자녀 계획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이들은 홍콩의 보육 서비스 등 자녀를 키울 사회적 제도가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60% 이상이 아이로 인한 생활 방식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부부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비드19 팬데믹 확산 이후 홍콩 실업률이 7.2%로 집계돼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뤄 치퀑(Law Chi-kwong) 노동국 장관은 “2020년 1~11월 기간 출생률이 17% 하락해 신생아 수가 4만369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4만6414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넘어섰다”라고 출산율 하락을 경고했다.
아우 영(Au Yeung) 홍콩여성개발협회 부회장은 마이너스 인구 성장에 대하여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과거에는 아이를 원치 않는 남성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여성들도 늘어났다. 과거보다 여성들이 경제적 독립성과 자유가 강화되면서 커리어 개발에 더 집중하기 원한다”라며 “정부는 가정 복지 관련 정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표준 근로 시간을 따를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더 많은 공공 주택들을 건설해 자녀가 있는 가정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정해 사람들이 아이를 갖을 수 있는 동기부여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18.5% 줄어든 4만310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5년래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 12월에 발표된 홍콩 출산율 관련 공식 보고서에서 “지난 40년 동안 출산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홍콩은 그동안 출생률이 2.1명을 넘은 적이 없다. 출산율 하락 원인으로 결혼을 미루는 추세, 미혼 여성 증가, 이혼 증가 등 복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OECD 국가 평균 출산율은 1.65명이며 홍콩은 2019년 1.05명에서 지난해 0.87명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다. 출산율이 2.1명이어야 인구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2.1명 미만이면 저출산으로 간주된다.
폴 입(Paul Yip) 홍콩대학교 사회과학과 부학장은 “출산율 저조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제다. 정부는 이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기 보다는 자녀 계획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재정적 어려움, 교육 시스템, 정치적 환경 등 문제들을 제거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비드19 팬데믹이 많은 부부들의 출산 계획을 미루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사를 보면 경제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을 때 출산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부터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에 대한 우려로 임신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침체로 실업, 임금 삭감 등으로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어 출산을 미루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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