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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입니다. 어린 시절 골목길이나 학교운동장에서 흔히 즐겼던 놀이를 ‘데스 게임’(Death Game)의 독특한 소재로 활용했는데요. 더하여 극한상황에 몰린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드라마라는 설정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셈이지요.

 

 

이 9부작 드라마에서 등장한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뽑기(달고나)’ ‘줄다리기’ ‘구슬놀이’, ‘함정 건너기’, ‘오징어놀이’ 등 6개다. 이중 ‘함정 건너기’는 전통놀이와는 무관한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이고 줄다리기는 연령을 초월한 민속놀이라고 해야겠지요.

 

'뽑기(달고나)'는 놀이라기보다 일종의 군것질인데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50대 이상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쭈그리고 앉아 코묻은 돈으로 사먹곤 했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뽑기'는 서울과 경기에서 불렀고 부산/경남에선 '똥과자' 또는 '쪽자', 경북은 '국자'라고 했다는군요. 광주/전라에선 '띠기' 또는 '오리띠기', 충남은 '띠기', 충북은 '똥과자'라고 했답니다.^^

 

 

국자에 설탕을 넣고 연탄불에 올려놓은 후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녹인 후 하얀 소다를 넣어 부풀어지면 철판에 납작하게 눌러 별모양, 하트 모양을 찍어줍니다. 그걸 바늘로 조심스럽게 뜯어내 부러지지 않고 모양 그대로 떼어내면 공짜로 한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요.

 

 

드라마에선 실패하면 끔찍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으로 이어지지만 어쨌든 드라마덕에 옛 추억(追憶)을 돌이키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억의 놀이들이 상당수 일제 잔재(殘滓)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술래가 고개를 돌릴 때 전진하는 놀이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일본의 ‘다루마상가 코론다’(王様だるまさんが転んだ 달마씨가 넘어졌다)를 원형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일제 때 무궁화 보급에 평생을 헌신한 남궁억(南宮檍 1863~1939) 선생이 말년에 동네 아이들이 일본말로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다루마상가 코론다’ 대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바꿔부르게 한 것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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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웹사이트 캡처

 

 

 

이 때문에 이 놀이를 ‘왜색’으로 규정하고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들어온 놀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기 보다는 오히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강력한 저항의식과 독립관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봅니다.

 

 

‘비석치기’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 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일제의 간계가 숨어있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기때문입니다. 아다시피 비석은 유교문화의 조선에서 가문의 역사이자 자부심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절대 건드려서는 안될 신성시 되는 비석을 쳐서 깨뜨리고 넘어뜨리는 놀이로 전파된 것은 조선의 문화와 정신을 파괴하려는 일제의 흉계(凶計)가 숨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곰곰 따져보면 우리가 어릴적 하던 놀이 대부분은 일제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놀이를 하기 위해 편을 가를 때 흔히 쓰는 방법인 ‘데덴치’ 역시 일본말이고 가위바위보도 ‘짠깸뽀’로 하던걸 우리말로 바꿨을 뿐입니다. 묵찌빠 역시 일본말입니다.

 

 

짬깸뽀는 1970년대까지 아이들 사이에 널리 사용됐고 묵찌빠 놀이는 지금도 하고 있으니 일제의 얼룩을 덜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에 따르면 짬깸뽀는 일본의 개화기인 1688-1704년경에 중국에서 전해졌다고 하니 원조를 일본이라 하는 것도 사실 어폐(語弊)가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더 소개하면 아이들의 놀이 중 ‘쎄쎄쎄’ , 고무줄놀이, 딱지놀이, 사방치기도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가을 운동회의 대명사 ‘청백전’과 ‘박 터뜨리기’도 일본에서 전래됐구요.

 

 

'쎄쎄쎄'는 일본에서 하는 손뼉치기 놀이 '아오야마 둑에서(靑山土手から)'와 공통점이 많은데요. '아오야마 둑에서' 역시 '셋셋세(せっせっせ)'로 시작하고 노래 곡조도 거의 같다니 요즘말로 ‘빼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제의 식민지배 기간은 고작 35년이고 그들의 속박에서 벗어난지 어언 80년이 되가지만 일제 잔재는 아이들의 놀이문화에까지 깊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언어는 그 민족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합니다. 두 번 다시 국권을 찬탈(簒奪) 당하는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고 우리의 말과 글을 소중히 보듬어야 할 이유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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