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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6구에 위치한 국립 동양 기메박물관(GUIMET MUSÉE) 오디토리움(AUDITORIUM)에서 지난 6월 1일 목요일 (20시,현지시각) 국립 부산 국악원(BUSAN NATIONAL GUGAK CENTER) 초청 공연 “치유의 춤과 음악(Musiques et danses coréennes de guérison)”이 성황리에 마쳤다. 이 공연은 주프랑스한국문화원(le Centre Culturel Coréen, 원장 이일열)이 2023 한국문화재 테이스트 코리아(Taste Korea)! – 부산 스페셜 일환으로, 국립 동양 기메박물관(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국립국악센터의 전통예술단체가 선보인 공연은 현재 기메박물관에서 진행중인 ’Médecines d'Asie(아시아의 의학)'전을 중심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 전통예술 속에 구성된 ‘치유의 의식과 관련된 세 가지 전통 춤과 음악(노래)’을 선보였다. 부산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재(Patrimoine Culturel Immatériel de l’Humanité) 중 춤과 노래, 전통 무속의식(rituel chamanique)에서 영감을 받은 살풀이(Salpuri)춤(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와 진쇠(Jinsoe)춤, 그리고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Seungmu/僧舞) 등이다. 특히, 진쇠춤은 보통 경기도 도당굿에서 진쇠장단에 맞추어 연행되는 남자의 춤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국가 무형문화재 제 82-1호 동해안별신굿(Byeolsin-gut de la Côte Est) 가락에 맞춰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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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땅에서 본 만석의 공연장은 낯설었다. 정말로 국경을 초월하는 한국 전통 춤과 음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내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치유의 춤과 음악(Musiques et danses coréennes de guérison)”을 주제로 선보인 공연은 세 개의 프로그램 - 승무(Seungmu)→ 살풀이(Salpuri)→ 비나리 진쇠(Jinsoe) : 동해안 별신굿 가락- 로 구성되어 다섯명의 ‘국악기(북, 장구, 피리, 대금, 거문고, 해금 등)’ 연주자들의 장단에 맞춰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먼저, 한국의 전통 춤은 극도의 섬세함과 우아한 움직임을 기본으로 하며 견고하지만, 때로는 폭발적인 강렬한 에너지를 표현함으로써 스스로 그 예술성을 입증한다. 그 중 첫번째로 선보인 승무는 한국 무용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춤 중 하나이다. 특유의 ‘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이라는 개념을 표현하여 민속무용 중 가장 예술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승무는 국악기(피리, 대금, 해금, 장구, 북) 연주자들의 반주에 맞추어 시작하는데, 특히 북의 연타는 주술적(呪術的) 힘을 발하여 관객을 매료시키는 특징이 있다. 길고 짙은 색상의 장삼을 펄럭이며 춤을 추는 동안 무용수의 흰 고깔 아래에 언뜻 드러나는 신비로운 미소와 북을 향해 관객(정면)을 등진 모습 등은 일반적인 공연 예술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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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무(Seungmu) :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승무 (僧舞)는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완벽한 독무(獨舞)다. 주된 춤사위는 살풀이 춤과 유사하다. 굿거리 장단이 춤의 반주에 쓰인다. 일반적으로 파계승(破戒僧)의 고뇌(苦惱)를 나타낸 이 춤에는 수행(修行)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리고 이 어려움 때문에 끝내 수행을 포기하는 고뇌를 북을 두드림으로써 잊어보고자 하는 심정을 무용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무에 이어 살풀이 춤이 연행되었다. 무대 중앙에 하얀 수건이 놓여 있고, 무대의 왼편에서 말그대로 고즈넉이 등장한 무용수가 수건을 향해 다가가며 시작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살풀이 공연 내내 무용수가 마치 무대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비현실적인 춤사위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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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풀이(Salpuri) :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무속음악의 살풀이 장단에 맞춰 추는 즉흥무다. 살풀이 춤이 무속(굿 의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밝혀진 바는 없으나, 굿판(동해안 굿)에서 살풀이 장단에 맞춰 무녀가 축원이나 덕담을 하거나, 시주를 다닐 때 사용되며, 무녀의 즉흥적인 춤이다. 살풀이는 흰 명주 수건을 들고 추는 춤으로 수건 춤이라고도 불린다.

 

마지막으로 남무가 꽹과리를 들고 추는 춤인 진쇠춤은 남자의 춤이다. 무대에 등장한 남무가 꽹과리와 오색술이 달린 채를 들고 절묘하게 가락을 쳐서 소리를 내며 세상의 모든 신을 불러들여 함께 신명 나게 [놀아드리면], 잡귀가 물러나고, [관객들]의 “앞날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빌어주는 의식 즉, ‘비나리’로 시작했다 : ”우리 한국에는 신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늘에도 신이요. 땅에도 신…(중략) 각각 집집마다 신이요, 이 극장 기메 박물관에도 신이 있을 것이고, 여러분들 각각 다 신들이 있을 것….(중략) 오늘 이 신들을 다 불러다가 우리 이자리를 빌어서 신나게 놀아드린다면, 여러분의 앞날에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이고, 말소리마다 향내 나고 걸음걸이마다 꽃이 필 것이고, 못 이룬 소원이 있다면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중략)“. 남무가 동서남북을 향해 차례로 절을 하고 퇴장함과 동시에 두 명의 무용수가 경기도 도당굿(국가무형문화재 제 98호)의 진쇠춤을 ‘동해안 별신굿’* 가락과 함께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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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나리 진쇠(Jinsoe) : ‘진쇠’의 ‘쇠’는 전통 타악기 ‘꽹과리’의 다른 이름으로, ‘진쇠’란 ‘쇠’ 중에서도 가장 소리가 잘 나는 ‘쇠’ 즉, ‘참 쇠’라는 뜻이다. 즉, ‘진쇠춤’은 쇠를 들고 가락을 쳐 세상의 모든 신을 불러들여 모시고 달래어 잡귀를 물러나게 하는 의미가 있다.

 

*동해안 별신굿(Byeolsin-gut de la Côte Est)

 

동해안별신굿은 한국의 동해안 지역(강원도 거진에서 부산지역)에서 행해지는 별신굿이라는 말이다.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자연마을 단위로, 매년 혹은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마을 고유의 수호신에게 마을의 평화와 안녕 및 풍어와 다산 그리고 어부들의 안전을 빌기 위해 행해지는 마을 단위의 제사 중 하나로, 단골무(丹骨巫) 집단을 초청해 벌이는 무당굿이다. 동해안 별신굿은 1985년 국가 무형문화재(Patrimoine Culturel Immatériel) 제 82-1호로 지정되었으며, 이 굿을 맡아 진행하는 동해안 세습무(世襲巫) 집단은 기·예능 보유자로서, 인간국보(Trésors Nationaux Humains)로 인정되었다. 동해안 별신굿은 무녀가 굿을 진행하고, 남자(화랭이)들은 악사로서 음악을 연주한다.

 

공연은 완벽했다. 진쇠춤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으며, 부산 국립국악원단은 앵콜 공연으로 사물놀이(꽹과리, 장구, 북, 징) 음악을 선사하는 것으로 공연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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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립국악원단의 공연은 명불허전(名不虛傳)한 예술적 수준을 보여주었으며,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매력적이고 예술적 측면에서 완벽했다. 늦은 공연시간 지친 심신을 이끌고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공연장을 찾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머나먼 이국땅에 몸은 이주해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이주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이번 공연 ‘치유의 춤과 음악(Musiques et danses coréennes de guérison)’은 마치 그곳에 모인 모두의 상처를 감싸주는 반창고 같았다. 공연을 감상하기 전 부족했던 심신의 에너지는, 공연을 경험한 후에는 정말 각자 나름의 생명력이 채워지고 치유된 느낌을 받았다.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의 만족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에서, 높은 수준의 예술 공연이 주는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넘어서는 안정과 편안함을 엿볼 수 있었던 공연이다.    

 

▶국립부산국악원(BUSAN NATIONAL GUGAK CENTER)

부산은 수영야류, 동래야류, 동래학춤, 부산농악 등 다수의 춤과 연희의 본고장이다. 2008년 개원한 국립부산국악원은 부산과 영남권 특성을 살린 공연, 교육, 연구 사업을 진행하여 전통공연예술의 전승과 창조적 계승에 힘쓰고 있다. 기악 예술감독과 무용 예술감독이 이끄는 80여 명의 예술단원은 궁중과 민간에서 연행되었던 음악과 춤, 부산과 영남 지역의 독특한 무형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미래의 전통이 될 새로운 창작 예술까지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 민족 공연예술센터로서, 국제 해양관광도시인 부산에 걸맞게 국제 교류 사업을 전개하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리광장/ 현 경 dongsim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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