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통과에 천문학적 급행료·홍해 전쟁보험료도 치솟아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전례 없는 가뭄으로 선박 통행량을 크게 제한하면서 화주들이 비용과 운송 기간 증가 등에 시달리고 있다.
또 최근 중동 홍해에서 이뤄진 상선 등에 대한 공격으로 이 해역을 지나는 상선들이 내야 하는 전쟁보험료도 껑충 뛰어 선박 운송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4일 (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에 담수를 공급하는 가툰 호수에 엘리뇨 현상이 나타나면서 올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운하 수위가 낮아졌다.
이에 따라 파나마운하청은 과거 하루 평균 36~38척이었던 통과 선박 수를 2월부터 18척으로 줄였다.
또 운하 이용 선박의 흘수(물속에 잠긴 선체 깊이) 제한도 낮췄다. 흘수가 낮아지면 배를 물속에 덜 가라앉혀야 하므로 선적량도 줄일 수밖에 없다.
파나마는 일반적으로 12월부터 4~5월까지가 연례 건기라서 앞으로 몇 달 동안 병목 현상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내년에 강수량이 회복하더라도 교통 체증과 흘수 제한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체증이 심해지면서 대기 줄은 길어졌다. 간혹 예약한 선박이 결항할 경우가 있는데 이 순서를 차지하려면 매우 많은 급행료를 내야 한다.
운하 당국은 예약된 선박이 취소될 때마다 해당 순번에 대해 경매를 실시하는데, 올해 낙찰가가 최고 400만 달러(약 52억4천800만원)에 달했다. 1년 전 낙찰가 평균 17만3천달러(약 2억2천700만원)에 비하면 엄청나게 오른 것이다.
운하청의 관리자 프란시스코 토네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통제 불능 상태"라고 말했다.
연간 약 2만~4만개의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브리티쉬 아메리칸 쉬핑의 폴 스넬 대표(CEO)는 "우리는 더 적은 선적량과 더 긴 항로, 더 높은 비용, 덜 효율적인 공급망에 직면해 있다"면서 "모두가 창의력을 발휘하여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기업들이 올해 11월 20일까지 경매에 쓴 돈은 2억3천만 달러(약 3천17억원)에 달한다.
운하 통과를 포기하는 경우 수천 마일을 더 이동하고 일주일 이상 더 걸리는 우회로를 선택해야 한다. 때로는 위험한 해역을 통과하기도 한다.
11월에는 액화 석유 가스를 실은 파이시스 파이오니어 호가 바람이 많이 부는 남미 최남단 마젤란 해협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3일에는 중동의 홍해 남부 국제수역을 지나던 상선 3척이 공격을 받으면서 이 해역 항해 선박의 전쟁 위험 보험료가 상승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 공격이 예멘의 반군 '후티'에 의해 이뤄졌으며, 그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지목했다.
해양안전보안협회 야콥 라센 대표는 "이제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나 이스라엘인과 관련이 있는 선박이라면 그 연관성이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부수적 피해 가능성과 관계없이 공격할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선박의 피습 가능성이 커지자 이 항로를 피하는 선박도 늘고 있다.
이스라엘 컨테이너 선사인 짐은 지난주 임시 조치로 일부 선박을 이 해역에서 우회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 보험 시장은 홍해 남부를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했으며, 이 해역을 지나는 선박은 보험사에 통지하고 추가 보험료를 지불하도록 했다.
보험료는 이번 선박 공격 이전에는 선박 가치의 0.03% 수준이었으나, 이후에는 0.05%~0.1% 수준으로 뛰었다. 7일간 항해할 경우 선박당 수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영국의 해상 위험 자문 및 보안 회사인 드라이아드 글로벌의 코리 랜슬렘 CEO는 "보험료의 상승은 전체 선박 운항 비용을 밀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