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의 한과 슬픔, ‘인권 문제’ 담아
시드니에 제막된 소녀상은 서울 일본 대사관 앞, 성남시청 광장에 세워진 것과 같은 모양, 동일한 크기이다. 성남시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으로 제작된 이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통해 피해 여성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더 이상 전쟁과 폭력에 의한 비인도적 범죄행위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맨 처음 소녀상이 세워진 것은 5년 전이다. 이에 앞서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고 밝혔고 그 1년 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수요 집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20년간 매주 수요일 이어진 집회 1000회를 맞아 피해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은 소녀상이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다.
시드니 제막행사에서는 소녀상을 디자인한 김서경 작가가 직접 소녀상 각 부분의 의미를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소녀상 각 부분에 담긴 의미는 다음과 같다.
한복 입은 모습 : 조선의 어린 소녀들에게 일본이 조직적 폭력을 가했다는 것을 새기며, 강제로 끌려갈 당시의 소녀들의 한복 입은 모습을 형상화 했다.
새 : 새는 평화와 자유를 상징한다. 또한 산자와 망자를 영적으로 연결하는 영매의 의미도 갖고 있다. 따라서 소녀상의 어깨에 앉은 새는 살아 있는 피해 할머니들과 돌아가신 이들을 영적으로 연결해 주는 고리인 셈이다.
소녀상 뒤의 그림자 : 조각상은 소녀의 모습인 반면 그 뒤의 그림자는 나이 든 할머니 모습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조각상의 소녀와 그림자의 할머니는 같은 인물임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과는커녕 반성조차 없는 그 통한의 시간에 대한 피해 할머니들의 원망과 한이 이 그림자에 서린 것이다.
그림자 속의 나비 : 그림자 가운데에는 하얀 나비가 새겨져 있다. 문학에서도 나비는 환생을 상징한다. 이는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나비로 환생하여 생전에 원했던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끝내 받아야 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뜯겨진 머리카락 : 소녀상의 머리는 어설프게 뜯겨진 모양이다. 당시 조선사회는 머리카락을 아주 중요한 신체 일부로 인식했다. 이 뜯겨진 머리카락은 일제에 의해 소녀들이 부모와 고향으로부터 강제로 단절되었음을 보여준다.
뒤꿈치를 들고 있는 맨발 : 맨발의 소녀, 위안부였던 소녀들은 전쟁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결코 환영받지 못했다. 마음 편히 지내지도 못했다. 고통을 호소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죄가 아님에도 마치 엄청난 죄를 지은 것으로 인식됐다. 한국 정부도 자기 국민인 이들의 억울함을 외면했다. 외교적인 이유로 이 사실을 덮어두려 했으며 필요에 따라 할머니들을 이용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 할머니들은 한시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그 정신적 고통과 불편을 뒤꿈치 든(불편한) 맨발로 표현했다.
빈 의자 :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이는 세 가지 의미이다. 하나는 연로한 탓에 일본의 만행을 바로잡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빈자리, 그 쓸쓸함을 드러낸 것이다. 두 번째는 소녀상을 찾는 이들이 소녀와 함께 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당시 소녀의 심정을 헤아리고 현재 할머니들의 외침을 귀담아 새기라는 의미이며, 마지막은 비록 피해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전쟁이 없는 참 평화를 위해,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할머니들의 염원을 이어 미래 세대가 끝까지 함께 하자는 약속의 자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