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hijab. 이슬람 여성들의 복장 가운데 하나로 얼굴을 제외한 머리 부분에 착용하는 의상)을 쓴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공격과 언어폭력이 그치지 않고 있어 무슬림 커뮤니티가 긴장하고 있다. 이슬람 단체들이 접수한 공격 사례는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사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히잡을 착용한 무슬림 여성들.
여성 대상 폭력 수십 건 발생... 이슬람 사원 손상도
약 3주 전 IS 테러조직의 호주인을 겨냥한 위협과 호주 경찰의 반 테러작전이 개시된 이래 히잡(hijab. 머리 부분을 가린 이슬람 의상)을 착용한 무슬림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한 반무슬림 공격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슬람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종교와 무슬림에 대한 물리적 폭력 및 언어폭력을 포함, 성직자나 이슬람 사원 손상 관련 사건을 집계한 결과 지난 3주 사이 무슬림에 대한 공격 행위가 최소 30건에 달하고 있다고 지난 주 금요일(10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실질적인 반이슬람 사건이라고 신고된 것이 없다는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여성에 대한 공격이 빈번해지자 이슬람 커뮤니티는 이슬람 여성들의 쇼핑 외출 등에 호위 인원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가안보 기관의 대테러 작전을 위해 6억5천만 달러의 추가 예산을 배정했지만 무슬림 지도자들은 길거리 등에서 여성들에 대한 반종교적 공격에 대처할 경찰병력 배치 수준은 미흡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무슬림 지도자들이 접수한 사건 가운데 한 여성은 머리에 두른 히잡이 찢겨지고 불태워지는 폭력을 당했으며 히잡을 착용하고 운전 중인 여성에게 들고 있던 커피를 던지는가 하면 브리즈번(Brisbane)에 있는 한 모스크(mosque. 이슬람 사원) 앞에는 삽자가가 박힌 돼지의 머리가 놓여 있기도 했다.
웨스턴 시드니에 기반을 둔 무슬림 사회단체인 ‘Muslim Legal Network’에 접수된 사건 중에는 길을 가는 한 이슬람 여성에게 침을 뱉고 아이가 앉아 있는 유모차를 발로 차는 일도 발생했다.
멜번(Melbourne)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놀이 공원에서 비이슬람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있는 무슬림 자녀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현재까지 무슬림 단체에 접수된 사원 손상은 최소 4건으로 이슬람 사원의 벽에 협박성 문구나 그라피티(graffiti) 또는 무슬림들이 싫어하는 물체를 던져놓는 행위들이었다.
‘Muslim Legal Network’의 리디아 쉘리(Lydia Shelly) 변호사는 “히잡을 착용한 이슬람 여성을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행해지는 공격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무슬림 여성으로서 무슬림 여성의 자유로운 활동 권리에 영향을 주는 이런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우리(무슬림)의 재산이 손상을 입고 이슬람 성직자들이 협박을 받으며, 심지어 이슬람 사원을 폭파하겠다는 위협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온라인 매체인 ‘Muslim Village’의 아메드 킬라니(Ahmed Kilani) 편집자는
“NSW 경찰이 반이슬람 공격 행위 대책 범주에서 ‘인종 또는 종교 편향 범죄’를 담당할 단 한 명의 경찰을 배치한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찰 대변인은 “인종 또는 종교 편향 범죄에 대해서는 각 지역 경찰 수사대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NSW 경찰은 ‘애플비 작전’(Operation Appleby. IS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호주 정보기관 및 경찰병력 800명 이상을 투입한 대테러 작전)이 시작된 이래 정기적으로 무슬림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단체 중 하나인 ‘호주-터키 옹호동맹’(Australian Turkish Advocacy Alliance)의 어턴크 오젠(Ertunc Ozen) 대표는 “무슬림 여성들이 착용하는 의상에 초점을 두고 이 옷을 입은 이들은 IS(Islamic State)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또한 무슬림이나 이슬람 종교가 보편적인 호주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전체 호주 커뮤니티 안에서 이 같은 개념을 더욱 굳게 해 주는 극단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무슬림에 대한 폭력 발생 사례
(언어 폭력, 증오성 발언 포함)
▪ NSW
-웨스턴 시드니에서 히잡(hijab)을 쓴 여성이 육체적 폭력을 당했으며, 이 여성의 자동차에도 페인트로 이슬람을 모독하는 낙서를 가득 남김.
-시드니에서 만삭의 여성이 극심한 언어폭력과 신체적 위해 위협을 당함.
-시드니에서 한 여성과 그녀의 아이가 욕설을 들었으며 아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가 발로 차임.
-뉴카슬(Newcastle)의 한 길거리에서 무슬림 모녀가 통행인들로부터 욕설과 육체적 폭력을 당함.
▪ Victoria
-멜번(Melbourne)에서 무슬림 여성과 그녀의 아이가 언어폭력을 당했으며, 어린이 놀이공원에서 아이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라는 말을 들음.
▪ Queensland
-브리즈번(Brisbane)에서 히잡을 쓰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여성의 차창 안으로 커피를 던짐.
-아이를 데리고 가던 한 여성에게 세 명의 남성이 다가와 그녀의 히잡을 벗겨낸 뒤 찢고 침을 뱉었으며 여성을 밀어 바닥으로 쓰러뜨림.
-브리즈번에서 한 무슬림 여성에게 남성이 다가가 히잡을 벗으라고 요구한 뒤 불태움.
-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을 받음.
▪ Western Australia
-퍼스(Perth)의 한 쇼핑센터에서 남성이 한 여성의 히잡을 벗겨내려 함.
■ 무슬림 사원 등에 대한 위협 또는 손상
▪ NSW
-‘Australian Defence League’(보수적 성향을 가진 민간 그룹)로부터 라켐바(Lakemba) 소재 이슬람 사원인 ‘Lakemba Mosque’와 어번(Auburn) 소재 ‘Auburn Gallopoli Mosque’을 협박하는 내용의 우편물이 발송됨.
-웬트워스빌(Wentworthville)에 거주하는 이슬람 가족 소유의 자동차 두 대에 ‘Muslim Dog’이라고 낙서가 되어 있음.
-이름을 밝히지 않은 ‘Australian Defence League’의 한 회원이 우편물을 통해 호주 이슬람 최고 권위자(Grand Mufti. Mufti는 이슬람 율법 전문가를 말함)를 위협. 이 편지에서 익명의 회원은 “테러에는 테러로, 피에는 피로, 폭탄에는 폭탄으로 호주는 너희와 싸울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마로나이트 학교(Maronite는 주로 레바논에 거주하며 동방의식을 채용하고 있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일파)의 수녀가 IS 기(旗)를 흔들며 다니는 일단의 그룹에 의해 협박을 받음.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들 그룹은 크리스찬을 모두 살해하겠다는 말을 함.
-민토 모스크(Minto Mosque)가 익명의 발신인으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음.
▪ Queensland
-마리바 모스크(Mareeba Mosque)가 ‘악마’라고 씌여진 스프레이 페인트칠을 당함.
-로건 모스크(Logan Mosque)에 반무슬림 팜플릿이 대량으로 뿌려짐. 이 팜플릿에는 ‘호주에서 태어난 테러리스트들은 호주인이 아니다’ ‘무슬림은 호주에서 환영받지 못하므로 너희가 온 곳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내용으로 가득함.
-홀랜드 파크 모스크(Holland Park Mosque) 경내에 십자가가 박힌 돼지 머리가 놓여짐.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