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확정의 안도? 아니면 실망감? 13일 본선 두 번째 경기(대 쿠웨이트)를 마친 뒤 울리케 슈틸리케 감독이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지극히 실망스런 수준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본선 마지막 호주전서 한국팀 수준 드러날 듯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실력은 정말 이 정도 수준이 불과한 것인가.
본선 2경기(오만, 쿠웨이트)를 치른 현재(13일), 한국팀은 8강행을 확정했지만 2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럽다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다. 이번 대회를 취재하고 있는 한국 미디어 취재진들 역시 한결같은 궁금증이다. 연합은 “설정된 궤도를 이탈했다는 지적을 받는 슈틸리케호가 강호 호주와의 일전에서 한국 축구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호주 언론의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본선 두 번째 경기가 치러진 금주 화요일(13일) 저녁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인터넷 판을 통해 “한국이 2연승으로 8강에 올랐다. 그러나 쿠웨이트를 상대로 지극히 불안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손흥민(23·레버쿠젠)·구자철(26·마인츠)·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감기 증세로, 이청용(27·볼턴)과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는 부상으로 쿠웨이트와의 A조 2차전에 결장, 정상적인 전력은 아니었다”면서도 “쿠웨이트는 후반 확실한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한국은 마지막 10분 동안 약팀처럼 수세에 몰렸다. 상대의 강한 공세에 고전했다”고 꼬집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도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미디어룸에서 “오늘부터 한국은 우승후보가 아니다”며 “오늘 경기에서 한국은 100번이나 볼을 빼앗긴 것 같다”고 실망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당시 경기를 취재한 미디어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100회가 아니라 150회 이상 볼을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슈틸리케 방식의 축구
본선 경기서 ‘삐긋’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의 지향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볼 점유율을 높이고 전진패스로 공격적인 공세를 유지하는 축구로 관중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구사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지향은 지난해 11월 요르단(1-0 승), 이란(0-1 패)과의 평가전을 통해 이 같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 본선 2경기에서 한국팀은 이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슈틸리케호의 지향점은 차치하고 전반적인 경기력 자체를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는 물론 팬들도 이 점을 지적했다.
캔버라에서 두 경기 모두를 관전했다는 교민 이성우씨는 “한국 축구의 진짜 실력이 이 수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내며 “이런 실력으로 우승을 노리는 것은 말도 안 되며, 마지막 호주 경기에서 한국팀의 수준이 또 한 번 드러날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붉은 악마 김영지씨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이 수준이라면 아시아 최강이라는 그간의 명성을 감안할 때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제 한국팀은 본선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55년 만의 우승을 노리기에는, 2경기에서 보여준 실력은 수준 이하였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팀이 정말로 현 수준을 그대로 보여줄지, 아니면 ‘슬로우스타트’라는 말처럼 애초의 조직력을 살려 한국 축구 특유의 빠른 패스와 높은 볼 점유율로 재미 있는 축구를 보여줄지, 아울러 8강전을 기대하게 할 수 있을지는 내일 호주전에 달려 있다.
캔버라= 캔버라=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박혜진 기자hjpark@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