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이 내년에 있을 행정수반 선거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9일 밝혔다. 연임에 도전할 경우 가족이 받을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9일 오후 3시 30분에 가졌던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눈은 렁춘잉 입에 집중됐다. 렁은 “내가 재선에 도전하게 된다면 가족들이 그로 인한 압박과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나는 무엇보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켰다.
렁춘잉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중국 공산당과 8일 논의를 마친 후 최종적으로 이를 공표했다고 홍콩의 다수 언론이 9일 보도했다.
현재 홍콩중문대학교 부속병원 프린스오브웨일즈병원(Prince of Wales Hospital)에 입원하고 있는 딸 렁차이얀(梁齊昕) 때문에 연임을 포기했는지는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렁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중국 정부는 언제나 렁을 지지했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원칙과 헌법에 입각해 홍콩을 잘 이끌어왔고 홍콩의 안보와 발전을 위해 기여한 바가 크다”고 밝혀 홍콩 시민들의 불신과 낮은 지지율 그리고 중국 정부로부터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고심해 오던 렁을 대변해줬다.
한 중국 매체도 “렁춘잉의 딸 소식은 중국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며 “중국 정부는 홍콩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노력한 렁에게 향후 5년간 홍콩 행정장관직을 맡길 생각도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홍콩,마카오 판공실주임 왕광야(王光亞)도 그를 만나 설득을 시도했지만 렁춘잉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레이 옙킨만 시티대(City Univerity)의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위원회 투표 이틀 전에 기자회견을 가진 것으로 보면 중국 정부가 차기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 규모의 선거인단을 흔들겠다는 계산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홍콩 정치계는 앞으로 렁춘잉의 바통을 이어받을 행정장관 후보 선출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홍콩타임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