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발의 총성이 내일의 역사가 되리라."
영하 20도의 날씨에 눈발이 휘날리던 7일 저녁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이 도시 최대 규모의 환구극장에는 한국 뮤지컬 '영웅'을 보려고 찾아온 중국 관객들로 가득 찼다. 8일까지 이어지는 세 차례 공연의 첫 번째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그 거사의 현장에서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특히 올해가 안 의사의 순국 105주년, 광복 70주년이어서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1월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관하면서 안 의사에 대한 현지 시민의 관심도 매우 컸다. 이곳에는 지난해에만 12만명이 넘게 다녀갔다.
여러 가지로 특별한 공연이어서인지 배우들도 어느 때보다 혼신을 다한 연기와 노래로 감동을 배가시켰다. 이에 관객들은 환호와 갈채로 화답했다.
이날 전체 1천600석 가운데 1천400석을 메운 관객들은 각 장면을 숨죽여 지켜보며 몰입했다. 막이 내리고 이어진 커튼콜에서는 관객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객석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뮤지컬은 안 의사를 비롯한 12명의 항일투사가 자작나무 숲에서 손가락을 잘라 독립 의지를 불태우는 '단지 동맹'에서 시작해 안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고 1910년 3월 26일 여순감옥에서 순국하기까지를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독립투사들과 일본 경찰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정교하게 호흡을 맞춘 절도 있고 역동적인 '칼군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달리는 실물 크기의 열차에서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오진영)가 흰 치마를 펄럭이며 노래를 부르다 투신하는 장면에 객석은 숨을 죽였다.
안 의사가 일곱 발의 총탄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뒤 '대한독립 만세'를 소리 높여 외치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정적을 뚫고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안 의사가 일본 법정에서 명성황후 시해, 을사늑약 강제 체결 등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1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며 '누가 죄인인가'를 묻는 순간,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가 감옥에서 "내 몸은 태어난 고향 지키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이었다고 읊조리며 생전 이루지 못할 동양평화론의 정신을 이야기하고, 사형 집행 직전 그의 어머니가 먼저 가는 아들에게 수의를 보내며 노래하는 장면은 객석을 울렸다.
제작진은 러시아에서 만두 가게를 하며 조선 독립군을 돕는 중국인 '왕웨이'(장대웅)와 동생 '링링'(이수빈)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특별히 중국어 대사를 넣어 현지 관객들의 호응과 웃음을 이끌어냈다.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멍셩아이(30·여)씨는 공연 후 "안중근 의사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자세히 몰랐는데, 오늘 공연으로 그가 조선 독립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게 됐고 감동받았다"며 "한국 배우들의 연기와 표현도 훌륭했다. 이렇게 수준 높은 뮤지컬을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녀들의 권유로 이날 처음으로 뮤지컬을 봤다는 회사원 장줘어(59)씨는 "안중근 의사는 위대한 영웅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상세한 것은 몰랐는데,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한 것이 존경스럽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사실 하얼빈 공연은 제작진이 2009년 초연 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리던 '꿈의 무대'였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모든 장비와 무대를 한국에서 배로 실어왔다. 40t 대형 컨테이너 5개 분량이다. 배우 36명과 스태프 등 공연팀도 100명에 이른다. 제작비 3억5천만원을 투입했다.
이 작품의 제작자이자 연출가인 윤호진 연출은 "이런 역사적 현장에 온 것이 꿈만 같고 감개무량하다"며 "안 의사의 업적이 이번 공연을 계기로 다시 한번 중국 땅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연출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정말 처절하게 준비하고 연습했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과거 안중근 의사가 독립운동 하던 정신으로 하자고 했다"며 "서울 공연과 거의 다름없을 정도로 하나하나 돼가는 것을 보면서 스태프가 매직(마법)을 쓰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해 이 작품을 만든 윤 연출은 "향후 중국어 버전이 새롭게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하얼빈이 좋은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뇌하는 영웅이자 인간 안중근을 비장하게 그려낸 배우 강태을은 "역사적 장소에서 하는 공연이다 보니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공연 전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도 눈물을 보였던 그는 "서울에서 공연할 때보다 무대에서 많이 울었다"며 "서로 약속한 적은 없지만 다른 배우들도 더 깊은 감정으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류싱밍 하얼빈시 부비서장은 공연 후 "뮤지컬 '영웅'은 예술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며 "하얼빈은 원래 음악을 중시하는 도시로, 이번 공연을 통해 한중 교류를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하 20도의 날씨에 눈발이 휘날리던 7일 저녁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이 도시 최대 규모의 환구극장에는 한국 뮤지컬 '영웅'을 보려고 찾아온 중국 관객들로 가득 찼다. 8일까지 이어지는 세 차례 공연의 첫 번째 무대였다.
이 뮤지컬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기차역에서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의거를 다룬 작품.
이번 공연은 그 거사의 현장에서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특히 올해가 안 의사의 순국 105주년, 광복 70주년이어서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1월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관하면서 안 의사에 대한 현지 시민의 관심도 매우 컸다. 이곳에는 지난해에만 12만명이 넘게 다녀갔다.
여러 가지로 특별한 공연이어서인지 배우들도 어느 때보다 혼신을 다한 연기와 노래로 감동을 배가시켰다. 이에 관객들은 환호와 갈채로 화답했다.
이날 전체 1천600석 가운데 1천400석을 메운 관객들은 각 장면을 숨죽여 지켜보며 몰입했다. 막이 내리고 이어진 커튼콜에서는 관객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객석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뮤지컬은 안 의사를 비롯한 12명의 항일투사가 자작나무 숲에서 손가락을 잘라 독립 의지를 불태우는 '단지 동맹'에서 시작해 안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고 1910년 3월 26일 여순감옥에서 순국하기까지를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독립투사들과 일본 경찰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정교하게 호흡을 맞춘 절도 있고 역동적인 '칼군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달리는 실물 크기의 열차에서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오진영)가 흰 치마를 펄럭이며 노래를 부르다 투신하는 장면에 객석은 숨을 죽였다.
안 의사가 일곱 발의 총탄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뒤 '대한독립 만세'를 소리 높여 외치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정적을 뚫고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안 의사가 일본 법정에서 명성황후 시해, 을사늑약 강제 체결 등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1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며 '누가 죄인인가'를 묻는 순간,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가 감옥에서 "내 몸은 태어난 고향 지키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이었다고 읊조리며 생전 이루지 못할 동양평화론의 정신을 이야기하고, 사형 집행 직전 그의 어머니가 먼저 가는 아들에게 수의를 보내며 노래하는 장면은 객석을 울렸다.
제작진은 러시아에서 만두 가게를 하며 조선 독립군을 돕는 중국인 '왕웨이'(장대웅)와 동생 '링링'(이수빈)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특별히 중국어 대사를 넣어 현지 관객들의 호응과 웃음을 이끌어냈다.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멍셩아이(30·여)씨는 공연 후 "안중근 의사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자세히 몰랐는데, 오늘 공연으로 그가 조선 독립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게 됐고 감동받았다"며 "한국 배우들의 연기와 표현도 훌륭했다. 이렇게 수준 높은 뮤지컬을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녀들의 권유로 이날 처음으로 뮤지컬을 봤다는 회사원 장줘어(59)씨는 "안중근 의사는 위대한 영웅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상세한 것은 몰랐는데,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한 것이 존경스럽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사실 하얼빈 공연은 제작진이 2009년 초연 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리던 '꿈의 무대'였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모든 장비와 무대를 한국에서 배로 실어왔다. 40t 대형 컨테이너 5개 분량이다. 배우 36명과 스태프 등 공연팀도 100명에 이른다. 제작비 3억5천만원을 투입했다.
이 작품의 제작자이자 연출가인 윤호진 연출은 "이런 역사적 현장에 온 것이 꿈만 같고 감개무량하다"며 "안 의사의 업적이 이번 공연을 계기로 다시 한번 중국 땅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연출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정말 처절하게 준비하고 연습했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과거 안중근 의사가 독립운동 하던 정신으로 하자고 했다"며 "서울 공연과 거의 다름없을 정도로 하나하나 돼가는 것을 보면서 스태프가 매직(마법)을 쓰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해 이 작품을 만든 윤 연출은 "향후 중국어 버전이 새롭게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하얼빈이 좋은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뇌하는 영웅이자 인간 안중근을 비장하게 그려낸 배우 강태을은 "역사적 장소에서 하는 공연이다 보니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공연 전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도 눈물을 보였던 그는 "서울에서 공연할 때보다 무대에서 많이 울었다"며 "서로 약속한 적은 없지만 다른 배우들도 더 깊은 감정으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류싱밍 하얼빈시 부비서장은 공연 후 "뮤지컬 '영웅'은 예술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며 "하얼빈은 원래 음악을 중시하는 도시로, 이번 공연을 통해 한중 교류를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