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사회 미래를 빛낼 차세대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여 뜻깊은 행사가 진행됐다. 한인 차세대 리더들의 모임 케이리더스의 자선기금 모금 칵테일 파티.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 속에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이때 소외계층 이웃들에게도 따스한 손길을 잊지 않았다. 케이리더스(KAY Leaders)는 공동체 의식과 책임감을 고취한다는 취지로 매년 호주의 자선단체를 하나 선정해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시드니 시내에 위치한 도톤 하우스(Doltone House)에서 열린 칵테일 파티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과 배려를 실천하며 리더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한층 더 발전시켜가는 차세대 리더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TNT(FedEx) 국제 운송 업체 내의 브랜딩/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KAY 리더스 이영곡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민-호주주류사회의 가교역할 ‘톡톡’
이영곡 회장은 케이리더스에서 운영 위원으로 2009년 창단부터 참여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회장을 맡았으며, 2018년도에도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2012년에는 한인 1세대와의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시드니 한인회에 운영 위원, NSW주 정부 다문화 장관 산하 자문 위원 그리고 민주평통 오세아니아 지부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 외교부 산하 재외 동포 재단에서 1997년 부터 매년 개최하는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 ( Future Leaders Conference)에 참석했으며, 서대문 형무소와 위안부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 회장의 인터뷰가 YTN에 소개되기도 했다.
“KAY 리더스는 한인 호주 청년들에게 각종 리더십 교육,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통해 호주 한인의 목소리를 내줄수 있는 인재 발굴 및 선-후배간 네트워킹을 통해 한인 청년들의 주류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진 단체”라고 이 회장은 설명한다.
창단시 한인 사회와 호주 정치계가 서로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KAY 리더스는 출범 부터 호주 정치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봅 카 전 NSW 주 총리는 우연히 KAY리더스 단체 팜플릿을 보고 NSW주의회에 초청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KAY리더스 심포지엄에서는 래이 윌리엄스 NSW주 다문화 장관과 윤상수 주시드니총영사, 이슬기 의원 등이 참석해 한인 차세대 들이 호주 주류사회 진출을 위한 발전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등 한인사회와 호주주류사회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교회안에서 세대간 가교역할 ‘모색’
“저의 모든 활동은 교회 활동에서 시작했고 신앙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한인 교회가 바로 설때 한인 사회가 바로 서고 더 나은 호주 사회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달란트를 통해 세상을 밝히는 역할을 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이 회장은 삶의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실천하는 크리스천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교회안에 존재하는 문화와 언어적 차이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1.5세, 2세대들을 보면서 호주와 한국문화를 모두 접한 1.5세대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한인 교회내 2세 사역 및 영어 예배에 관심이 많던 그는 2000년 초-중반 JAMA라는 미국 한인 기독 컨퍼런스를 호주에서 개최하는 준비 모임에 참여 하게 되면서 미주 한인 기독교 2세 사역자 및 2세 청년들과 교류하며 자연히 미국 한인 교회의 성공 실패 사례에 대해 배울 기회가 생겼다. 이후 JAMA에서 미디어 및 디자인 팀장으로 활동하며 만난 인연들을 통해서 KOSTA에도 후에 합류해서 협동 간사일을 하는 등 교회안에서도 차세대 리더 역할에 힘쓰고 있다.
‘사명’을 디자인하다
이 회장은 TNT (FedEx) 국제 운송 업체 내의 브랜딩/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크레이티브 분야에서 약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와 아트 디렉터로 패션업계에서 미란다커나 레이첼 핀치같은 세계적 모델과도 일을 했고,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현대, P&G, 디즈니 등 대기업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경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꾸준함’이라 답했다.
13년의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총괄 매니저 직까지 빠르게 승진한 편은 아니라 말한다. 직종의 특성상 재능있는 후배들이 더 빠르게 승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또한 어느정도 위치가 되기전까지 연봉도 높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이 회장은 중 3때 호주에 이민을 왔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2학년 예술 관련 대학으로 진학 하겠다고 선택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미술학원을 다니며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그림에 크게 재능이 보이지 않았던 그의 선택이었지만 재일교포 2세로 일본에 사시는 아버지는 미술용품을 손수 구입해서 보내주시는 등 부모님의 적극적 지원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 입시 시험인 HSC를 끝낸후 쌍둥이 형과 함께 그는 교회 내 스리랑카 단기 선교에 참가했다. 은사와 달란트를 통해 교회를 넘어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증거하고 주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 다짐한 순간이었다.
기도를 하던 중에 막연히 미디어 사역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렇게 사명을 받았다는 확신 속에서 감사함을 느끼던중 지원한 대학에서 불합격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당시엔 좌절감도 있었지만 뒤돌아보면 차근차근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그는 고백한다.
경쟁력은 ‘꾸준함’
Private College 그래픽 디자인과에서 1년 공부 후, Wagga Wagga라는 도시에 위치한 Charles Sturt 대학의 Design for Theatre & TV과에 진학을 했다. 이후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미국University of Kentucky대학에서 무대디자인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중에 시드니 올림픽 중계팀에서 카메라/음향 보조로 일하며 스포츠 중계일을 배우는 기회도 있었고, KOSTA와 JAMA에서 미디어부 팀장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디자인 취업생들은 포트폴리오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호주에서는 특히 커버레터와 면접이 중요하다. 디자인 관련 회사의 경우 직원들간의 관계 및 호흡을 중시하고 업무 특성상 자신의 작품을 프리젠테이션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통해 면접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미술을 늦게 시작했고 재능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 보다 먼저 배우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회가 있을때마다 조금씩 쌓다 보니 원하는 일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삶을 통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한해가 시작된다. 우리는 수 없이 많은 계획들을 세운다. 하지만 많은 계획들이 작심삼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차세대 리더로 하나님 나라 확장에 참여하길 소망한다는 이영곡 회장. 그저 성실하게 한걸음씩 나아간다는 그의 이야기 처럼 작은 소망들을 품에 안고 조금씩 꾸준하게 앞으로 내딛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