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이야기 - 서른여덟 번째 편지
잠언 28:28
<불의한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사람들이 몸을 숨기지만 그런 자들이 망하면 의인이 세력을 편다.>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송(宋)나라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습니다. 속이지 않았고 공손하며 술 맛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술이 팔리지 않아 늘 시어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속이 상한 술 파는 자가 양천에게 이유를 묻자 “집에 기르는 개가 사납냐?”고 묻습니다.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되묻자 양천이 대답합니다.
“아무리 술 맛이 좋은 들 무서운 개가 가로 막고 있으니 사람들이 개를 두려워하여 술을 사러오지 않는 것이다.”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잘 빚은 술 만큼이나 맛있고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가로 막고 있는 박정희의 ‘한국적’은 결국 ‘민주주의’를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아니 접근조차도 할 수 없는 박물관 유리장 안의 전시물로 만들어 놓았고 마침내 ‘민주주의’는 시다 못해 쉬어 내버리게 되고 말았습니다.
‘정의사회구현’이라는 구호가 나라 곳곳에서 휘날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의’라는 고귀한 명제는 모두에게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잘 익은 술과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정의사회구현'이라는 구호를 전두환이라는 개가 지키고 있는 한 어느 누구도 감히 ’정의사회구현'을 사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정의‘라는 상표가 붙은 ’불의‘의 술은 썩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떤 자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기, 자유를 선언 한다’는 주제를 야심차게 내 걸고 ‘자유지성인 대회’라는 것을 하면서 "자유라는 언어를 발성을 하면 소리가 들리게 되는 그런 시대의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합니다.
<불의한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사람들이 몸을 숨긴다> 악랄하게 물어뜯는 개를 세워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자들이 망하면 의인이 세력을 편다> 이제는 누구나 잘 익은 술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나 소나 다 ‘의인’이라는 상표를 이마에 붙이고 달려들어 술 독을 통째로 엎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불의한 자들이 망하고 의인들이 세력을 펴는 세상, 진정 의인이 누구인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친일하던 매국노들이 해방이후 독립군 모자 하나 눌러쓰고 항일투사로 변신했던 역사가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던져 주었는지를 우리는 이미 겪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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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좋은 사람인가
사순절 이야기 - 서른아홉 번째 편지
잠언29:27
<착한 사람은 불의한 사람을 싫어하고 나쁜 사람은 바른 사람을 싫어한다.>
공자와 자공의 대화는 너무도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좋아한다면 그는 좋은 사람입니까?”
“아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싫어한다면 그는 좋은 사람입니까?”
“아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까?”
“마을 사람들 중에서 좋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 하고 나쁜 사람들이 그를 싫어하면 그는 좋은 사람이다.”
삼일절에 태극기(太極旗)와 성조기(星條旗)를 들고 부채춤을 추며 박근혜 찬양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명박이 잡혀가자 눈물을 흘리는 자가 있습니다. 그는 좋은 사람입니까?
박근혜 탄핵이 결정되자 환호를 질렀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명박이 구속되자 떡을 돌렸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좋은 사람입니까?
박정희와 결탁(結託)해서 밀수를 일삼고 돈을 긁어모은 이병철이 있습니다. 그는 좋은 사람입니까? 인혁당 사건으로 사법 살인을 당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좋은 사람입니까?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가 있습니다. 그는 좋은 사람입니까?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모두가 다 나를 좋아 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모두가 다 나를 좋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조건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혁당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해 함께 울었던 이들이 좋은 사람입니다.
자기 주머니를 털어 이명박 구속 축하 떡을 돌린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언 손을 비벼가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좋은 사람입니다.
예수의 죽음에 아파했던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입니다.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나쁜 사람들은 여러분들을 싫어합니다.
여러분들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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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슬기를 갖춰라
사순절 이야기 - 마흔 번째 마지막 펀지
잠언 30:2-3
<나는 사람의 슬기조차 갖추지 못해 다른 사람에 견주면 짐승이라. 나는 지혜도 못 배웠고, 거룩하신 분을 아는 지식도 깨치지 못했다.>
델피의 아폴로 신전에는 ‘γνῶθι σεαυτόν(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 이후 지금까지도 이 문구가 회자(膾炙)되는 것을 보면 역시 사람이 자기 스스로를 안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죽은 시인들의 사회(Death Poets Society)’에서 키딩(Keating) 선생은 호레이스(Horace)의 시구를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Carpe diem(Seize the day - 오늘을 잡아라)', 세상에서 우리의 삶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동안 후회 없는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삶의 시작이라는 것이 결국 '나'로부터 이기에 내가 사는 동안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누구인지, '나'를 알아야 하는가 봅니다.
예수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습니다. 그 결과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예수는 스스로 자신의 서른셋 삶을 후회 없이 충만히 채우고 살았다고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죽지 않을 수도 있었을테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만 알려 줄 수 있는 것, '죽음은 끝이 아니라 약속의 시작'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남겨 주었습니다.
<바보처럼 우쭐해지거든 입을 손으로 막고 잘 생각하여라>
약속이 이루어지는 그 날을 위해 예수가 무덤에 머물 듯, 지금은 '사람의 슬기를 갖추고 지혜를 배우고 거룩한 분을 아는 지식을 깨우치게' 될 때까지 내 손으로 내 입을 막아야 할 때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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