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중순 국내 각 언론들에는, 중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하루 비용만 무려 2만5000달러에 달하는 초호화 관광상품이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쇼핑 위주의 패키지 여행객보다는 씀씀이가 훨씬 큰 부자들을 목표로 양보다 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인데, 내년의 ‘뉴질랜드 중국 관광의 해(New Zealand China Year of Tourism 2019)’를 앞두고 국내의 중국인 대상 관광시장 현황을 살펴본다.
<지구촌 곳곳 넘쳐나는 중국 관광객들>
공식적인 관련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각국으로 떠났던 중국 본토 출신의 관광객들은 무려 1억 3000만명에 달해 웬만한 대국들의 총 인구보다 많았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중국인들의 해외관광 열풍은 식지 않고 있는데, 지난 6월말까지 상반기에만 총 7131만명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상반기보다 15%나 증가한 수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시사철 중국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모습이고 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가십성 기사거리도 심심치 않게 국내외 언론에 등장하곤 한다.
뉴질랜드를 찾은 중국 관광객 역시 매년 큰 폭의 증가세인데,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 동안에만 총 3만2416명의 본토 거주 중국인들이 입국했다.
이는 전년 9월의 3만704명에 비해 5.2%인 1712명이 증가한 것인데, 이전 2015년과 2016년 같은 달 입국자가 각각 2만5840명과 2만7184명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급된 입국자 통계는 뉴질랜드 통계국이 거주 국적별로 구분한 월별 ‘International visitor arrivals’ 항목이기 때문에 이들 전체가 관광객은 아니지만 그중 대부분이 관광객들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 본토 출신뿐만 아니라 범중화권이라고 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와 홍콩 역시 전년에 비해 각각 1568명(증가율 35.5%)과 672명(22.2%)이 늘어난 5984명과 3696명의 입국자를 기록했다.
타이완과 싱가포르 역시 전년 9월에 비해 각각 432명(17.4%)과 256명(7.4%)이 증가한 2912명과 3696명이 입국했다.
<감소한 한국 관광객, 아시아 출신은 증가>
한편 같은 통계에서 한국 항목을 보면 2015년 9월에는 3200명, 2016년에는 5328명이었으며 작년 2017년에는 6688명으로 늘어났지만 금년 9월에는 이보다 20%가량인 1328명이 줄어든 5360명이 입국한 것으로 확인된다.
금년 9월 한달 동안에 뉴질랜드에 입국한 관광객들은 모두 25만8155명이었는데, 이는 전년 같은 달보다 2.1%에 해당하는 5409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 중 호주 출신이 전체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2만3456명으로 여전히 출신 국가별 방문자 순위에서는 호주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년 12만 6912명에 비해 2.7%(-3456명)가 감소했는데, 반면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 본토 또는 중국계 입국자들의 증가로 아시아 지역 출신 입국자가 전년 대비 5072명(증가율7.5%)이나 늘어나면서 7만2336명에 달해 입국자 항목에서 호주를 제외하면 2번째로 많은 대륙이 됐다.
<NZ달러 약세, 직항편 증설도 영향>
이처럼 중국인 방문객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늘어난 데는 금년 들어 계속 약세를 보인 뉴질랜드 달러화의 영향도 컸다.
지난 9월 분기 기준으로 뉴질랜드 달러는 중국 위안(Yuan)화에 대해 작년에 비해 9%가량 평가절하됐는데, 이에 따라 뉴질랜드를 찾는 중국인 숫자도 늘어났지만 개별 씀씀이도 더 커졌다.
사업혁신고용부(Ministry of Business Innovation and Employment, MBIE)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전년보다 11%가 늘어난 연간 45만2944명의 중국 관광객들이 입국했으며 이들은 총 16억달러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관광객 숫자에서는 4만5200명이 증가(증가율 11.1%)했으며 소비액은 이보다 큰 14%가 증가한 상황이다.
또한 여기에는 중국 본토와 뉴질랜드를 잇는 직항편들이 증설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은 주로 상하이와 베이징, 광동 지역에서 출발하는데 실제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직항편을 이용해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9월말까지 연간 기준으로 광동 출발 입국자가 전년보다 21%인 1만4600명이 늘어났으며 상하이는 11.3%인 7600명, 그리고 베이징 역시 13%인 3600명이 각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지역을 들리지 않고 직항편으로 도착하는 중국인들이 전년에 비해 13%가 증가한 반면에 호주를 경유한 중국 관광객들은 9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3%가 감소했다.
이 같은 여객 증가에 따라 현재 오클랜드와 광저우 간을 운항 중인 중국남방항공(China Southern Airlines)은 금년 여름 시즌에 승객 처리 능력을 지금보다 30% 정도 늘릴 예정이며 이에 따라 직항편 입국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들은 변신 중>
한편 이처럼 관광객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의 여행 방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전체 관광객 중 패키지 여행객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개별 여행객이 늘어나고 또한 이들의 체류일수도 과거보다 길어지는 추세이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에 최대 3일 정도만 머무는 단기 체류 중국 관광객들이 4.1%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1~2주간 체류하는 관광객이 26.4%, 그리고 4~6일간 머무는 이들이 이전보다 23.3%나 늘어나면서 지난 2012년에 비해 중국 출신 관광객들의 평균 체류일수가 현재 2배로 길어졌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2012년 이후 중국인들의 개별적인 뉴질랜드 입국비자 신청이 크게 증가한 것과 함께 그룹 패키지가 아닌 개별 여행객들이 금년 9월까지 전년 대비 연간 19%나 증가한 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에 그룹 여행객들과 관련이 높은 이른바 ‘Approved Destination Status(ADS) 비자’는 지난 2013년 수준에 머물면서 증가 속도가 주춤한 상황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등장한 럭셔리 관광상품>
이처럼 상황이 변하는 가운데 중국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뉴질랜드 내 중국계 관광업체들의 전략도 차츰 바뀌면서 이번과 같은 초호화 관광상품이 등장했다.
▲ ‘New Zealand China Year of Tourism 2019’ 로고
‘뉴질랜드 중국 여행관광협회(NZ Chinese Travel and Tourism Association)’가 지난 11월 20일 국내 언론에 공개한 관광상품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루 요금이 최고 2만5000달러에 달한다.
운전기사 딸린 리무진이 제공되고 호화스런 개별 숙소와 유명 셰프의 요리를 즐기고 낚시투어, 그리고 관광지 이동 간에는 헬리콥터가 사용되는 등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일정이 진행된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관광상품은 내년에 시작되는 ‘뉴질랜드 중국 관광의 해’ 동안 고급스런 휴가지로서 뉴질랜드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자 마련됐다고 전했다.
내년 ‘뉴질랜드 중국 관광의 해’는 지난 2017년에 리커창 중국 총리가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당시 양국간에 협의, 결정해 발표된 바 있다.
최근 켈빈 데이비스(Kelvin Davis) 관광부 장관은, 오는 2월 20일 웰링턴의 ‘테 파파(Te Papa)’에서 중국 관광부(China National Tourism Office) 주최로 개회식 행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현재 주로 저가 쇼핑 위주의 단체 관광객으로 구성된 중국 관광객 시장은 항공사 이외에 다른 이들에게는 별다른 실익이 없기 때문에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광은 중국에서 거대하면서도 계속 성장 중인 사업 분야라면서, 뉴질랜드 달러 약세는 더욱 쉽게 고속득층 여행객들로 하여금 뉴질랜드를 특별한 여행 목적지로 택하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등장한 상품의 숙소 중 하나는 남부 오클랜드의 카라카(Karaka)에 위치한 92에이커의 부지를 가진 ‘테 히히 에스테이트(Te Hihi Estate)’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부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에릭 왓슨(Eric Watson)이 소유하기도 했던 이곳에는 9홀 규모 골프장과 수영장, 야외 스파와 알파카(alpaca) 사육장 등이 갖춰져 있으며 숙박객은 침실 6개의 빌라에 머물게 된다.
한편 여행사와 관련 업체 등 200여개 이상 업체가 소속된 ‘뉴질랜드 중국관광협회’는 내년 행사를 앞두고 문제가 있는 업체를 솎아내기 위해 다음달에 면허 제도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중국 관광객 80만명 도달>
‘Huron Chinese Luxury Traveller 2018’ 보고서에 따르면, 금년 2월 ‘설날 휴가철(Chinese New Year holidays)’에 뉴질랜드는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휴가지에서 태국과 호주에 이어 3번째 자리에 올랐다.
앞서 럭셔리 상품 도입을 설명했던 협회 관계자는, 뉴질랜드가 호주나 태국과 쇼핑으로 맞설수는 없으며 그것을 원하지도 않는다면서, 자연과 순수함, 라이프스타일, 주민들의 환대 등 뉴질랜드만의 강점을 살려야 하며 이는 고급 관광객들이 바라는 것들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금년 9월까지 12개월 동안 뉴질랜드에는 모두 380만8605명이 외국 관광객들이 입국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367만7744명보다 3.6%인 13만861명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아직은 호주 출신이 147만4464명으로 압도적인 1위지만 이는 전년보다 고작 0.5%인 7840명이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중국 출신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전년보다 11.1% 늘어난 45만2944명에 달했는데 사업혁신고용부는 오는 2024년이면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이 무렵이면 중국 관광객들이 연간 30억달러를 소비하면서 지금까지 1위인 호주 출신 관광객들의 씀씀이를 앞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추정에는 현재 연간 10만여명에 달하는 그룹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휴가 시즌 여부에 상관없이 연중 찾아올 개별 여행객과 고급 관광객 등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중국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국민들은 유명 관광지는 물론 이를 벗어난 지금보다 훨씬 넓은 전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더욱 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마주치게 됐다.
이는 국가 경제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국 피피섬과 필리핀 보라카이 등 유명 관광지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이른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폐해도 함께 우려된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