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외딴 곳에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오후 늦게 해가 잠깐 나오기도 했지만 대체로 비 또는 흐렸다.
오늘도 종일 달렸다. 가는 중에 다음 화물 예고가 들어왔다. 배달처에서 다른 화물을 받아 오클라호마 주로 간다. 내게 남은 시간을 계산해보니 딱 들어맞는다. 70시간 중 7시간 남았다. 오늘 배달처까지 가면 3시간 조금 더 남을 것이다. 내일 들어오는 시간은 3시간 남짓. 합치면 7시간이다. 모레 8시간 가량 들어온다. 그 시간들을 다 모으면 기한 내 배달할 수 있다.
테네시 주는 워낙 좌우로도 넓어서 하나의 주에 시간대가 둘로 나뉜다. 동쪽은 동부시간, 서쪽은 중부시간이다. 중부시간으로 6시가 안 돼 배달처에서 1마일 조금 더 떨어진 TA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120대 가량 주차 공간이니 작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내쉬빌을 너무 우습게 봤나 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주차 공간이 없다. 미리 예약하는 유료 주차공간만 조금 남았다. 그러면 일단 배달처에 가서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밥테일로 나와 주차공간을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배달처가 문을 닫았다. 주말에는 일을 안 한다. 막다른 길이라 돌려 나갈 곳도 없다. 정문 앞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 간신히 나갈 수는 있어 보인다. 공연히 무리하다 도랑에라도 빠지면 큰 일이다. 여기서 내일 새벽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리퍼 연료도 안 채웠다. 아까 TA에서 넣고 왔어야 했는데. 주차 공간이 없는데 당황해서 미처 생각을 못 했다. 내일 게이트 열면 마당으로 들어가 돌려 나오면 된다.
전화위복이랄까. 덕분에 혼자 조용한 곳에 주차하고 쉰다. 주차금지 푯말도 없고 막다른 길이라 다니는 차량도 없다. 내일 아침 출근 시간이 되야 차가 다닐 것이다. 차량 통행에 지장 없이 갓길에 댔다. 다른 회사의 것으로 보이는 선박용 트레일러 몇 대가 길 양쪽으로 놓여 있다. 샤워하려던 계획 말고는 그다지 차질 빚을 게 없다. 배달처 정문 앞은 어쩌면 최고의 주차공간이다.
밥을 잔뜩 지어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사기꾼 vs 사기꾼
밤새 잘 자고 일어나 배달처 정문으로 들어가 마당에서 트럭을 돌려 나왔다. 가까운 주유소로 가 리퍼 연료를 채우고 돌아왔다. 배달을 간 곳에서 바로 새 화물(貨物)을 받으니 편하다.
오늘 내가 가진 시간은 7시간이다. 마침 5시간 거리의 러브스 트럭스탑에서 주유를 하도록 정해졌다. 좋아 오늘은 거기까지 가서 쉰다. 절반 정도 갔을 때 트럭 파킹장에서 쉬며 아점을 먹었다. 러브스 트럭스탑에 도착하니 2시 조금 넘었다. 공간은 널널했다. 역시 일찍 낮에 끝내는게 좋다. 밝은 대낮이니 양쪽 트럭 사이 공간에 대는 것도 문제 없다. 밤낮의 시야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샤워하고 빨래도 할 참으로 챙겨나갔다. 샤워하고 면도하고 나와서 빨래를 하려니 이곳엔 세탁실이 없다. 세탁실이 트럭스탑이라고 다 있는게 아니구나. 이곳은 샤워실도 4칸이 전부다. 빨래는 내일 다른 트럭스탑을 찾아봐야겠다.
매점에서 직접 튀기는 닭과 감자가 맛있어 보였다. 참아야 하느니라. 가뜩이나 식탐이 많은데 트럭스탑 음식에 맛 들였다가는 뚱돼지를 면치 못한다. 이번에 집에 갔을 때 체중을 달아보니 81Kg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트럭 일 시작한 이후로 그 정도에서 계속 유지된다. 부모님과 가끔 화상통화를 하는데 지금 모습이 훨씬 좋다고 하신다. 예전에 택시할 때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직접 말은 못 했지만 못나진 인물에 충격을 받았다고 이제서야 말씀하신다. 전체적인 건강도 지금이 더 낫다. 트럭이나 택시나 장시간 앉아 운전하는 일인데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운전석 공간 여유가 많다는 것과 힘들 때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차이인가? 택시 운전석은 비좁다.
오늘 남은 2시간과 내일 들어오는 8시간을 합하면 10시간이다. 배달처까지 갈 수 있지만 약속 시간이 모레 아침이다. 내일도 한 7시간 운전하고 일찌감치 편한 트럭스탑을 찾아 들어가면 된다. 떨어진 부식(副食)을 보충하기 위해 월마트에 들를 필요는 있다. 가는 경로상 1시간 거리에 월마트가 있고 오전 6시 개점이다. 그러니까 내일 오전 5시 출발하면 된다.
카톡과 메신저로 내게 연락을 해오는 외국인이 두 명 있다. 근래 2주 정도 사이의 일이다. 직접 얼굴을 못 봤으니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모른다. 프로필 상에는 둘 다 여성이다. 메신저로 연락해 오는 여성(이라고 주장하는)은 캐서린 핫산이다. 필리핀 태생으로 마닐라에서 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생긴 것이 서구인이다. 이쁘게 생겼고 사진만 봐서는 배우나 모델이다. 게다가 핫산은 무슬림 성씨다.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그래서 짐짓 마닐라에 아는 사람이 있는 척하며 사업에 도움을 주겠다고 떠봤다. 그랬더니 갑자기 스토리가 바뀌었다. 자기는 지금 시리아에 있다고. 자기 남편이 시리아 내전 통에 죽어 과부가 됐으며 다마스커스 난민촌에 산다고 했다. 핫산은 남편 성이란다. 여기서 나가고 싶으며 도움이 필요하단다. 필리핀에 가족은 없냐? 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럼 대학은 어떻게 갔는데? XX(이름 기억 안 남)이 도와줬다. 그가 나를 입양했는데 나는 고아원에서 지냈다. (뭔 개소리냐?) 나는 그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는 지금 어디 있는데? 죽었다. (그렇겠지) 그래 그럼 도움을 줄테니 우선 너가 진짜인지 확인 좀 하자. 시리아 여권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합성인지 조작인지 알 길이 없다. 여권 사진은 보통 귀가 나오는데 귀가 덮힌 것으로 봐서 가짜 같다. 화상통화가 가능하냐 물었다. 도서관 컴퓨터라 전화 통화나 화상통화는 안 된다고 우긴다. (시리아 시간 밤 12시에 도서관 컴퓨터를?) 그럼 짧은 비디오를 찍어서 보내봐라. Hello Phil이라고 인사하며 말이다. 그랬더니 보안이 심해서 안 된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지인의 핸드폰을 빌려서 사진을 찍어 보내겠다고 했다. 다음날 사진이 왔는데 그냥 셀카다. 배경이 어딘지 알 수 없다. 옷도 계절에 맞지 않는다. 나는 장난하냐며 난민촌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찍어서 보내라 했다. 아니면 가짜로 알겠다며. 내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 며칠 후 다시 사진이 왔다. 해변인지 모래밭인지 모를 곳에서 찍은 전신 사진이다. 몸매는 좋네. 거참 내 스타일일세.
또 한 명은 66년생, 51세 힐러리 대니얼이다. 텍사스 휴스턴에 살며 석유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이 여자도 (주장으로는) 과부다. 특이하게도 카톡으로 연락하자며 아이디를 알려달란다. 그때 이후로 카톡으로 연락이 온다. 특이하게도 한글로. 존댓말과 반말이 혼재하며 어색한 문장은 딱 봐도 구글 번역기 수준이다. 미국인이라니 나는 영어로 질문을 했다. 답변이 오는데 내 영어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인이 쓰는 영어가 아니다. 그후로 매일 한두 번씩 좋은 글귀를 보내온다. 물론 어색한 문장으로. 수준을 맞추기 위해 나도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가며 대꾸를 해줬다. 무슨 사심이 있어서가 아니고 심심해서 그랬다. 무슨 꿍꿍이로 그러나 궁금하기도 했다. 한국을 좋아하는 한류팬인가? 문장 내용이 한국 시간대에 맞춰져 있다. 가령 아침에 좋은 밤 보내라는 식의 문장이 온다. 저녁에는 간 밤에 잘 잤냐 좋은 하루를 시작하라는 식이다. 그래서 나 말고 몇 명하고 메시지 주고 받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오직 나하고만 연락한다며 왜 묻느냐고 반문했다. 오늘 갑자기 중요한 할 얘기가 있다며 다량의 문장을 보내왔다. 자기는 식도암으로 3개월 밖에 못 살며 병원에 있다고 했다. 유감이네 천국에 가길 빌어줄게. 자기한테 남편과 공동명의로 터키 은행에 넣어둔 3백만 달러가 있다. 이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럼 너 변호사 통해서 그 일을 진행해. 내 답변에는 아랑곳없이 계속 문자가 들어온다. 자기 친척은 못 믿는다. 요 며칠 너와 대화를 해보니 믿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더라. (내가 뭐라고나 했나?) 너한테 다 줄테니 40%는 쓰고 60%는 자선단체에 기부해다오. 주소와 연락처 등 신원사항을 알려달라. 너가 터키에 갈 필요도 없다. 내 변호사가 연락할 것이다. 그래 그럼 너 변호사랑 직접 통화할게 연락처 알려줘. 너 병원 주소 알려주면 휴스턴 사는 내 친구한테 꽃 들고 문병가라고 할게. 이 일은 비밀리에 해야한다. 다른 사람이 알면 큰 일 난다.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화면을 캡처해 놨어야 하는데 짜증나서 그냥 지워버렸다.
운전하며 생각했다. 얘네들을 알라신의 이름으로 저주해버릴까 생각하다, 알라신이 무슨 죄냐? 그리고 얘네들이 무슬림인지도 모르면서 알라한테 부탁하는 것은 인종차별아닌가? 좋은 생각이 들었다. 얘네들을 연결해주자. 한 명은 도움이 필요하고, 한 명은 도움 주기를 바라고 있으니 천생연분(天生緣分)이다. 그래 나는 중간 메신저 역할. 그래서 핫산에게 연락했다. 너에게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았다. 힐러리를 채팅방에 초대하마. 좋단다. 초대했는데 답변이 없다. 힐러리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 여자가 도움이 필요하다니 너의 돈을 줘라. 좋은 곳에 쓸 것이다. 아직 힐러리에게선 답이 없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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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고!
침울하다. 나는 아직 멀었다. 트럭 운전을 그만둬야 하나 진지하게 5초 정도 생각했다.
아침에 예정대로 일어났다. 주유를 하려는데 펌프마다 트럭이 두세대 씩 밀려있다. 새벽 5시에 어찌 이런 일이? 여기서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찬바람이 불어 날씨가 추웠다. 야외에서 20분은 버틸 수 있는 따뜻한 옷이 필요하다.
월마트에 도착하니 7시다. 상관 없다. 밤을 샌 것으로 보이는 트럭들이 몇 대 주차해 있다. 그 옆에 댔다. 이런 저런 식품을 샀더니 50달러가 넘게 나왔다. 옷은 구경만 하고 가격대만 알아뒀다. 계란 하나가 깨져 있다. 다시 가서 바꿨다. 지난 금요일 배달하고 받지 않은 영수증 사본을 요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자동응답기에서 이메일 주소를 알려준다.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올 지 모르겠다. 영수증이 없으면 내가 144달러를 물어내야 한다.
9시에 다시 출발했다. 배달처 가는 길 100마일 이내에는 쉴만한 트럭스탑이 없다. 마지막 트럭스탑이 러브스다. 여긴 어제와 마찬가지로 세탁실이 없다. 약 40마일 앞에 있는 파일럿으로 갔다. 여기서 사단이 났다. 자리는 많았다. 크고 깊은 웅덩이가 두 개나 주차장에 있었다. 그곳을 피해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전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길래 우측으로 꺾었다. 뭔가 저항이 느껴지며 트드득 소리가 났다. 트레일러 오른쪽이 옆에 주차한 트럭의 우측 앞부분을 긁었다. 너무 많이 꺾어 사이드 미러에도 보이지 않았다. 착잡했다. 얼마나 지났다고 또 사고라니.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동작에서. 나는 기본이 안 돼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방 차량이 같은 프라임 트럭인데다 운행을 못 할 정도의 손상은 가지 않았다. 가드 범퍼가 밀려 플라스틱 범퍼에 금이 가고 헤드라이트 플라스틱 커버가 부서졌다. 그래도 헤드라이트는 달려 있다. 상대방 운전사는 흑인 여성이었다. 사진 찍고 트럭을 주차 후 돌아오니 그녀는 이미 회사에 전화로 사고보고를 하고 있었다. 나도 기본적인 사항을 적었다. 그녀는 혹시 덕테이프 있으면 헤드라이트 주변에 좀 붙여 달라고 했다. 덕테이프를 가져 오니 샤워하러 갔는지 사람은 없다. 덕테이프를 헤드라이트 주변 찌그러진 곳에 붙였다.
회사 앱으로 사고 보고를 먼저 했다. 그 다음 안전부서에 전화를 걸어 내 트럭번호를 알려주니 끝이다. 그녀가 이미 보고를 한 터라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
세탁실에 세탁기 두 대가 있는데 그나마 한 대는 고장이었다. 건조기는 6대나 있었다. 세탁은 30분, 건조는 60분 걸린다. 가격은 각 $2.50다. 우리 동네에서 하는 것 보다 싸다. 코인이 없어도 파일럿 적립카드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었다. 건조를 기다리며 Trucker Path 앱을 이용해 배달처 주변 주차할 곳을 찾아 봤다. 프렌차이즈 트럭스탑은 없어도 10대~20대 규모의 로컬 트럭스탑은 몇 곳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은 10달러 요금을 받았다. 월마트 DC 바로 옆에 공터도 있어 트럭 몇 대는 댈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분명 배달처로 가 주변에서 주차할 곳을 알아봤을 것이다. 사고로 사기가 꺾인터라 러브스까지만 가기로 했다. 배달처에서 100마일 거리니까 두 시간 잡고 내일 새벽 5시에 출발하면 된다.
세탁을 마치고 다시 운전해 러브스에 왔다. 오후 3시 30분, 자리가 많다. 오늘은 운전한 시간이나 중간에 쉰 시간이나 비슷하다. 어제 샤워를 했지만 기분 전환 겸 또 샤워를 했다. 러브스 커피는 맛이 없는데, 여기 커피는 마실만 했다. 길 건너편에 치킨을 주종목으로 하는 뷔페 식당이 있었다. 사고까지 친 마당에 식욕이 날 리 없다. 생략하고 월마트에서 산 빵과 샐러드로 저녁 해결.
아침에 핫산이 힐러리가 없다며 내게 불평했다. (놀라는 척하며) 그럴리가 없다. 그녀는 내게 매일 카톡으로 연락했다. 심지어 사진까지 보내왔다. 핫산은 그녀는 가짜라고 말했다. 뭣이! 너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핫산은 답이 없었다. 그야 내가 가짜니까 잘 알지라는 말이 손톱 끝까지 밀려왔을 것이다. 내가 지금 사기꾼들과 장난칠 때가 아니다. 둘 다 차단해버렸다.
맹세코 이번 사고가 마지막이다.
트럭커는 조용하다
4시 40분 알람에 깼지만 더 잤다. 급할 것 없는 배달이다. 6시에 트럭스탑을 출발해 오클라호마 Ochelata 월마트에는 8시에 도착했다. 드랍 앤 훅이라 절차도 간단하다. 19XXXX번대 트레일러를 연결하려고 보니 에어백이 새니 움직이지 말라는 메모가 전원잭에 붙어있다. 나온지 얼마 안 되는 트레일러가 왜 그럴까. 17XXXX번대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다음 화물이 들어왔는데 아칸소 Springdale이 발송처다. 약속 시간이 11시다. 어디 들러서 세척을 하고 가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리퍼를 사용하지 않는 DRY 화물인데다 wash out 영수증을 요구한다는 얘기도 없다. 월마트 야드에서 내가 직접 청소하는 게 빠르다. 뒷문을 열어보니 비교적 깨끗했다. 로드락도 1개 들어 있다. 로드락은 챙기고 빗자루로 트레일러 내부를 쓸어냈다. 문턱에 걸려 쓸리지 않는 먼지는 진공청소기로 처리했다. 완벽하다.
9시에 출발했다. 11시까지는 무리고 11시 반 정도에 도착할 것 같다. 그런데 길이 전부 고속도로가 아니다. 막판에 일반도로로 빠져 도시를 지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11시 50분에야 도착했다. 픽업은 좀 늦어도 괜찮다. 최종 배달이 중요하다. 2번 닥을 배정받았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2번 닥은 그래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수월하게 닥킹했다.
글렌에게서 플릿 전체 메시지가 왔는데 지난 24시간 동안 4건의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회사 전체인지 우리 플릿만인지 모르겠다. 내가 낸 사고는 같은 프라임 트럭이라 2건으로 기록됐을 수도 있다) 뭔가 이상한 날이었다.
얼마 후 다른 프라임 트럭이 4번 닥에 대는데 그리 신통치 않다. 젊은 흑인 여성이다. 자연스레 나가서 뒤를 봐줬다. 또 얼마 후에는 다른 트럭이 3번 닥으로 들어온다. 공간이 빡빡해 히마찰이나 다른 프라임 트럭을 칠 것 같다. 이번에도 나가서 뒤를 봐줬다. 그러고보면 나도 그리 못 하는 후진은 아니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말이다.
짐은 2시가 넘어서야 다 실렸다. 45,000 파운드가 넘는다. 실을 수 있는 거의 한계다. 드라이브 타이어는 33,000이 나왔고 텐덤 타이어는 34,000이 나왔다. 간이 게이지라 정확하지 않다. 자칫 웨이스테이션에 걸려 들어가면 무게 초과로 나올 수도 있다. 웨이스테이션 1마일 전쯤에 도로에 저울이 설치돼 있다. 트럭이 그 위를 빠른 속도로 지날 때 무게가 좀 나간다싶으면 웨이스테이션으로 불러들인다. 프리패스가 있는 트럭은 통과냐 출입이냐를 삑삑 소리와 불빛 색깔로 알 수 있다. 프리패스가 없는 트럭은 웨이스테이션이 열려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웨이스테이션 진입로에 저울이 하나 더 있다. 30마일 정도 속도로 그 위를 지날 때 무게가 기준치 이하면 통과, 이상이면 저울쪽으로 신호를 준다. 저울로 신호를 받은 트럭은 정지 상태에서 무게를 잰다. 여기서 걸리면 주차장으로 트럭을 대라는 신호가 온다. 그러면 벌금 티켓을 받는다. 어떤 때는 화물이 가벼운데도 최종 저울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짐 싣느라 시간을 많이 지나 4시간도 채 운전을 못 한다. 그 시간 내에서 갈 수 있는 트럭스탑을 찾았다. 3시간 거리인 미주리 Harrisonville에 트럭스탑이 몇 곳 있다. Sapp Bros, Loves, Pilot 순이다. 삽브로스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다른 두 곳 보다 덜 복잡할 것이다. 삽브로스는 주차장도 비교적 크다.
해가 막 지는 6시 45분쯤 삽브로스에 도착했다. 자리가 많았다. 어째 풍경이 익숙했다. Fireworks 가게가 여기도 있네. 월마트 DC가 바로 옆이고. 이런 얼마 전에 왔던 곳이다. 이곳 화장실은 트럭스탑 중 최고 수준이다. 청결하고 시설도 좋다. 트럭에 먹을게 많이 있지만 오늘 저녁은 이곳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내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다. 마침 출출하고 식욕도 인다. 또 주차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다른 프렌차이즈 트럭스탑이야 평소 주유도 자주 하지만 삽브로스는 중부 지역에만 있어 주유할 기회가 별로 없다. 이젠 확실히 알았으니 이 경로로 지나면 애용해야겠다.
오늘의 저녁 스페셜은 치킨에 사이드 1개, 샐러드바 이용이었다. 치킨 2조각은 8불 얼마, 4조각은 10불 얼마다. 2조각으로 시켰다. 사이드로 양파링을 시키니 1달러 추가다. 커피는 2달러 가량. 택스 포함해 12달러 몇 센트 나왔다. 20달러 내고 5달러만 챙겼다. 주위를 보니 한 남녀 커플만 빼고 모두 남자 혼자서 먹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다들 말 없이 조용히 먹는다. 종업원이 지나가며 음식 어떠냐, 뭐 필요한거 있냐, 커피 더 줄까 묻는 통에 그나마 한두 마디라도 한다. 누가 트럭커를 터프하다고 했는가? 내가 본 트럭커는 대부분 조용하고 순하다. 목소리도 별로 안 크다. 하긴 혼자서 떠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가?
이곳도 8시가 넘으니 자리가 거의 다 찼다. 이곳의 장점은 공간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차가 쉽다. 다른 트럭스탑 같았으면 더 많은 주차공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늦게 와서 자리가 없는 트럭들은 빈 공간 중간에 가로 두 줄로 주차했다. 그래도 세로 주차한 트럭이 나갈 수 있을 정도다.
내일 네브라스카 Grand Island까지는 6~7시간 거리다. 오후 4시 약속이지만 2시간 정도 미리 갈 생각이다. 다음주 화요일에 집에 가기 때문에 여기서 동부쪽으로 화물을 받을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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