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일을 나가기 위해 주차된 트럭에 와보니 문에 주차위반 티켓 2장이 꽂혀있다. 뭐지? 웬 주차위반? Commercial overnight parking이 발부 사유다. 한마디로 트럭은 주택가에 밤샘 주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벌금이 265달러다. 두 장이니 530달러다. 그런 규정이 있는 지 몰랐다. 너무 비싼 수업료다. 밥테일 트럭은 기껏해야 승용차 2대 공간도 차지 하지 않는다.
회사 티켓 관련 부서에 연락하니 내가 처리할 것인지, 급여에서 깔 것인지 물어본다. 나는 일단 이의제기부터 하겠다고 했다. 밑져봐야 본전이다.
아내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작별했다. 또 몇 주 후에나 볼 것이다. 화물은 저지 시티 트로피카나에서 피츠버그로 가는 과일 주스다. 오늘 중 픽업해서 내일 오전 10시 배달이다. 조지 워싱턴 브릿지 공사로 95번 도로가 내내 기어간다. 트레일러를 픽업한 이후에는 퇴근 시간 정체에 걸렸다. 출발 3시간이 지나도록 60마일도 못 왔다. 이래서야 내일 오전 10시까지 배달이 어렵다. 배달처 앞 도로에 주차할 수 있다는 얘기에 곧장 피츠버그까지 가기로 했다. 펜실베이니아 들어선 이후로 계속 비가 내렸다.
새벽 1시 경 배달처 입구에 도착했다. 주변 도로는 이미 주차한 트럭으로 가득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중간에 어디 가까운 곳에서 밤을 새고 왔어야 했나? 딱 한 공간이 비었다. 트럭 한 대가 들어가면 딱이다. 깻잎주차 수준이다. 깻잎주차는 승용차로도 어려운데 트럭으로 가능할까? 게다가 평행주차는 CDL 면허 딸 때 실기 시험으로 해본 이후로 실전에서 한 번도 사용한 일이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시도해 볼 밖에. 대여섯 번을 내려가며 앞뒤 공간을 확인했다. 주차를 마치고 나니 앞뒤 공간 여유가 20cm도 안 된다. 바퀴는 인도 턱에 딱 붙었다. 내가 하고서도 믿기지 않는 기적(奇蹟)의 주차다.
피츠버그에서의 '깻잎주차'를 아침에 촬영했다
Lansing, MI
푹 자고 일어났다. 9시에 체크인을 했다. 트럭을 빼내는 일은 쉬웠다. 두 번만에 나왔다. 후진이 어려운 곳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후진이 쉬운 114번 닥을 배정받았다. 10시 반쯤 배달처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트레일러 내부를 보니 나무조각과 먼지가 많았다. 쓸어내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정도다. 가장 가까운 트럭 세차장으로 갔다.
솔로 초기에 와봤던 곳이다. 익스프레스 컨테이너라는 곳인데 탱크 트레일러만 잔뜩 서 있다. 그때는 세차하는 곳이 안 보여 회사 마당을 한바퀴 돌고 그냥 나왔다.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조용하다. 트럭을 세워놓고 사무실로 갔다. 직원 한 명이 내가 온 줄도 모르고 핸드폰으로 게임에 열중이다. 프라임 와쉬아웃 하냐고 물으니 한단다.
그는 시간을 들여 물청소를 했다. 영수증을 보니 요금이 60달러가 넘었다. 나중에 발송처에 가서 확인해보니 깨끗하게 청소를 잘 했다.
트럭스탑으로 가려다 입구 쪽에 공간이 있길래 트럭을 세워놓고 다음 화물을 기다렸다. 오하이오에서 미시건으로 가는 화물이 들어왔다. 거리는 멀지 않다. 가다가 연료 넣고 발송처에 도착했다. 보통 드랍 앤 훅은 쉽다. 그런데 이곳은 드랍이 무척 어려웠다. 드랍야드가 좁았다. 하마트면 주차는 커녕 나오지도 못할 뻔 했다. 간신히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나왔다. 가져갈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화물을 어떻게 실었는지 뒤가 무겁다. 12번 핀에 텐덤 타이어를 고정했는데 34,000 파운드가 넘으려고 했다. 드라이브 타이어는 32,000 이하다. 14번이나 15번에 걸어야 균형이 맞다. 하지만 많은 주에서 12번 핀을 넘어가면 규정 위반이다. 미시건 주도 그렇다. 원래는 저울이 있는 트럭스탑에 가서 무게를 달고 오버되면 다시 와서 짐을 내리고 다시 실어야 한다. 귀찮다. 어느 세월에 그걸 하고 앉았나.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옆 주라서 거리가 멀지 않고, 주말인데다 밤이면 웨이스테이션이 문을 닫았을 확률이 높다. 예상이 맞았다. 오하이오 주에서는 웨이스테이션이 없었다. 미시건에서 하나 있었지만 문을 닫았다.
오늘도 거의 종일 비가 내린다. 히마찰은 짐이 무거운데도 잘 달렸다. 평지라 그런지 거의 자신의 최고 속도를 유지했다. 트럭 몇 대를 추월하기도 했다.
가다보니 심야인데도 휴게소 주차장에 자리가 많았다. 평소 같으면 여기서 밤을 새고 가겠지만 오늘도 배달처로 직행이다. 그곳은 밤을 샐 수 있는 주차장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런 곳이 좋다. 밤에 와도 주차 걱정 없는 곳.
자정 무렵에 도착했다. 약속은 내일 오전 10시 30분이다. 일찍 배달도 가능하지만 피곤도 하고 굳이 밤에 무리할 필요는 없다. 내일 아침에 배달하기로 하고 주차장에 자리를 잡았다.
뉴스를 보니 오늘 피츠버그에서 총격 사건이 있었다. 헐 나도 피츠버그에 있었는데..
근무 시간 규정 위반
트럭스탑만큼이나 넓은 Meijers 주차장에서 밤을 샌 후 9시 경에 체크인을 하러 갔다. 10시 반이 넘어서 연락이 왔다. 닥에 댄 후에도 한참 후에야 짐을 내렸다. 어젯밤에 오자마자 체크인을 할 것을 그랬다.
다음 화물은 미시건 주 Liviona에서 일리노이 주 Minooka를 들러 Bolingbrook으로 가는 건이다. 배달이 각 새벽 2시와 7시다. 14시간 룰을 생각하면 최대한 기다렸다 출발해야 한다. 드랍 앤 훅이므로 가는 도중에 블루비콘에 들러 트레일러 세척을 했다. 일요일이라 다른 곳은 문을 열지 않았다. 블루비콘은 조용했다. 요며칠 계속 비가 내려 손님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내가 유일한 고객이었다. 맞은 편 트럭스탑에서 리퍼 연료를 채운 후 발송처에 도착했다.
Mastronardi, 전에 한 번 와 봤던 곳이다. 트럭 초기에는 대부분이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몇 번 다녀본 곳도 자주 나온다. 여기도 닥킹이 쉽지 않다. 당시 후진하다 옆에서 코치하던 야드 자키 견인 트럭을 받은 일이 있다. 트레일러나 견인 트럭이나 둘 다 튼튼해서 손상은 없었다. 오늘도 9번 닥에 내려 놓으라 해서 시도하는데 잘 안 된다. 자꾸 10번 닥으로 들어간다. 보다 못한 야드 자키가 반대 편에 내려 놓으란다. 자기가 하겠다고. 자존심이 조금 상하는군.
체크인을 하러 가니 아직 화물이 안 실렸단다. 전에 왔을 때도 그랬다. 당시에는 밥테일로 근처 월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고 왔다. 오늘은 짐이 실리자 마자 출발해야 하니 기다렸다. 결과적으로는 월마트에 다녀 왔어야 했다. 오후 5시~7시 사이에 짐을 받는 일정인데 10시도 넘어서야 서류를 받았다. 트레일러 연결하고 서류 작업하고 11시가 돼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주말이나 밤에는 라이브 로드 콜 연결이 잘 안 된다. 일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live load call은 발송처에서 출발하면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배달처 주소와 화물의 온도, 주문 번호, 화물 중량, 씰 넘버, 트레일러 번호 등을 확인하고 변동 사항이 있으면 갱신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배달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나는 갈 길이 멀어 10분 가량 기다리다 일단 출발했다. 고속도로 진입로에 가까이 갔을 무렵 전화 연결이 됐다. 트럭을 갓 길에 세우고 통화를 마쳤다.
6시간 거리라 이미 오전 2시 배달은 틀렸다. 중부시간대로 가서 1시간 번다고 치더라도 오전 4시에나 도착할 것이다. 거기서 짐을 빨리 내리면 최종 배달지에는 예정 시간인 오전 7시에 갈 수 있다.
낮에 잠을 안 잤기 때문에 졸렸다. 중간에 휴게소에 두 번 들러 잠깐 쉬었다. 안전이 우선이다. 예상대로 오전 4시에 WDC에 도착했다. 짐 내리는데는 2시간 가량 걸렸다. 나는 이미 14시간을 다 썼다.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다음 배달처로 가는 방법과 규정을 위반하는 방법이 있다. 후자를 택했다. 지금껏 트럭 운전하며 시간을 오버한 적은 처음이다. 오프듀티를 부정한 방법으로 쓰는 것보다는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를 들었다. 규정을 위반한다고 매번 벌금을 내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DOT에서 기록을 검사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낸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확률이 높다. 30분 정도 거리니까 괜찮지 않을까. 거기다 오프듀티 드라이브는 하루에 1시간 쓸 수 있어 아껴둘 필요도 있다. 배달을 마치고는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가야 하니까.
Fresh Thyme Farmers Market, 처음에 입구를 잘 못 찾았다. 입구처럼 생기지 않고 주차장 처럼 밥테일 트럭이 양쪽에 가득했다. 잘 못 들어갔다가 갇힐까봐 걱정됐다. 구글맵 위성사진을 봤더라면 알았을 텐데. 사무실에 가서 직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좁은 입구를 들어가니 뒷편에 넓은 공간이 나왔다. 체크인하고 짐을 내렸다. 그리 바쁘지 않은 곳이라 건너편에 주차하고 10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려도 될 것 같다.
다음 화물 예고가 들어왔다. 일리노이 주에서 미주리로 가는 건이다. 내일 아침 10시까지 배달이다. 10시간 거리니까 짐을 늦게 받아서 출발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트레일러 세척이다. 손으로 쓸기에는 좀 많다. 트레일러 세척장에 전화를 하니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고 했다. 계산이 복잡해 진다. 나는 오후 5시에 움직일 수 있다.
근처에 200대 규모의 큰 트럭스탑도 있었다.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일단 트럭스탑에 가보기로 했다. 넓기는 하지만 시설이나 설계가 엉망이다. 게다가 3시간만 무료 주차다. 어쩐지 Trucker Path에서 빈 공간이 많더라니. 여기가 시카고 권역이라는 것을 깜박했다. 다른 트럭스탑에도 자리가 없을 것이다. 다시 배달처로 돌아갔다. 아까운 오프듀티 드라이브를 30분 썼다. 밤새 운전하려면 잠을 자둬야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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