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 다이어트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배달지 180마일 전방. 목표로 했던 트럭스탑까지는 못 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10시였다.
오하이오를 거의 벗어날 즈음까지 비가 내렸다. 크루즈를 못 쓰고 57마일 이내로 달렸다는 뜻이다.
I-80 오하이오 구간의 고속도로 휴게소들은 트럭커 라운지에 세탁실과 트럭스탑 수준의 샤워실을 갖췄다. 샤워실 이용은 무료다. 단, 수건과 세면도구는 자기가 가져가야 한다. 그동안 빨래만 한번 했다. 오늘은 샤워실을 이용했다. 트럭스탑에서 샤워하기 힘들 것 같았다.
I-76 펜실베이니아 산악 구간에서도 무난했다. 오르막 속도 저하는 어쩔 수 없지만, 내리막 속도 유지는 잘했다. 가장 가파른 곳은 4도 정도다. 어쩌다 제이크 브레이크를 1단으로 잡아줬을 뿐이다.
유타의 기능을 어찌나 막아놨는지 운전자가 선택할 게 별로 없었다. 유타는 기어 모드 설정에 이코노미 오토, 액티브 오토, 매뉴얼 세 가지가 있다. 이코노미 오토만 사용 가능하고 다른 모드는 선택이 안 됐다. 모든 게 연비향상 위주로 돼 있다.
예정했던 트럭스탑에는 밤 10시에나 도착할 것 같다. 그 시각이면 자리가 없을 확률이 높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쉬기로 했다. 한 곳은 30대, 그다음은 60대 주차다. 30대 주차인 곳을 지나며 보니 자리가 몇 곳 있었다. 60대에는 더 많겠지.
판단 착오였다. 이곳은 상행선, 하행선을 다 합해 60대였다. (상하행선 주차구역은 나눠있다) 게다가 양렬 45도 후진으로만 주차 가능했다. 휴게소에서는 보기 힘든 주차 배열이다. 내가 들어왔을 때는 오른쪽으로 자리가 두 곳 남았다. 블라인드 사이드 백업을 해야 한다. 마침, 내 뒤로 트럭이 바로 따라 들어왔다. 내려서 그 트럭이 후진하는 것을 봐줬다. 다음은 내 차례. 먼저 주차한 트럭 운전자가 내려서 내 후진을 봐줬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상부상조가 됐다. 그가 아니었으면 고생했을 것이다.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은 어렵고 부담스럽다.
저녁으로 일본 생라면을 끓여 먹었다. 월마트에서 면과 국물을 따로 판다. 양이 적어서 2인분을 끓여야 배가 부르다. 맛은 제법 그럴듯하다.
내일 주유를 포함해 4시간 정도면 유타의 첫 배달 임무가 끝난다. 금요일부터 가족 휴가를 가기 때문에 이번 주는 주로 동부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유타의 첫 임무 완수
유타와 트레일러 201310의 첫 配達(배달)은 무사히 마쳤다. 솔직히 유타보다 트레일러가 더 신경 쓰였다.
유타를 스프링필드에서 받아, 유타에서 새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아이다호에서 화물을 실어, 펜실베이니아에 배달하니 주행계가 거의 4천 마일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 출발했으니 하루 평균 500마일씩 뛴 셈이다.
Hatfield의 아메리콜드는 전에 와봤던 곳이다. 201310 트레일러를 야드에 내려놓고 빈 트레일러를 찾았다. 프라임 트레일러는 서너 대가 있다. 그중 하나의 문을 열어보니 로드락이 없다. 내 로드락 2개를 트레일러에 넣어 두었기 때문에 로드락이 있는 트레일러를 찾아야 한다. 옆의 191487 트레일러를 여니 로드락 2개가 있다. 너로 결정.
트레일러 와쉬아웃하러 갈까 하다가 기다렸다. 버기라는 곳이 있는데, 가는 길이 좀 어렵다. 다음 화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기다려도 다음 화물이 금방 안 들어왔다. 화물예고가 들어왔다. 글렌은 내게 언제까지 갈 수 있냐고 물었다. 약속은 2시다. 트레일러 씻고 가면 빨라도 3시나 3시 반이다. 일단 버기로 향했다. 좁은 도로와 빡빡한 회전공간. 역시 어렵다. 그래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버기는 트럭 수리도 하고, 중고 트럭 판매도 하는 곳이다. 야드에 박스 트럭을 세워 두고 와쉬아웃만 한다. 문자로 트럭과 트레일러, 트립 넘버를 보내면, 사장이 회사와 통화해 결제를 받고 영수증을 갖고 온다. 세차는 젊은 직원들이 한다. 가격이 60달러니 싼 편은 아니다. 블루비콘은 40달러가 안 된다.
아직 화물이 내게 정식 배당된 게 아니라 글렌에게 어떻게 됐나 물어볼 참이었다. 내가 도착이 늦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줬는지, 다음 화물을 기다려야 하는지. 글렌에게서 세일즈 부서와 연락 후 화물을 배당할 테니 우선 발송지로 가라고 문자가 왔다. 10/4 (텐포, 알았다는 트럭업계 용어다)
가는 길이 막히고 타운을 지나가느라 속도도 못 냈다. 4시 넘어서 도착했다. 도착할 즈음에 화물 배당 메시지가 정식으로 왔다. 약속시간은 2시에서 6시까지로 돼 있다.
발송 사무실에 가니, 2시에 왔어야 했는데 나보고 늦었다고 한다. 나 이거 좀 전에 받았거든. 하지만 변명하기도 귀찮아서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늦은 걸 어쩔 건데? 어떤 곳은 벌금을 매기는 곳도 있다만 여기는 그런 곳은 아니다.
닥에 대고 기다리니 하얀 콧수염에 빨간 옷을 입은 영감님이 나왔다. (산타는 아니다) 팔렛이 5개 밖에 안 돼. 홀짝홀짝으로 실을 거야. 알아서 하슈. 홀짝으로 싣는다는 것은 첫 줄은 팰릿을 가운데 하나 놓고 둘째 줄은 두 개를 놓는다는 뜻이다. 첫째 줄은 냉방기가 가까워서 환기를 위해 홀수로 싣는 경우가 많다. 트레일러 앞쪽으로 무게를 덜 가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실을 화물이 많을 때는 그런 것 안 따지고 무조건 짝수로 싣는다.
정말로 작업이 빨리 끝났다. 트레일러를 앞으로 약간 빼란다. 문 닫고 씰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내가 싣고갈 화물은 과자 같은 것에 들어가는 초코칩이다. 씰을 설치하고 자물쇠를 채웠다. 영감님이 서류 받아 오겠다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는 트레일러 바퀴를 앞으로 당겼다. 이런 것은 무게를 달아볼 필요도 없다. 짐 싣는 것보다 서류 받는데 더 오래 걸렸다. 기다리다 사무실로 가니 영감님이 여직원에게서 막 서류를 받아 나한테 사인하라고 내민다. 사인하고 내가 가져갈 서류를 받아서 나왔다. 서류를 보니 약 1만 파운드였다. 팰릿 개수는 5개라 했는데 숫자를 계산해보니 6개여야 한다. 팰릿 하나당 40상자인데 총 개수가 240상자였다. 나는 사무실에 보내는 출발 보고 양식에는 팰릿 6개라고 적었다. 사실 큰 상관 없다. 배달만 제대로 하면 된다.
업무 시간이 3시간 조금 더 남았다. 가다가 오후 7시쯤 I-81 휴게소에 들어왔다. 두 자리가 비었다. 나하고 내 뒤에 따라 들어온 트럭이 하나씩 차지했다. 이번 화물은 모레 오전 9시까지 켄터키주 루이빌로 간다. 내일 530마일 정도를 달려 파일럿 트럭스탑서 머물 계획이다. 배달처까지 1시간 떨어진 곳이다.
지금쯤 월마트에서 식품을 보충해야 하지만 이번 주는 남은 음식을 모두 비우기로 했다. 집에 갈 때 냉장고를 끄고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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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 다이어트
역시 일찍 움직여야 좋다. 오늘은 6시 조금 지나 출발했다. 오는 도중 비가 오락가락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퍼붓기도 했다.
배달처 40마일 떨어진 트럭스탑에 오후 5시에 도착했다. 일찍 왔으니 자리는 널널하다.
지난주 연비 기록이 나왔다. 9.92MPG다. 간발의 차이로 10을 못 넘어서 아쉽다. 플릿 평균은 8.67이다. 다른 사람들도 대단하다. 나야 천천히 달려서 그렇다지만 남들은 제 속도 내고도 그러니.
이번 화물이 가벼워 연비는 좋다. 트럭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역시 화물 무게가 가장 중요하다. 연비는 重力(중력)과 싸움이다. 그다음은 경로다. 산지로 다니면 연비가 떨어진다. 그리고 바람. 역풍을 맞으면 연비에 나쁘다. 운전습관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부분 고속도로 주행이라 탑 기어 넣고 그냥 달리기 때문이다.
나는 컴퍼니 드라이버라 회사에서 연료비가 나오는데 왜 연비를 걱정하냐고? 연비가 좋으면 연료 보너스가 나온다. 따로 계산은 안 해봤지만, 평균 일주일에 100달러는 넘게 들어오는 것 같다. 연비가 좋을수록 보너스가 높다. 주행거리에 보너스 요율을 곱하는 식이다.
며칠 사이 새 취미가 생겼다. 쉬는 시간에 페친 정리. 어느덧 페친이 천명을 훌쩍 넘었다. 5천명 채우려면 멀었지만 심심하니까. 오는 페친 안 막고, 가는 페친 안 잡는 스타일이라 마구 받아주다 보니 이상한 계정도 많아졌다. 요즘엔 신청이 들어와도 검열을 한다. 이상하다 싶으면 거절한다.
페친 정리 기준은 하나다. 내 글에 좋아요 누르기나 댓글 달기와는 상관없다. 1년 이상 활동이 없으면 지운다. 본인이 올린 글이 없거나, 생일 축하 메시지에 답글은 고사하고 좋아요 조차도 없는 무반응은 페북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봐야지. 예전에 신천지에서 마구잡이로 친구 신청 들어올 때 많이 걸렀는데도 이번에 보니 남은 계정이 여럿 있었다.
내 담벼락에 뜨지는 않지만, 들어가서 보니 좋은 내용이 있는 계정도 있었다.
1차 정리가 끝나면, 그다음은 광고를 목적으로 신청한 계정이 대상이다. 최대 500명이 적정 숫자가 아닐까.
불가능한 닥킹은 없다.
웨스트버지니아 산중 휴게소. 인터넷이 잘 안 터진다.
오늘 아침에 갔던 곳은 서류에는 업체명이 Keebler인데, 실제 가보니 켈로그였다. 근래 가장 까다로운 장소였다. 옛날 같으면 impossible이다. 요즘은 어려운 퍼즐을 푸는 기분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가능하니까 사업을 하는 것 아니겠나? 어려운 만큼 해냈을 때 성취감도 있다.
좁은 곳에서 유턴해서 뒤로 들어가야 했다. 닥은 벽면이랑 바짝 붙어 여유가 20cm도 안 됐다. 짐은 얼마 안 되니 금방 내렸다.
다음 화물도 금방 들어왔다. 같은 루이빌인데 15마일 정도 떨어졌다. 드랍 앤 훅이었다. 아침에 트럭스탑에서 출발할 때 리퍼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길 잘했다. 배달을 갈 때는 리퍼 연료를 가득 채우는 것이 좋다. 다음 발송처가 어디가 될지 모른다. 드랍 앤 훅은 대부분 연료가 3/4 이상 남아있어야 한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주유하느라 먼 곳까지 갔다 와야 할 수도 있다.
발송처가 JBS고 저녁 9시 약속이다. 고기 화물은 거의 약속 시각 임박해 화물이 준비된다. 그래도 그냥 가봤다. 화물이 이미 준비돼 있었다. 운이 좋다. 트레일러는 깨끗한 편이었지만 자체 세차장에서 의무적으로 내부세척을 해야 했다. 이곳은 트레일러를 주차하는 곳이 까다로웠다. 후진으로 들어가 45도 사선으로 세워야 했다. 오늘은 모두 까다롭군. 루이빌이 그런 곳인가? 좁은 장소 뒤로 진입하기와 45도 주차는 연습이 더 필요한 기술이다.
트레일러 바퀴를 12번 핀에 고정했다. 무게가 제한을 넘지는 않지만, 가까운 CAT 스케일에 달아보기로 했다. 지난번 유타의 캘리브레이션을 했지만 한 번 더 확인 차원이다. 무게는 거의 균형이 맞았다. 유타의 저울 눈금도 수치에 근접했다. 유타의 눈금은 앞으로 믿어도 되겠다. 트레일러 저울 눈금은 500파운드 더 높게 나왔다. 이 정도면 양호하다. 그래도 드라이버로 눈금을 조정해줬다.
웨스트버지니아도 산악 지형이라 가파른데 유타는 내리막에서 속도 制御(제어)를 잘했다.
배달처는 메릴랜드주 제섭(Jessup)이다. 볼티모어 근처다. 21일 배달인데 약속 시각은 아직 안 정해졌다. 70시간 중 4시간 30분 남았고, 오늘 자정에 1시간 30분 들어오니 내일 일할 수 있는 시간은 6시간이다. 모레는 10시간 넘게 들어온다. 8일 전에 일한 시간만큼 받는다. 리캡(Recap)이라고 한다. 배달처 바로 인근에 TA 트럭스탑이 있는데 주차료가 24시간에 15달러라고 한다. 대도시 근처니 어쩔 수 없겠지. 한두 시간 덜 가서 휴게소나 트럭스탑에서 쉴 생각이다.
샤워 대신 조용한 주차
메릴랜드 핸콕(Hancock) 트럭스탑. 자정까지 여기서 쉰다.
오늘은 일찌감치 일어나 5시도 안 돼 출발했다. 비가 내렸다. 앞이 안 보일 때도 있었다.
웨스트버지니아, 산이 깊다. 어제 왔던 코스보다 경사가 심했다. 몇 번은 제이크 브레이크를 3단까지 걸고도 풋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트럭이 속력을 못 내니 목표 지점까지 가기는 글렀다. 빗길에 꼬불꼬불한 내리막길을 70마일 이상으로 달리기는 위험하다.
운전 시간 1시간 남기고 핸콕 트럭스탑에 왔다. 원래는 폭우를 잠시 피할 생각으로 왔다. 핸콕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20마일 떨어진 파일럿 트럭스탑으로 갈 것인가? 오전 11시니까 자리는 있을 것이다. 트럭커패스 앱으로 보니 해거스타운(Hagerstown)에 파일럿 트럭스탑이 두 곳 있는데 모두 주차와 관련해 평이 안 좋다. 볼티모어까지 마지막 파일럿 트럭스탑이라 이곳으로 몰리는 모양이다. 샤워 아니면 딱히 파일럿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샤워야 하루 참으면 된다.
핸콕 트럭스탑은 올드 스쿨 스타일의 트럭스탑이다. 크지는 않지만, 뒤편으로 비포장 평지가 있어 주차 사정은 괜찮다. 더구나 오전이니 좋은 자리를 잡아 세웠다. 뭔가 팔아줘야지. 리틀 샌디스 레스토랑이 있다. 들어가니 종업원도 손님도 연세 많은 아주머니다. 80년대 미국 풍경이 이랬겠지. LCD TV만 빼면 말이지.
나는 미국 음식에 대한 별다른 취향은 없는 편이라 대개 그날의 특별요리를 먹는다. 홈메 이드 밋볼을 얹은 스파게티다. 커피 한 잔 같이 시켜도 10달러를 넘지 않았다. 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니 저녁도 먹고 갈까? 냉장이 필요한 음식은 거의 다 처리했다.
배달 약속은 오전 3시 30분으로 잡혔다. 두 시간 잡으면 될 것이니, 자정 무렵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자정이 지나면 10시간 30분이 들어온다. 배달 이후에는 곧장 핏스톤 터미널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모레부터 홈타임이기 때문이다. 포코노에서 가족 휴가를 보내기로 해서 아내가 아이들을 태워서 저녁에 올 것이다. 인근에 사시는 페친을 만날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
만남
자정을 넘겨 출발했다. 1시간 6분 남았다. 새벽 1시면 10시간 넘게 새로 들어온다. 날짜 변경 시각은 본사가 있는 중부 시간 기준이기 때문이다.
새벽 2시 조금 넘어 제섭 시스코에 도착했다. 트럭을 입구로 몰고 들어가니 정문 경비가 내일 아침 6시에 문을 연다고 했다. 이상하다? 새벽 3시 30분 약속인데? 바깥 도로변에 세웠다.
아침 6시 다시 정문으로 갔다. 경비가 서류를 보더니 이곳이 아니란다. 헐! 여기서 1마일가량 떨어진 자이언트 식품이 배달처였다. 약속에 늦은 거다. 아까 얘기 안 해주고! 퀄컴에는 시스코로 돼 있어 아무 의심 없이 왔다. 서류와 프라임앱을 보니 배달지가 다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자이언트 식품으로 서둘러 갔다. 다행히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배달을 마치고 TA 트럭스탑으로 갔다. 오후 1시에 이 근처에 사는 페친 Pete Kim님을 만나기로 했다. 원래는 오전 7시에 만날 예정이었으나 내가 늦어지는 바람에 시간을 변경했다. 트럭 운전을 하며 페친을 만나기는 김영주 씨에 이어 두 번째다. 전부터 가까운 곳을 지나면 꼭 연락하라고 하셨다.
김 선생님은 내게 이곳저곳 보여주고 싶고, 하고픈 말도 많았는데 시간이 모자라 무척 아쉬워하셨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도시의 탄생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도 들었다. 58년생인 김 선생님은 80년에 유학을 왔다가 미국에 정착했다.
금요일 오후 3시가 넘어 이미 도로는 막히기 시작했다. 95번 도로의 정체는 극심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출발했다고 연락이 왔다. 김 선생님과는 다음에 더 여유 있게 만나기로 기약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곳 TA 트럭스탑은 2시간 넘으면 주차비가 15달러다. 20달러 이상 지출하면 무료다. 나는 매장에서 22달러를 주고 패드락을 하나 구입했다. 로드락을 거치대에 고정할 때 쓸 것이라 비싼 것은 필요 없지만, 액수를 맞추기 위해 좋은 것으로 샀다. 정작 트럭을 출발해 나갈 때는 사람 없이 게이트가 열려 있었고 영수증 검사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필요한 것을 샀으니 됐다.
볼티모어에서 멀어질수록 교통 체증은 덜해졌다. 가면서 몇 번 정체가 있었지만, 오후 8시에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가 없는 줄 알았던 트레일러는 인바운드에서 세 곳이나 수리했다. 간단한 수리는 트레일러샵으로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친다.
와쉬베이에서 트럭과 트레일러를 모두 씻었다. 배달을 마친 트레일러에 로드락 하나가 들어 있어 챙겼다. 전에는 4개만 달고 다닐 수 있었는데 유타는 8개까지 달 수 있다. 시간이 늦어 터미널에는 자리가 별로 없었다. 트레일러 주차할 자리와 밥테일 주차할 자리가 각 딱 하나씩만 남아 있었다. 저녁을 먹고 샤워했다.
벌써 도착했어야 할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도 못 왔다. 길이 막혀 맨해튼 빠져나오는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밤 10시도 넘어 도착했다. 서너 시간이면 올 거리를 여덟 시간이 걸렸다.
아내가 모는 차를 타고 레이크 하모니에 위치한 스플릿 락 리조트로 향했다. 도착하니 자정이 넘었다. 지은 지 오래돼 시설은 낡았지만 깨끗하고 공간도 넉넉했다. 가구를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도로 간 것 같았다. 지금은 별 세 개 등급이지만 처음 지었을 때는 꽤 고급 시설물이었을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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