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박찬주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박찬주의 공관병은 그들의 노예였다. 물론 공관병이라는 보직 자체가 애초에 군인의 일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노예의 일을 하는 자리였다. 그런 일은 박찬주가 기자회견에서 말한 대로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있는 일로서 세상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와 그의 아내가 이른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그들이 성경과 찬송가를 들고 강단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았다.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목사 이외의 사람이 그 자리에 앉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기 때문이다. 헌신 예배에는 예외로 평신도도 그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보통 헌신예배는 남녀가 각각 다르게 드린다. 그러니까 남편과 아내가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은 대단히 예외적인 일이다. 따라서 그 사진은 그들 부부가 교회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불행하게도 이런 일은 오늘날 교회에서 공공연히 벌어진다. 사성장군 정도 되면 교회 안에서 이미 특별대우를 받는다.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이 오늘날 교회 안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위 하나님 은혜로 사회에서 성공한 믿음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처럼 허무한 말이 어디 있는가? 그들이 정말 믿음이 좋다면 사회에서 성공하기가 어렵다. 성공하더라도 자신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군인과 같은 직업은 그리스도인에게 매우 고민되는 직업이다.

내가 군대에 있던 시절 사관학교 출신 장교에게 여러 번 들은 말이 있다. 군인은 전시에 싸우다 죽기 위해 국가가 기르고 있는 돼지와 같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군인이 전쟁을 위해 준비된 사람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군대는 전쟁을 위해 존재한다. 더 정확히는 적을 죽이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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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주 예비역 대장
 

그래서 초기 그리스도인 가운데 군인은 예수를 믿은 후 군대를 떠났다. 군대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때는 탈영을 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의 탈영은 체포될 경우 사형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위협을 무릅쓰고 탈영을 한 이유는 그리스도인이 폭력을 사용할 수 없고, 특히 살인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박찬주가 정말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믿음의 사람이라면 자신의 직업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아만과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스라엘의 흙’과 같은 자신만의 지성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만을 가지고 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노예를 대하는 그와 가족의 태도이다.

세상에서는 노예를 노예로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달라야 한다. 하나님 나라 백성은 모두 자매와 형제이기 때문이다. 초기 교회에서 이것은 말뿐인 허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을 지배하는 현실이었다. 자매와 형제라는 말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표현이었지만, 기존의 자매와 형제 의미와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관계였다.

그것은 영원을 함께 할 새로운 가족의 사랑이며 질서였다. 이것이 복음이 말하는 형제애(아가페를 지향하는 필레오로서의)이다. 이 형제애가 초기 교회를 지배했기 때문에 그들 안에서 세상의 모든 사회적 장벽은 철폐되었다. 유대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자유인과 노예와 같은 모든 장벽이 교회 안에서 의미를 잃었다.

초기 그리스도인이 노예제도 폐지 운동을 하지 않고 페미니스트 운동을 하지 않은 이유를 아는가? 그것은 교회 안에서는 노예와 자유인의 차별이 없었고, 여자와 남자의 차별이 이미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실질적인 자매와 형제였다.

그러니까 박찬주와 그의 가족이 그리스도인이 맞다면 최소한 공관병을 노예로 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장군과 같이 공관병이 자기 집에 거한다고 하더라도 공관병을 대하는 박찬주와 그의 가족의 태도는 달라야 했다. 공관병을 자신과 똑같은 가족, 다시 말해 형제로 대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어야 했다. 이 일에 대해 그들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보니 그는 억울해하고 있었다. 사회 통념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을 문제 삼아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수 있다. 그들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그리스도인은 이런 사람을 사회의 지도자로 세우는 일에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분의 페이스북 글을 보니 가나안 교인이 ‘교회를 떠나니 교회가 보인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그분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가나안 교인의 눈에 과연 교회가 보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눈에 자신이 다니던 교회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른 교회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착각한다면 곤란하다.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당신을 따르려거든 모든 것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그렇다면 교회를 떠나 예수를 따르기 위해 자신이 모든 것을 버렸는가를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 그리고 하나님 나라인 교회는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한참을 주님을 쫓은 후에야 그 실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님 나라가 얼마나 완벽한 나라이고, 복음이 얼마나 완벽한 진리인가는 그렇게 한참을 주님을 쫓은 후에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에야 비로소 성서가 말하는 교회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주님을 쫓겠다고 결심하는 일과 실제로 주님을 따르는 일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기쁜 마음으로 모든 것을 팔아 보화를 감춘 밭을 산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설사 자신은 준비가 되었다 해도 가족 모두 그렇게 되기란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가족도 버리지 않으면 주님을 쫓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도 그것이 무엇이든 버려야 한다. 이 일이 만만해 보이는가. 그래서 이 길은 극소수의 생명까지도 버린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좁은 길이다.

오늘날 교회가 그 본질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박찬주를 통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교회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과 자신이 실제로 그런 교회의 일원이 되는 일은 별개라는 사실도 명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일은 생명을 걸 수 있을 만큼 값진 일이다. 나는 오늘도 그런 분들을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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