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국경 제한이 완화된 지난해 12월 이후 호주 워킹 홀리데이 비자 승인이 3만 건을 넘었지만 아직은 비자를 받은 대다수 백패커들이 호주에 입국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 : Melina Adolphs 제공
내무부, 지난 12월 15일 이후 3만 개 이상 승인... 대부분 호주 미입국 상태
연방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호주 국경 제한 완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전 세계 백패커들의 호주 워킹 홀리데이 비자 신청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3만1,00개가 승인됐다. 내무부 대변인은 “현재 전 세계 각국에는 3만 명 이상의 호주 워킹 홀리데이 비자 소지자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가운데 비자 수수료 환급이 만료되는 4월 말까지 최대 2만4,000명의 팩패커가 호주로 입국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방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는 지난 1월 19일, 향후 12주 이내에 호주로 입국하는 팩패커들에게 약 600달러에 달하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 수수료를 돌려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이 계획은 농장 지역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이다.
농업계는 전 세계 각국 백패커들을 유치하기 위한 정부 조치를 환영했지만 팬데믹 사태 이전의 노동력을 회복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초조해 하고 있다.
호주 야채 재배농장을 대변하는 산업 그룹 ‘AusVeg’의 타이슨 캐틀(Tyson Cattle) 회장은 “호주 과일 및 야채 재배 농장들이 노동력 부족으로 최악의 타격을 입은 상태(decimated)”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업계는 한 때, 한 번에 15만 명의 백패커 노동 인력을 보유한 적이 있지만, 다시금 그 수준이 되리라고는 결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장 아니면 해변으로?
호주의 과일 및 채소 농장들은 각 농작물 수확 시즌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소지한 각국 백패커 노동력에 크게 의존해 왔다. 전염병 사태 이전, 농장업계 인력의 절반 이상은 전 세계 백패커들로 이루어졌다.
캐틀 회장은 “2020년 3월, 정부가 호주 국경을 폐쇄하기 전 호주 원예업계는 연간 최대 4만5,000명의 해외 백패커 근로자를 고용했다”며 “이들이 다시 호주로 입국한다 해도 곧바로 농장 지역에서 일을 시작할 의도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패커들이 호주를 방문하는 것은 휴가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라는 그는 “1년을 체류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일을 할 수 있는 비자이지만 그들은 해변의 펍(pub)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해안을 따라 호주 전역을 여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호주에 입국하자마자 88일간 갇혀 있으려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야채 재배농장을 대변하는 산업 그룹 ‘AusVeg’의 타이슨 캐틀(Tyson Cattle. 사진) 회장. 그는 비자 승인을 받은 백패커들이 호주로 들어온다 해도 당장 농장 인력 부족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 AusVeg
1년간 체류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다음 12개월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최소 88일간 농장에서 일했다(관광 및 접객 서비스 업체 포함)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영국 백패커 이탈로
노동력 확보 어려움 가증
호주 농업계가 겪는 인력부족은 지난해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더욱 가증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호주는 영국과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의 합의 가운데는 영국 배낭 여행객 1만 명을 호주 농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요건에서 면제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렇게 됨으로써 백패커 부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영국은 호주에 입국하는 전 세계 백패커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캐틀 회장은 “과일 및 야채 재배업계에서는 향후 무역 거래에서 유사한 면제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우리의 기대는 유럽연합(EU)과의 불공평한 조항을 토대로 영국이 호주와의 FTA에서 얻은 것과 같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틀 회장에 따르면, 여기에는 농업비자가 가장 우선에 있다. 백패커 노동력 감소에 대항할 수 있다면 호주는 농업비자로 노동력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의 ‘농업비자’(agriculture visa)는 지난해, 연방 농업부 데이빗 리틀프라우드(David Littleproud) 장관이 크리스마스 이전에 각국 인력을 호주 농장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제안된 것이다.
하지만 이 비자에 서명한 국가는 없다. 또 얼마나 많은 근로자에게 발급될 것인지, 이들이 언제 호주로 들어올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현재 호주에는 백패커 외 농장 노동인력 계획에 따라 1만8,000명 이상의 태평양 지역 국가 및 동티모르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