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나인’ 호송은 발리에서 자바(Java)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자바에서 누사캄방간까지는 페리로 호송됐다. 사진은 섬에 도착한 ‘발리나인’ 호송선.
사형집행 절차... 수요일(4일) 아침 7시 ‘케로보칸’ 출발
‘발리나인’(Bali nine)의 사형수 앤드류 찬(Andrew Chan. 31)과 뮤란 스쿠마란(Myuran Sukumaran. 33)의 이감이 실행됐다.
금주 수요일(4일) 호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아침 7시(인도네시아 발리 현지 시간) 중무방한 경찰병력의 호위 속에서 발리 케로보칸(Kerobokan)을 출발, 덴파사 공항 공항에서 수송기에 실려져 누사캄방간 섬(Nusakambangan island)으로 향했다.
이들을 호송한 수송기 뒤에는 인도네시아 군의 ‘수호이 제트 전투기’(Sukhoi fighter jets)가 뒤따르며 이들의 항로를 경계했다.
이미 인도네시아 재소자 이송 전담 경찰이 이들의 호송을 대비, 모의 훈련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날(수요일) 급작스런 두 사형수의 이감은 양국 정부의 대화가 깨졌다는 신호이며, 실제로 호주 외교부 줄리 비숍(Julie Bishop) 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이감을 실행한다는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호주 정부는 호주 국적의 두 사형수에 대한 감형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두 명의 ‘발리나인’ 멤버 이감 과정에는 ‘브림보’(Brimbo)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특수 준군사경찰들이 전투기에 탑승해 이들을 호위했으며 또한 이들의 이감을 책임진 인도네시아 검찰청 발리지청의 모목 밤방 사미아르소(Momock Bambang Samiarso) 지청장이 동승했다.
찬과 스쿠마란은 약 한 시간의 비행 끝에 누사캄방간 섬 교도소 인근의 항구도시인 실라캅(Cilacap)에 도착했으며, 이곳에서 페리(Ferry)를 타고 교도소로 호송됐다.
▲ 무장 경찰 호위 속 케로보칸 출발= 찬과 스쿠마란은 수요일(4일) 아침 이른 시간 중무장한 경찰의 호위 속에서 케로보칸(Kerobokan) 교도소를 떠났다.
이들은 군용 기갑 차량에 태워져 케로보칸을 출발했으며, 무기를 장착한 경찰 차량이 이들의 뒤를 따랐다.
발리 덴파사 공항(Denpasar airport)으로 가는 길은 경찰에 의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으며 두 대의 버스에 경찰 및 군 병력이 탑승,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또한 이들의 사형을 반대하는 케로보칸 교도소 재소자들의 움직임을 대비, 교도소 외곽에는 물대포를 배치했다.
덴파사 공항에는 중거리 수송기인 ‘Hercules’와 ‘CN295 군용기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 찬의 여자 친구, 눈물로 전송= 앤드류 찬의 형인 마이클 찬(Michael Chan)씨는 동생이 사형 집행 장소로 이감되는 것에 엄청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케로보칸 교도소에서 동생의 이감을 지켜보려 했던 그는 동생을 만나지 못한 안타까움, 이제 더 이상 동생을 볼 수 없다는 슬픔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는 표정이었다.
그는 이날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 취재기자에게 “이는 분명 실망스런 일”이라며 “우리 가족들은 동생의 일을 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앤드류 찬과 가족들)에게는 마지막 순간이었고, 그래서 앤드류를 만나고 싶어 했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찬과 앤드류의 인도네시아 여자친구 페비안티 헤레윌라(Febyanti Herewila)씨(일명 페비)는 이들이 이감되기 2시간 전인 새벽 5시 앤드류를 만나기 위해 케로보칸 교도소에 도착했다.
페비씨는 눈물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며 교도소 내에 들어가 앤드류를 만나고자 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마이클 찬씨는 “(이감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막상 이감을 실행한다는 소식에 막막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찬씨는 이날 동생을 만나지 못하자 발리에서 실라캅으로 가는 항공편을 알아보느라 정신없이 서둘렀다. 앤드류 찬의 가족들은 누사캄방간 섬에서라도 앤드류를 만나고 싶어 했다.
이날 앤드류 찬과 뮤란 스쿠마란은 간단한 개인 소지품만 갖고 누사캄방간으로 이감됐다.
이곳에서 이들은 특별히 준비된 격리실에 수감되며 사형 집행을 기다리게 된다. 사형 일시가 확정되면 72시간 전에 이들에게 통보된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발리나인’ 2명의 멤버 외 8명의 마약사범 사형수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집행은 총살형으로 진행된다.
사형을 기다리는 동안 이들은 가족과의 면회가 허용되며 또한 변호사는 물론 종교 지도자를 만나 위안을 받을 수 있다.
▲ 줄리 비숍 장관, “이감 통보 못 받아”= ‘발리나인’ 두 사형수의 급작스런 이감 실행과 관련, 줄리 비숍(Julie Bishop) 호주 외교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당국이 법적 조치도 없이 이들을 이감시킨 데 대해 “완전히 실망스럽다”고 표현했다.
비숍 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 관리가 이들의 사형 집행 날짜에 대해서도 여전히 호주 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관은 수요일(4일) 채널 9 시사 프로그램인 ‘Today Show’에 출연, “이들(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은 발리에 있는 우리(호주) 영사관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찬과 스쿠마란의 이감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바 없으며 나는 호주 정부에 관련 정보를 알려 줄 것을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장관은 ‘이들 사형수의 사형이 집행될 경우 호주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 점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애보트 수상, “희망 버리지 않아”= 찬과 스쿠마란의 이감 실행에 대해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수상은 “여전히 이들의 사형집행 유예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애보트 수상은 “최후의 순간(at the 11th hour)일지라도 인도네시아 당국의 결정이 변경될 수 있고 사형이 중지될 수 있다”며 “인도네사아 당국에게 ‘사형은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최선의 이익, 최선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 애보트 수상은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에게 이들에 대한 감형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이 점을 계속해서 인도네시아 당국에 전달해 왔다”고 말한 애보트 수상은 “이들 두 젊은이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이들은 10년 동안 감옥에서 생활했고 그 시간 동안 이들은 진실로 교화되었다”면서 “그럼 점에서 마약 범죄와 싸우는 인도네시아 정부로서 이들은 자국의 실질적인 협조자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수상은 “인도네시아가 끔찍한 마약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마약 문제의 위험에 대처하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언급한 뒤 “두 명의 호주인 사형수는 이제 마약에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활용자산이 될 수 있으며, 그러므로 나는 이들에 대한 사형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3월), 앤드류 롭(Andrew Robb) 무역부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호주 비즈니스 대표단의 인도네시아 방문도 ‘발리나인’ 사형 문제로 인한 두 나라 사이의 긴장 속에서 보류됐다.
‘사형이 집행될 경우 대표단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금할 것인가’라는 호주 언론의 질문에 애보트 수상은 “사형이 실제 집행될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다.
▲ ‘발리나인’ 멤버, 누사캄방간 도착= 수요일(4일) 아침 발리 케로보칸(Kerobokan) 교도소를 출발한 찬과 스쿠마란은 한 시간여의 비행과 페리 이송 끝에 총살형이 집행된 누사캄방간 섬에 도착했다.
케로보칸을 출발한 이들은 자바(Java) 섬까지 비행기로 호송됐으며 이곳에서 누사캄방간 섬의 실라캅(Cilacap) 항까지는 페리(ferry)를 타고 이동했다.
현재 이들의 사형 집행 날짜는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사형 집행을 확정하는 인도네시아 법무장관은 집행 72시간 전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 1월18일 6명의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후 이번에 사형이 예정된 사형수는 11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가운데는 앤드류 찬과 뮤란 스쿠마란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찬과 스쿠마란이 케로보칸을 떠나기 전 앤드류 찬의 형인 마이클 찬과 앤드류의 인도네시아인 여자친구가 앤드류 찬을 만나기 위해 케로보칸에 도착했으나 면회는 허용되지 않았다.
▲ 인도네시아 ‘브림보’, 지난 주 호송 모의 훈련= 금주 수요일(4일) 아침, ‘발리나인’ 멤버의 이감에 앞서 지난 주 인도네시아 특수 준군사경찰여단인 ‘브림보’(Brimbo)가 이들의 후송을 위해 사전 모의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금요일(27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이 훈련은 각 사형수 1명당 10명의 중무장 경찰이 팀을 이뤄 호송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훈련은 인도네시아 당국이 사형집행 준비에 착수했음을 뜻하는 것이며, 또한 지난 주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수상이 언급한 내용에 대해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이 확인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것이다.
지난 주 목요일(26일) 애보트 수상은 전날인 수요일(25일) 밤 위도도 대통령과 다시금 전화 통화를 했으며 위도도 대통령이 ‘사형에 대한 입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발리 경찰 죄수이동 전담반의 루디 하리안토(Rudy Harianto) 국장은 “우리는 죄수들의 탈출 예상을 미리 점검했다”면서 “이들은 결코 경찰의 손을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이어 “20명의 ‘브림보’(Brimob. 인도네시아 특수 준군사경찰여단)가 두 팀으로 나누어 2명의 ‘발리 나인’ 이송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언제 이감 명령이 내려질지 우리도 모르지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하리안토 국장은 “지난 1월부터 우리는 훈련을 시작했다”며 “사형수를 이감할 때는 발리 덴파사 공항(Denpasar airport)까지 가는 도로의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리안토 국장은 두 명의 호주인 사형수를 이감하는 데 있어 ‘브림보’가 기갑 장비를 갖춘 차량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군용 이송차량을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실제 시나리오의 세부 사항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인도네시아 내각장관, “사형 신중히 검토 언급” 부인= 인도네시아 내각장관인 지난 주 애보트 수상의 발언 내용, 즉 수요일(25일) 밤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위도도 대통령이 ‘발리나인의 사형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언급한 부분에 대해 부인했다.
앤디 위자잔토(Andi Widjajanto) 내각장관은 지난 주 목요일(26일) 인도네시아 언론 자카르타 포스트(Jakarta Post)와의 인터뷰에서 “위도도 대통령과 애보트 수상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 “우리(대통령과 내각장관 등)는 수요일(25일) 저녁부터 밤 9시까지 위도도 대통령의 일정이 계획되어 있는 대통령 집무실에 있었으며 잠시 휴식시간을 갖기는 했지만 그 시간에 전화통화가 이뤄졌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위도도 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주 수요일(25일) 밤 기자들 앞에서 위도도 대통령은 호주 애보트 수상을 비롯해 브라질, 프랑스 대통령에게 해당 국가 사형수에 대한 집행이 임박했음을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보트 수상에게 (사형 입장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말을 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면서,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고 지난 주 금요일(27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전했다.
‘발리나인’은...
‘발리 나인’은 지난 2005년 4월17일 8.3킬로그램의 헤로인(시가 약 400만 달러)을 소지한 채 발리를 출발해 호주로 입국하려다 발리 덴파사(Denpasar)에서 경찰에 체포된 앤드류 찬(Andrew Chan), 시 이 첸(Si Yi Chen), 마이클 쿠즈가즈(Michael Czugaj), 레나이 로렌스(Renae Lawrence), 탄 둑 탄 응엔(Tan Duc Thanh Nguyen), 매튜 노만(Matthew Norman), 스콧 러시(Scott Rush), 마틴 스티븐스(Martin Stephens), 뮤란 스쿠마란(Myuran Sukumaran) 등 9명의 호주 젊은이들(18~28세)로 이들은 인니 사법 당국에 의해 사형 또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현재 발리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