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찾는 외국인관광객들의 쇼핑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국제관광쇼핑구역, 일명 ZTI(Zones Touristiques Internationales)구역이 설정된다. ZTI구역 상점들은 일요일을 포함하여 밤 12시까지 문을 열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될 방침이다.
마크롱 경제부장관이 제정하고 올 8월 국회심의를 거쳐 승인된 ZTI구역은 다음과 같다.
샹젤리제-몽테뉴 거리, 생토노레-방돔 거리, 오스만 거리, 레알 지구, 마레 지구, 렌느와 생쉴피스 지구, 생제르맹 거리, 몽마르트르, 파리 15구 보그르넬과 올림피아드 거리, 파리 16구와 17구 접경지역 마이요-테르느(Maillot-Ternes), 파리 12구 쿠르 생테밀리옹-비블리오테크(Cour Saint-Emilion-Bibliothèque) 지구 등 12개 구역이다.
상기 리스트들 중 루브르 박물관 카루셀(Carrousel) 지하상가와 인근 리볼리 거리, 생토노레, 샹젤리제, 오스만, 마레, 생제르맹, 몽마르트 등 7개 구역은 이미 1993년부터 파리의 관광지구로 지정되어 해당구역 상가들의 일요일영업이 허가되어왔던 터이다. 이는 1990년대에 불어 닥친 세계화에 발맞추어 파리 시가 도입한 경제, 관광정책의 한 일환이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세계화 바람과 더불어 관광산업에도 큰 변화가 찾아들었고, 특히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의 프로필도 많이 달라진 편이다. 아시아계, 남미계, 미국인 관광객들이 대폭적으로 늘었으며, 이들의 파리 방문일정에는 쇼핑코스가 빼어놓아서는 안될 중요한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점차적으로 쇼핑을 목적으로 파리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케이스도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제부장관이 지정한 12개 국제쇼핑구역은 외국인 방문객수와 유동인구, 주변상가의 밀집도 등을 검토하여 상인조합과 협동조합, 상공소 등과 협의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가령 파리 7구의 성모발현지로 알려진 기적의 메달 노트르담 기도실도 해마다 평균 2백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피카소 미술관도 매년 1백만 명이 방문하는 주요 명소이다. 따라서 이 부근 상가들도 ZTI구역에 포함되어 일요일을 포함하여 자정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프랑스의 제1 관광지 에펠탑은 부근에 상가가 없어 ZTI구역에서 제외됐다.
ZTI구역은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관광명소일 뿐만 아니라, 몽파르나스 역, 베르시 역을 포함하여 6개 주요 기차역 주변의 교통요지에 차지하고 있다. 호텔과 레스토랑들도 밀집된 구역이며, 특히 오페라를 거쳐 루브르 박물관과 몽마르트르까지 이르는 거리에는 대형명품백화점들도 즐비한 편이다.
이처럼 ZTI구역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관광명소로서 상가와 호텔 등 관광산업시설이 잘 갖추어진 거리를 중심으로 설정한다는데 그 취지를 두었다. 그러나 12개 ZTI구역들 중에는 관광명소와는 상관없이, 경제활동이 활발한 상업지구의 요지들도 포함되어 있다. 가령 파리외곽 포르트 마이요(Porte Maillot) 주변상가, 파리 15구 보그르넬(Beaugrenelle), 올림피아드(Olympiades) 거리 등이다. 여기에서 논쟁이 생길 조짐도 없지 않다.
12개 구역 리스트가 발표되자 Clic-P 파리상인조합은 즉각적으로 반발을 표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관광명소가 아닌, 단순한 상가지역으로서 ZTI구역마다 프렝탕, 라파이에트, 사마리텐 백화점, BHV 등 대형유통업계들의 본점과 지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 대형유통업계들은 오래전부터 일요일개점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 측에 로비활동을 벌려왔다고 한다. 따라서 ZTI구역마다 약방에 감초처럼 대형유통업 프낙(Fnac) 지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순전히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라고 Clic-P 파리상인조합 측에서 밝혔다. CGT 등 각 노조 측에서는 ZTI 마크롱 법안이 외국인관광쇼핑이라는 명목 하에 근로자들이 일요일에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기묘하게 유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같은 비난에 맞서 경제부장관은 ZTI구역은 파리 총면적의 6%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경제부처는 지난 8월 15일 12개 ZTI구역 리스트를 파리시 대의원, 노조, 상인조합 등 20여개 각종 협회와 단체에 통보했다. 이들은 ZTI구역 리스트를 9월 15일까지 1달 동안 재검토할 예정이며, 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10월 1일 이내에 마크롱 법안은 발효될 전망이다.
파리 ZTI구역에는 3천여 상가들이 밀집된 것으로 집계된다. 외국인 관광객 1천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는 파리에서도 일요일을 포함하여 밤 12시까지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프랑스정부는 ZTI구역을 파리뿐만 아니라 칸, 니스, 도빌 등 다른 주요관광도시들까지 확대시킬 전망이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