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image

바나나, 망고?

KoreaTimesTexas | 미국 | 2017.06.02. 00:27

Web_picture_s.jpg

 

바나나, 망고?

과일에 비유되는 이민 자녀들

 

[i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한국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달라스의 경우 한인인구의 증가추세가 눈으로 보일 지경이다.
한국사람이 늘어나면서 달라스 한인타운이 젊어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의 한인 커뮤니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젊은 층을 겨냥한 한인 비즈니스들이 생겨나고 있고,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인테리어가 눈에 띄게 세련되어져 가고 있다.
 

젊어지는 한인타운은 청장년 세대의 증가도 한 몫 한다. 무엇보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30~40대 부모들이 많아졌다. 
패기에 찬 도전을 위해 먼 길을 떠나온 유학생들의 증가도 달라스 한인타운의 평균연령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러기 가족이나 가족을 떠나 온 용감한 조기유학생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인 인구 10만명의 시대가 도래하니 한인 커뮤니티의 규모가 크지 않았을 시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한인학생들간의 이질감이 그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많은 학교나 출석하는 학생수가 많은 대형교회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것은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유아기를 미국에서 보낸 이민 2세’ vs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5세’ vs ‘고등학생 이후에 미국에 왔거나 유학생’들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조화를 뜻한다.
 

수년 전부터 한인 이민 2세를 가리키는 속어가 있다.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유아기를 미국에서 보낸 이민 2세는 ‘바나나’로 불리운다. 이 말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껍데기는 노란 색인데 속은 하얀 색인 바나나에 빗대어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생활하고 미국교육을 받아온 한인 2세들이 생김새는 동양인이나 사고방식은 미국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유학생이나 늦은 이민 1.5세는 ‘팝’이라고 부른다. 팝은 Fresh Off the Boat의 말머리를 묶어 만든 언어로 배에서 막 내린 ‘촌뜨기’의 의미를 지녔다. 
미국의 우월성을 담고 있는 듯도 하고 아직까지 미국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을 폄하하는 뉘앙스도 들어있다.
 

‘망고’라는 말도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모국의 뿌리에서 찾자는 2세와 1.5세들의 신선한 발상이다. 
겉과 속의 색이 다른 바나나가 되지 말고 겉도 노랗고 속도 노란 망고가 되자는 뜻이다. 
이들은 자신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고 부끄러워 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알린다. 


같은 조상, 같은 역사, 같은 피부, 같은 핏줄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바나나와 FOB와 망고로 나누어 부르는 청소년들의 세계를 엿보면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온다.
스스로를 ‘노란 과일’에 비유하는 심리 속에서 어줍잖은 흰색이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 자녀들의 내적 갈등이 보이는 것 같아서다. 
언어의 경계를 명백히 나누려고 하지만, ‘나는 너희들과 달라’라며 명확한 선을 긋고 싶어 하지만, 어차피 바나나나 망고나 노란 과일이기는 마찬가지란 사실을 그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음이 못내 안타깝다. 


갑자기 이민 1세대는 어떤 과일에 비견될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나나는 커녕 바나나 흉내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 그렇다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망고라고 자신만만하게 드러낼 수도 없는 사람들, 미국에 온 세월이 꽤 되니 촌뜨기 FOB도 되지 못하는 사람들, 바나나가 되어가는 자식들을 ‘참아내며’ 사는 사람들, 미국에 살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모과? 황도? 귤? 여러가지 과일이 머리 속을 맴돈다. 역시 모두 노란색이다.

  • |
  1. Web_picture_s.jpg (File Size:50.1KB/Download:5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내가만난 서훈국정원장 file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문재인정부의 국정원장 서훈내정자가 말썽 많은 청문회를 통과했다. 손벽치는 나를 보고 아내가 핀잔이다.   “여보, 당신친구가 국정원장이 된 것 처럼 기뻐하는데 아는 분이오?”   “알다 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눈적도 있지. 당신도 만나...

    내가만난 서훈국정원장
  • 작은 일에 충실한 자가 큰 일에도 충실

    사업체 발전은 물론 본인 승진도 도와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저는 일년에 한두 번 정도 고국에 옵니다만 여전히 모든 것이 생소합니다. 우선 전철 매표소가 없어졌습니다. 전철의 승차권을 살 줄 몰라 우리둥절하고 있는 저...

    작은 일에 충실한 자가 큰 일에도 충실
  • 파리에서 일식 도시락 사업으로 대박난 프랑스인

    얼마 전 파리의 한 일식당에서의 일이다. 혼밥 자리였으므로 입구에 놓여진 파리 일본인 교민 상대의 인쇄물을 뒤척이게 되었다. 제목이 'WASABI'. A4 크기의 옵셋 컬러 인쇄로 24 페이지 분량이다. 쭉- 훑어보자니, 파리의 일본 음식점, 식품 등을 소개한 내용...

    파리에서 일식 도시락 사업으로 대박난 프랑스인
  • 무분별한 외래어 이대로 좋은가 file

    뉴스로=박기태 칼럼니스트     늦은밤, 2017년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   그 날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여러분은 그날 집으로 온 대통령후보 공약집을 읽어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전 그날 대통령 공약집을 읽다가 갑자기 궁금중이 생겼고, 그것을 계...

    무분별한 외래어 이대로 좋은가
  • 전형필

    (뉴질랜드=코리아프스트)  이번주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애국자 두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역사 속에 수많은 구국의 영웅들이 많이 있다. 두 분은 그런 시대의 사람이 아닌 우리와 거의 같은 시대에 살았던 분들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성웅 이...

    전형필
  • 살기 힘들어진 오클랜드

    살인적인 집값과 높은 렌트비, 날로 심해지는 교통체증, 늘어나는 흉악 범죄, 자연재해에 무방비 등등.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조사에서 올해 3위를 차지하는 등 언제나 상위 10위 안에 꼽히는 오클랜드지만 정작 거기서 살고 있는 시민들은 생활하기가 점점 힘들...

  •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불로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고,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있다. 뉴질랜드에서 누릴 수 있는 특혜들을 잘 활용하여……   ​   (누질랜드=코리아포스트)  중국 역사상 최초로 통일 국가를 형성한 진(秦)나라의 시황제(始皇帝, BC 259-210)는 탄생 ...

  • 강경화후보자에 대한 또다른 생각 file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문재인대통령이 8일로 취임 한달을 맞습니다. 불과 한달여 사이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권위의식을 버리고 적폐청산의 강력한 의지를 보인 문대통령을 통해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문재인정부는 정식...

    강경화후보자에 대한 또다른 생각
  • 유로아틀란틱과 유라시아 문명 file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화학박사가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에 기고(寄稿)한 글을 소개한다.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교수는 이바노프 화학-기술전문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 97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98년부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러시아의 자연과학자들은 ...

    유로아틀란틱과 유라시아 문명
  • 월간 ‘다리’ 필화 사건

    [필화 70년 : 32회] 71년 대선 앞두고 친DJ 월간지 반공법 기소   ▲ 1971년 4월 월간 ‘다리’ 필화사건으로 1심 법정에 선 윤재식 발행인, 윤형두 편집인, 필자 임중빈(왼쪽부터). 박정희 정부 검찰은 1970년 11월호에 실린 임중빈의 글 ‘사회참여를 통한 학생운동’을 반...

    월간 ‘다리’ 필화 사건
  • 푸틴 "약소국들 자국방어 위해 핵개발 할 수도"

    [시류청론] 미 패권 붕괴 가속화 징조인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6월 3일 러시아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다른 나라들도 자국 방위를 위해 북한처럼 핵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고 폭...

    푸틴 "약소국들 자국방어 위해 핵개발 할 수도"
  • 차별화를 도와주는 작은 일들 file

    월마트, 달러 제네럴 등 가격표시는 차별화 지향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경쟁이 심한 경제활동무대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작은 시책하...

    차별화를 도와주는 작은 일들
  • 낯 뜨거운 인사청문회 file

      낯 뜨거운 인사청문회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2014년 12월, 미국의 두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이 공개한 ‘CIA 고문실태 보고서’ 얘기다.  보고서는 9.11 이후 알 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

    낯 뜨거운 인사청문회
  • 왜 韓정부는 CAT 정체를 안밝히나? file

    왜 韓정부는 CAT 정체를 안밝히나? 美CIA ‘이승만 납치’의 불편한 진실   뉴스로=김태환 칼럼니스트   우리 모두가 “국부(國父)”라 부르며 존경해 마지않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가 1960년 하야후 하와이 교포들이 성금을 모아 보낸 CAT 전세기를 타고 간 것...

    왜 韓정부는 CAT 정체를 안밝히나?
  • 언제까지 미국이익을 위해 희생할텐가 file

    5.18과 미국   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미국이 발포 명령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했다”고 미국 언론인 팀 셔록이 주장했다. 지난 24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1979~1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 결과 설명회’에서 셔록은 1980년 5월 ...

    언제까지 미국이익을 위해 희생할텐가
  • 우슈토베를 다녀와서 file

      김양희(알마티토요한글학교장)         5월 20일 한글학교가 주최하고, 총영사관 (재외동포재단)과 LG가 후원한 '알마티 한글학교 20주년 , 고려인 정주 80주념 기념 역사 탐방이 있었다.   한글학교 중고등부와 학부모를 비롯하여 교민들까지 총 54명이 LG버스 두대로...

    우슈토베를 다녀와서
  • 2017년 중앙아시아 경제 전망 file

        2017년 중앙아시아 경제는 저유가 국면에서 탈출하여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4월 22일 IMF는 2017년 중앙아시아 경제성장 전망을 발표하였습니다. 2017년 카자흐스탄의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측하였고, 2018년에는 3.4%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였...

    2017년 중앙아시아 경제 전망
  • "트럼프 첫 예산안, 의회 도착하자마자 사망할 것"

    [국제 경제 읽기] 의회 전문가들, "뻔뻔한 바보가 만든 새빨간 거짓" 혹평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트럼프의 2018년 예산안은 '수치치(癡)'의 작품이다. 컴퓨터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컴맹'이라 하고 운전 중 방향감각이 둔한 사람을 '방향...

    "트럼프 첫 예산안, 의회 도착하자마자 사망할 것"
  • 바나나, 망고? file

      바나나, 망고? 과일에 비유되는 이민 자녀들   [i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한국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달라스의 경우 한인인구의 증가추세가 눈으로 보일 지경이다. 한국사람이 늘어나면서 달라스 한인타운이 젊어지고 있다. 불과 10년...

    바나나, 망고?
  • From selling fruits and vegetables to saving people's lives file

      The interview with Dr. Bae   델리가게에서 일하던 이민청년은 어떻게 의사가 될 수 있었을까 닥터배와의 인터뷰     Starting out with a dream of becoming a businessman, Kunil Bae started a small business at a grocery store with his family. Never thinking...

    From selling fruits and vegetables to saving people's l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