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스미르노프 화학박사가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에 기고(寄稿)한 글을 소개한다.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교수는 이바노프 화학-기술전문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 97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98년부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러시아의 자연과학자들은 대부분이 철학적 깊이가 매우 높다. 핵과학자로 유명한 사하로프 박사는 구 소련시절 반체제 비판글을 쓰며 인문학자, 사회과학자, 역사학자보다도 깊은 통찰력(洞察力)으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세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스미르노프 교수는 유로아틀란틱(대서양쪽의 서유럽)과 유라시아(유럽과 아시아지역, 러시아와 주변국 의미) 문명을 비교하며. 러시아와 세계의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편집자 주>
두 개의 문명, 유로아틀란틱과 유라시아는 자연적 조건에서 시작된 객관적인 이유로 구분이 된다. 객관적 요인에 따라 서유럽과 유라시아의 개발속도와 방향은 달랐다. 이 두 사회를 “생산의 사회”와 “권력의 사회”로 부를 수 있다. 유로아틀란틱 문명은 자유, 권력분립 그리고 인권의 원칙에 의해 세워졌다. 따라서 선택받은 권력은 일정 역할을 맡게 된다. 유라시아의 경우 선거대신 믿음이 있다. 위대한 지도자는 농노(農奴)들을 지배한다. 지도자에 대한 의심은 범죄행위가 된다. 권력의 선차성(先次性)과 조직의 부족으로 개혁은 어렵다. 소련의 정보독점에서 러시아는 아직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중앙방송은 대중매체에서 대중광고수단으로 변했고 공산주의 찬양대신 포르노광고가 점령했다.
노동생산성과 그 자유
칼 마르크스가 제안한 진보기준에서의 생산력 발달수준을 통해 유로아틀란틱 문명의 우위가 확인되었다. 공산주의의 참패로 마르크스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으며 권력의 수직성, 더 정확히는 지도자의 수직성의 “특별한 길”이 변경되었다. 1917년 10월혁명에서 “모두에게 동등하게, 정당하게”라는 러시아 국민사상이 반영되었다. 이 사상은 최고는 아니지만 지도자의 말을 가장 잘 듣는 이들의 권력으로 체현(體現) 되었다. 사유재산 대신 모두의 빈곤 숭배는 러시아의 식자층은 이해하지 못했고 또 받아들이지 못했다. 70여 년 동안 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공산주의와 소련의 종말은 누구에게는 충격이었지만 누구에게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이는 제정러시아의 붕괴였다. 소련은 마치 원칙적으로 새로운 사회구조에 중점을 두며 제국의 본질을 부정했지만 이 구조는 공산주의의 생존능력부재로 붕괴되었다. 동시에 “사회진영”이 사라졌다. 공산주의자들은 현재 중국에 남아있지만 이는 유라시아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농노를 지배하는 지도자는 북한과 그리고 일부는 쿠바에 존재한다. 특히, 북한의 경우 국민과 이른바 수령의 일체를 강요함으로써 전체주의 체제 유지를 획책한다. 북한에서 초대 주석인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현 지도자 김정은까지 모든 시대에서 이를 볼 수 있다.
유라시아의 전형적인 지도자인 스탈린 시대부터 대중은 차기 지도자를 공경하지 않는 자들을 적으로 간주했다. 유라시아 문명에서는 권위가 아닌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중요시 여겼다. 선거조작과 자비로운 신을 대신하는 지도자는 사회와 권력자간의 상호불신을 강화시켰다. 필수적인 집단주의, 소련공산당의 통제역할을 규정하는 소련헌법조항, 정당이 영어단어 부분에서 유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권력의 두 번째 부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국민적인 지도자와 복종심에는 권력분립과 교체의 자리가 있을 수 없다. 대규모 반대가 있을 경우에만 국민들의 말을 경청(傾聽)한다. 불신은 정치가 아니라 사람들에 해당한다, 스탈린은 로마노프 왕가보다 국가사상을 더 잘 이행했다. 소련공산당 총서기는 황제들과 본질이나 인식이 아닌 언어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20세기 초 유럽에 적대적인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시작한 러시아와 독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유사점은 같은 문명에 있다는 점이었다. 독일이 주변국과 전쟁을 하고 이미 소련의 형태로 변하고 있는 제정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러시아와 일부 자본주의국가들은 모두의 승리를 위해 힘을 하나로 합쳤다. 독일의 전쟁, 비나치화 그리고 일시적인 분단으로 서독은 문명형태가 변하고 동독보다 경제가 발전했다. 그 후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했다. 러시아는 “우리는 더 나쁘지 않다.”라고 말한다. 경제적 성과가 없다면 이러한 선전은 모든 제국들의 당연한 결과였던 소련과 같다.
강제노동생산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노동해방문제에 가깝다. 소련이라는 명칭을 얻은 제국에서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자유롭게 모인 이들의 자유로운 노동”은 적절하지 않다. 자연환경을 국가의 자산으로 여기고 생산목적이 없는 나라들은 유럽국가들의 식민지가 되어 역사적으로 뒤쳐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민족인 중국은 21세기 초 이러한 운명에서 벗어났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식민지운명에서 벗어난 것이다. 유럽과 유라시아는 분쟁을 해왔다. 남유럽을 지배한 아랍의 할리파는 9세기 붕괴되었으며 그 제국은 오히려 식민지가 되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의 러시아 지배기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철학적인 문제는 아직도 당면과제로 남아있다.
러시아 세계의 운명
왜 공산주의 믿음이 사라졌나? 국민은 1940년대까지 겪었던 공산주의를 위한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국가사상으로 내부개혁을 단행하고 세계적 독점을 적으로 삼았다. 선전운동은 이러한 독점을 미국의 국익으로 치부했다. 러시아 세계는 이를 없애길 원했지만 힘이 부족했다. 러시아는 지속적인 노동이 타인의 부를 빼앗는 것보다 더 쉽게 얻을 수 있는 복지조차 보장을 못하는 곳에서 무기에 대한 애착심이 키우고 있다. 러시아 여당의 상징은 일반적으로 무서워하는 곰이다. 과거를 통해 이웃을 지배하는 법을 배운다.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불곰국을 무서워한다. 러시아 세계의 비슷한 운명을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이 모방할 수 있다. 공화국건립자들은 이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계 독점에 대한 전쟁이나 종말은 확률이 적다. 러시아에서 언어가 통하고 정서가 유사하며 유라시아식이 아닌 사회를 건설하려는 우크라이나로 인구유출되는 것, 즉 다른 문명사회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것은 소련시대 인구유출과 비슷하다. 전 세계에 대립하는 것과 효율적인 생산이 부족한 것은 러시아는 영토, 무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위대함”의 노력으로 상쇄하고 있다. 사회경제구조는 바뀌고 있지만 인구유출을 일시적으로만 막고 개인에 대한 국가억압은 유지되고 있다.
국제적 기준으로 되지 않은 크림반도 편입에 대한 제재로 제국붕괴는 악화되었다. 나는 한 때 크림반도와 케르치에 살았기 때문에 이곳은 거의 모든 크림반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도시라고 증명할 수 있다. 모든 학생들은 우크라이나어를 거의 불필요한 수업으로 인식하고 러시아어로 대화한다. 흐루쇼프 서기장이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사회주의공화국에 이양(移讓)함으로써 모스크바로 향한 도로를 포함한 모든 도로들이 다니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북크림운하 건설문제를 해결했다. 공식문건은 두 언어로 작성되었지만 우크라이나어는 필요 없었다. 한 지도자는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양도하고 다른 지도자는 반환시켰다. 누구의 명망이 더 큰가? 그 지도자가 집권했을 때 더 살기 좋다면 바로 그 사람이다. 크림반도에서 무장군인 없이도 러시아편입 찬성 투표가 더 많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로 되돌아가는 희망은 아마 러시아에서의 생활수준보다 우크라이나 생활수준이 더 높다면 나올 것이다. 나머지는 불필요하다. 크림반도를 잃은 것은 우크라이나정부에 상당한 잘못이 있다. 이들은 러시아의 ‘제국 포부’를 간과했다. 노보로시야의 편입으로 우크라이나국민이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나 역사의 법칙에 따라 새로운 국가가 형성될 수 있다.
과거 제국의 일부였던 현 독립국가에서 권리가 없고 러시아인들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사람들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다. 문명이동문제, 다시 말해 농노에서 평화적으로 국민으로 탈바꿈하는 문제는 유라시아문명과 관련이 없는 철학자들과 학자들의 몫이다. 후자는 소련이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았다. 이 기간 동안 서구는 기술을 개발해 중국, 인도 그리고 러시아에 팔았다. 자유는 과학과 예술적 전문성을 촉진시켜왔다. 예술인들은 자신의 예측불가능한 행동으로 인해 유라시아권력의 증오(憎惡)를 샀다. 자유주의, 권력분립, 인권은 철학적 질문에 경제적으로 답한다. 국민은 권력에 위로를 하며 농노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 핵폭탄은 이 문명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전장의 총은 발사되고 모든 전쟁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작된다.
글| 세르게이 스미르노프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