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새해는 떡국을 먹으며 시작한다. 프랑스는 1월 6일 주현절에 먹는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 : 왕들의 빵)로 새해를 열게된다.
1월이 시작하면 빵집부터 슈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갈레트 데 루아는 가족, 친구, 손님과 나누어 먹는 디저트로, 학교 급식으로도 나올 만큼 프랑스에서는 자주 먹게 되는 디저트이다.
보통 주현절을 기념해 갈레트 데 루아를 먹는다면 Mardi gras(사순절 시작 전일 사육제)는 크레페(Crêpes) 혹은 프랑스식 도넛(Beigner)을, 부활절에는 초코렛을, 크리스마스에는 장작 모양의 케이크(Bûche de Noël)를 먹는다. 이중에서도 갈레트 데 루아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는 사랑받는 빵이다.
갈레트 데 루아의 페브
주현절은 1월 6일로 로마 가톨릭이나 감독교회에서는 예수가 30세에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처음 공생애를 개시한 날로, 영국 등 서방교회에서는 예수 탄생 후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받은 날인 12월 25일부터 12일째가 되는 날로 탄생 12일째라고도 한다.
갈레트 데 루아에서 루아(Roi)는 왕이란 뜻이지만 동방박사(Rois Mages)를 가리키는 것으로, 예수 탄생 12일째를 기리는 날이다. 지금은 종교적 의미에서 벗어나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새해맞이 행사이다.
갈레트 데 루아는 페이스트리 반죽에 아몬드 크림 혹은 사과크림, 초코렛을 넣은 것도 있지만 아몬드 크림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빵 안에는 ‘페브(Fève)’ 라는 작은 도자기 인형이 들어있고 빼놓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 금빛 종이 왕관이다.
페브는 프랑스어로 잠두콩, 누에콩, 강낭콩을 뜻한다. 신성함과 풍요의 상징이기도 한 누에콩은 빵 속에 넣고 구워도 익지 않고 딱딱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작은 도자기 인형의 페브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70년대부터 이고, 귀족이나 부자는 금이나 은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2㎝크기의 도자기 인형 페브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만화주인공,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비롯한 다양하면서도 재미난 캐릭터의 페브가 많다.
간식 혹은 식사 후 디저트 시간에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의 숫자만큼 자를 때 집 앞을 지나가는 첫 걸인에게 주기 위해 한 조각을 더해 나뉘었던 갈레트 데 루아는 나눔의 빵이기도 하다.
빵을 자르기 전에 가장 어린 아이가 식탁 아래 앉아 이름을 호명하여 조각들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페브가 잘라진 조각 사이에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페브가 들어있는 조각을 먹게 된 사람에게는 금색 종이왕관을 쓰여 주고 그날의 왕으로 축복해준다.
갈레트 데 루아 만들어보기
갈레트 데 루아는 바삭바삭한 감촉과 아몬드 크림과 버터의 부드러운 질감과 많이 달지 않은 달콤함에 누구나 즐기는 디저트로 만드는 것이 복잡하지 않아 만들어 보아도 좋다.
반죽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드니 슈퍼에서 pâtes feuilletées à dérouler를 두 장 구입하면 훨씬 손이 덜 간다.
준비재료: 8인분 기준
2 pâtes feuilletées à dérouler, 버터 100g, 아몬드가루 125g, 설탕 100g, 계란 3알. 약간의 럼.
-오븐은 220°C로 예열한다.
-녹인 버터에 설탕을 넣어 잘 섞어 준 후에 아몬드가루, 계란 2알, 럼을 넣어 잘 섞는다.
-반죽된 한 장의 시트를 잘 편 후에 준비한 아몬드 속을 넣어주고 페브도 넣는다. 다른 한 장의 시트 위에 포크로 구멍을 살짝 낸 후 덮어 준 다음에 두 장의 시트를 손으로 잘 붙여준다. 시트 윗면의 테두리 부분에 칼등을 세워 무늬를 넣어준다. 계란 노른자에 찬 물을 조금 부어 섞어 시트 윗면에 붓으로 발라준다. 1분 정도 지나 표면이 살짝 마르면 칼집을 살짝 넣어 무늬를 그린 후에 예열된 오븐에 20분 동안 익힌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조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