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한 젊은이의 불손을 보고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어느날 제가 가르치는 한 대학교의 주차장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그 학교는 주차장에 비하여 비교적 주차 차량이 많습니다. 그날 따라 주차 차량이 많았습니다.
한 예쁘장한 여학생이 차를 몰고 주차장 밖으러 나가려 했습니다. 빠져 나갈 공간이 넓지 않았습니다. 마침 그 통로에 주차를 한 제 차를 옮겨 달라는 요구를 하는 듯 그 여학생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을 통과하지 않고 시동을 건체 정지하고 있었습니다. 인물이 잘생겼고 모습이 한국인 같아서 한국말로 “그냥 통과 하세요. 사이가 충분합니다.”고 제가 말했습니다. 그 말에 그 여학생이 내 뱉은 반응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자기의 할아버지 뻘 되는 저를 흘겨보면서 던진말은 “꽤 도도하네?” 이었습니다.
요사이 젊은이들의 예의가 땅에 떨어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 여학생의 말이 너무도 기대 외이었기 때문에 저는 잠시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 여학생의 얼굴을 기억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제 클라스에 등록을 하고 수업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모릅니다만 비록 그 학교의 학생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노 교수에게 “꽤 도도하네?”라는 표현은 좀 지나친 것 같았습니다.
요즈음 세상은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고 있는 것만은 획실한 것 같습니다. 한 때는 이 곳에서 방송을 하셨던 중견 방송인이 한국에서 겪었다는 경험담도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60이 넘은 그분이 경부고속도로를 정해진 속도로 운전하고 가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자동차가가 헤드라이트를 켰다 껐다 하더랍니다. 혹시 자기의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을까 해서 길가에 차를 세웠더니 20대 초반의 젊은이 둘이 다가와서 하는 말이 그를 놀라게 했습니다. “왜 그렇게 천천히 가요?” 다짜고짜 노기 찬 말투로 말했습니다. 방송인이 “내가 천천히 가다니요? 나는 정해진 속도에 따라 운전했는데” 하고 말하자 그 청년들이 인상을 쓰면서 던진 말 “이 늙은 것 때려 줄 수도 없고. 쯧쯧쯧...”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경로사상에 바탕을 둔 한국의 미풍양속이 시들어지고 있지 않는지 염려가 됩니다.
이미 의식구조가 변형된 젊은이들을 맞대고 꾸짖을 수 있는 시대는 영원히 가버린 것 같습니다. 동네를 지나가던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면 노인들 한데 호통을 받던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제가 자랄 때에는 형님들이나 아저씨 벌 되는 젊은 어른들은 담배를 피다가도 동네 노인이 지나가면 담배를 감추곤 했습니다. 노인이 지나가면 너도 나도 허리를 깊이 수그리고 정중한 인사를 했었습니다. 제가 나이든 사람이 되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장유유서”의 삼강 오륜을 비롯하여 한국적 미풍이 이젠 공염불이 되어가고 있지나 않은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는 말씀입니다.
이럴 때일 수록 버릇없는 젊은이들을 야단만 칠수는 없을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불손과 결례는 가정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고 그들이 기성 세대를 싸잡아서 경시하는 풍토를 형성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즉 그들의 눈에는 기성 세대들이 부폐를 조장시켰고 인권을 짓밞았으며 자기들에게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였는지는 모릅니다.
기성 세대들이 인격적인 면에서 자기들이 추앙할 만한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사고가 어떤 방향으로 잡혔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젊은 세대가 분명히 이해해야 할 점은 그들이 지금 정도의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기초는 기성세대가 닦아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한 정신병 환자가 자기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의 머리에 총을 대고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죽이라는 계시를 신으로부터 받았습니다. “ 그런 놀라운 말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정신과 의사는 말했습니다. “바로 그 신께서 조금 전에 나에게 계시를 주셨지요. 질환에 시달리는 당신을 축은하게 여기신 신께서 당신을 치료할 방법을 조금 전에 나에게 계시해 주셨오.” 자기를 치료하는 계시를 받았다는 의사의 말에 마음이 누구러진 환자는 권총을 의사에게 건네주고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을 맞대결하여 그들의 태도와 마음씨를 고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말씀드린 정신과 의사 처럼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줄수 있는 지혜를 기성세대들이 습득하고 연마해야 될 것 같습니다. 역시 존경과 대우는 무조건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인품과 인격으로 얻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