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을 내세워 호주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온 중국이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에 군사기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여야가 일제히 우려감을 표명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디 에이지 등 패어팩스 미디어 계열사 언론들은 일제히 “중국이 남태평양의 바누아투에 영구 군사기지를 설치하기 위해 바누아투정부와 예비협의를 진행중이다”라고 보도했다.
호주의 줄리 비숍 외무장관은 "바누아투 관리들이 중국의 공식 제안이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비공식 제안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말콤 턴불 연방 총리는 “중국이 태평양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건설한다면 이는 크게 우려할 문제”라고 경고했다 .
턴불 총리는 “태평양의 섬나라들이 바라는 것은 군사기지가 아니라 순수한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지원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턴불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경제지원을 대가로 군사기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촉발시켰다.
실제로 중국이 바누아투의 대외채무 4억4천만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관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경제지원을 대가로 군사기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노동당의 예비 외무장관 페니 웡 상원의원 역시 ABC 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누아투에 중국 군사 기지가 구축될 경우 역내 전략적 지형의 판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웡 상원의원은 "중국의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이 지역의 안보뿐만아니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호주 정부는 호주의 위상과 역내 리더십에 직격탄이 될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이 태평양에 처음으로 군사기지를 설치하게 되며, 해외군사기지로는 지난해 7월 아프리카의 지부티에 이어 2번째이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랄프 레겐바누 바누아투 외무장관은 “양국이 군사기지 건설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호주 언론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레겐바누 장관은 “중국에 대한 호주의 편집증적 망상으로 인해 호주와 바누아투 간의 우호관계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패어팩스 미디어는 “양국이 예비 협의를 통해 중국 해군함정의 바누아투 항의 상시적 정박과 더불어 연료와 물자 등의 군수물자 지원 협약 체결을 논의했고 이는 결국 군사기지로의 전환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주요 외신들은 이와 관련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 기지화하는 동시에 강군 건설을 위해 '군사굴기'를 외치는 중국의 남태평양 군사기지 구축 움직임이 향후 중국 봉쇄를 염두에 두고 추진중인 미국, 호주, 일본 등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국내 언론들도 향후 호주와 중국의 불편한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자유당 연립정부의 각료가 중국정부의 태평양 역내 국가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비방하자 중국이 호주에 대해 맹렬한 비난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사설을 통해 “호주가 오만함에 과부하가 걸린 듯 호주에 대해 매우 불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극도로 강한 톤으로 호주를 비방한 바 있다.
앞서 호주의 국제개발부 장관인 콘체타 피에라반티-웰스 상원의원은 한 언론매체와의 대담에서 “중국은 남태평양 국가들에 불필요한 건물이나 도로를 건설해주거나 불리한 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하는 등 이들 나라에 부담만 안긴다”고 사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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