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나이는 지금 큰병을 앓고 있다.
100여년의 기록을 깨버린 대홍수. 한달을 넘긴 빗줄기는 첸나이와 주변 지방 도시들을 삼켜버렸다.
주택 삼분의 일이 물에 잠기고 전기절단. 식수공급 중단, 인터넷 전화 모든 통신 두절. 도로침수. 기름고갈. 교통마비...
이에 따라서 일어나는 식량부족... 댕기열 전염병 주의령이 내려졌다.
지난 일주일은 참담했다. 특히 저지대 하천부근에 살고 있는 빈민들은 치명적인 고난을 겪고 있다.
주정부의 완전한 자력복구는 어려워 중앙정부와 인접한 주정부에서 속속들이 구원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오랫만의 외출이였다.
개천을 건너는 다리 주변의 교통이 대혼잡을 이루고 있다. 차들로 꽉 차있다. 순간적으로 긴장을 한다.
알고보니 침수된 개천주변의 움막집에서 피신나온 주민들은 바로 근처 신축공사 빌딩으로 옮겨졌고, 인근에 있는
그런대로 안정된 주민들은 일제히 먹을거리를 차에 가득싣고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줄울 따라 차례대로 음식을 받아가는 배고픈 사람들...
열심히 나누어 준 빈차는 떠나고 또 다음차가 들어오고...
그 상황은 계속 되고 있었다.
운전기사가 빨리 가자고 보챈다.
돌아오는 길에는 걷기로 했다. 그동안의 시내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었다.
이번에 위험 경계령이 내려진 Adyar{아디야르} 하천 다리 직전 주유소.
순간 멈췄다. 수많은 인파들로 가득차 있다. 일렬로 정렬된 줄은 끝이없다.
1리터짜리 식수용 프라스틱병 한개씩 움켜쥐고 있는 모습들은 첸나이의 긴박함을 알려준다. 경찰이 정리하고 있기는 했지만 질서정연한 모습에 놀랐다.
왕고~왕고~(오세요 오세요} 경찰관이 나를 부른다.
엔나웨늠~~(어떤걸 원하시죠?) 페트롤? 디젤?{휘발류?디젤?}
내가 멍청이 서 있으니 기름사러 왔는데 엄두가 나질 않아 멍청히 서있는 것으로 착각했나 보다.
나는 늦게야 알아차리고 손을 가로세로 흔들었다. 따뜻한 미소를 던져준 얼굴을 돌리면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생각에 잠겨본다.
배고픈 주민들을 그대로 볼 수 없어 부지런히 음식을 날라대는 천사들.
외국인이기에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경찰관의 특별한 배려.
주정부의 무능함이 나타나는데도 모두들 묵묵히 복구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수 많은 시민들.
대여섯 빗방울이 얼굴을 적신다.
그렇게 지겹던 빗물이 오늘따라 포근함과 신선함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첸나이에 잘 온 것인가.
점점 멀어지는 뒤쪽에서 ..
왕고~왕고~~~~~~~~~~~ 메아리쳐온다.
혼자 중얼거려 본다.
첸나이는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