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가계소득과 노동현황을 파악을 통해 정책 입안의 자료로 제시하는 올해 HILDA(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 조사 결과 지난 2009년 이래 호주인의 세후 실질소득은 눈에 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 HILDA 조사 보고서... 성별 임금격차도 ‘그대로’
호주 중앙은행(RBA)이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를 이어가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임금성장 둔화이다. 실제로 이를 보여주는 자료가 나왔다.
호주인 가정의 소득과 노동현황에 대한 연례 조사인 올해 HILDA(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 조사 결과 지난 2009년 이래 호주인의 세후 실질소득은 눈에 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멜번연구소’(Melbourne Institute)의 ‘HILDA Survey’는 호주의 가계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주요 조사 연구 중 하나로 지난 2001년 처음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매년 전국 1만7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국가 경제 및 사회 상황을 분석하고 새 정책마련을 제시하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지난 한 해 호주 가정의 중간 가처분 소득은 2016년 수준인 7만9,160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HILDA 조사에서 집계된 2016년 중간 소득 7만9,244달러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수치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득이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1.8%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03년에서 2009년 사이 호주 광산업 붐으로 29%의 상당한 실질소득 증가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으며
지니계수(Gini coefficient. 소득분배의 불평등 척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분포의 불균형도를 의미하지만 특히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는가를 평가하는데 주로 이용된다)로 측정한 소득 불평등은 2011년 HILDA조사가 시작된 이후 비교적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지니계수는 상위 1%와 다른 모든 사람들 사이의 소득불평등에 대해 주목할 만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다.
올해 HILDA 조사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로저 윌킨스(Roger Wilkins) 교수는 “최상위 소득계층의 임금이 더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남성 풀타임 일자리
축소로 불완전 고용 증가
호주의 가계소득 침체를 가져온 주요 요인은 파트타임 일자리 및 불완전 고용의 증가였다.
윌킨스 교수를 비롯한 이번 보고서 저자들은 “호주의 경우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Global Financial Crisis. GFC)의 즉각적이고 최악의 영향은 피했지만 이로 인해 회복되지 않은 노동시장의 한 전환점임을 알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2001년부터 2008년까지는 고용이 특히 증가하고 실업률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결과 18세에서 64세 사이 남성의 경우 파트타임 취업률은 10%에서 14%로 증가했다. 반면 풀타임 취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73.3%에서 지난 2016년 67%로 크게 줄었다. 18-64세 여성의 풀타임 고용 또한 GFC 이전 40%에서 다소 감소했다.
호주 통계청(ABS) 자료에 따르면 파트타임 고용은 1980년대 4%,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8% 이상 증가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또한 24세 미만의 학생들, 비영어권 출신 이민자들, 고등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이들, 독신자, 심각한 장애를 가진 이들 등 파트타임 직업을 가진 이들의 3분의 1 이상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4세 연령대의 거의 절반, 모든 연령층의 비영어권 출신 이민자들은 파트타임으로 고용되어 있으며, 이들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긱 경제’(gig economy)
종사자도 크게 감소
소위 ‘긱 경제’(gig economy.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 HILDA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 중 하나이다. 최소한 2016년까지, 자영업 비율은 2000년대 들어 크게 감소했다.
지난 2001년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의 10%가 홀로 일하는 자영업이었으며 7.5% 이상은 자영업이되 다른 이를 고용해 일하는 형태였다. 15년이 지난 2016년, 이 수치는 각각 8.5%, 5%를 약간 상회할 만큼 감소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이에 대해 독립된 노동자 활용이 증가하고 스몰비즈니스는 고용 성장의 동력이 되지 못한다는 두 가지 예상이 빗나갔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이번 힐다 조사 결과는 ‘긱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경우, 향후 자영업 형태를 변경하거나(택시산업처럼) 부업(second jobs)을 하는 비율이 증가하게 될 것임을 예견하는 증거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자들은 “이 같은 방식의 일자리가 쇠퇴한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가장 큰 이유는 거대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 세계화(globalisation)와 기술 변화”라고 설명했다.
고등교육도 남녀간
임금격차 줄이지 못해
이번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16년까지 지난 15년 사이, 여성의 대학교육 이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01년, 25-64세 사이의 취업 인구 중 대학 학위를 가진 이들은 남녀 각 22.6%였다. 15년이 지난 2016년, 이 수치는 남성 31.1%, 여성은 35.7%로 크게 늘어났다.
석사 및 박사 학위를 가진 이들의 비율도 2001년 남성 4.2%, 여성 2.4%에서 2016년 남녀 각 8.5%, 7.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직장을 가진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진 반면 직장 내 성별 임금격차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2001년에서 2016년 사이 풀타임 고용자의 주별 임금은 남성 23%, 여성 22%가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고학력 여성 직장인 비율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성별 임금격차가 결코 좁혀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 지난 15년 사이 호주 가정의 실질 가처분 소득
(연도 : Average income / Median income)
-2001년 : $69,495 / $60,080
-2002년 : $70,574 / $61,312
-2003년 : $70,474 / $61,226
-2004년 : $72,871 / $63,219
-2005년 : $76,629 / $67,416
-2006년 : $80,354 / $69,270
-2007년 : $84,193 / $72,918
-2008년 : $86,764 / $75,317
-2009년 : $89,068 / $79,160
-2010년 : $89,256 / $76,740
-2011년 : $89,806 / $75,700
-2012년 : $90,671 / $78,550
-2013년 : $91,925 / $78,146
-2014년 : $92,050 / $78,829
-2015년 : $91,280 / $77,807
-2016년 : $91,236 / $79,244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