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2015년 미스 카자흐스탄 결선대회가 끝났습니다. 지난 11월 예선을 거쳐 각 도시를 대표하는 미인들이 수도 아스타나에서 미모를 겨루었는데 여왕의 자리는 카스피해의 석유 도시 악타우 출신의 17세 알리아 메르겜바예바(Алия Мергенбаева)가 차지하였습니다. 알리아는 현장 투표보다는 온라인 및 SMS에서 대거 표를 얻었으며 상금으로 5백만 텐게(약 1,900만원)을 받고 미스 유니버시아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우승한 알리야는 전형적인 카자흐스탄 미인입니다. 옆으로 동그랗게 말린 큰 눈, 몽골리안의 특징인 모나지 않는 광대뺴, 두툼하고 섹시한 입술, 그리고 검고 긴 머리를 가진 아가씨입니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이번 미인 대회에 러시아, 타타르, 위구르 등 다양한 민족의 아가씨들도 출연하였습니다. 아마 한국 사람이 투표를 했다면 알리야보다는 러시아 아가씨를 더 선호하였을 것입니다.
유목민족인 카자흐스탄인들이 바라보는 미인은 러시아 기준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러시아 미인은 키가 크고 우월한 롱다리를 바탕으로 짙은 쌍꺼풀로 감싼 큰 눈, 오뚝한 코, 주먹만한 얼굴에다가 부드러운 금발을 갖고 있습니다. 조금 거리를 두고 러시아 여자를 바라본다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얼굴의 개성이 강하고 눈이 크기 때문에 뚜렷한 인상을 주고, 다리가 길고 상체가 짧은 몸매의 비율이 예술적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미인은 이런 의미에서 살림하는 주부보다는 고상한 공주에 가깝습니다. 당장 내일 먹을 것을 찾아 떠나야 하는 유목민들인 카자흐스탄 사람들하고는 어울리지 않지요.
유목민이 생각하는 미인상은 공주과보다는 가정을 지키고 거친 야외 활동을 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는 어머니과입니다. 사람들의 인상은 눈매에서 결정 납니다. 러시아 여인들은 길고 두꺼운 눈꺼풀이 감싸고 있는 짚고 푸른색의 눈동자를 갖고 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고 가까이 다가서기에는 두렵기조차 합니다. 경외해야 할 여신이지 내 여자라는 느낌을 받기 힘듭니다. 반면 카자흐스탄 여인들은 한국인과 같은 시베리아 몽골족 계열로 얇은 눈꺼풀, 깊지 않는 쌍꺼풀, 그리고 옆으로 약간 찢어진 눈매에다 검거나 갈색의 눈동자를 갖고 있습니다. 약간 돌출된 광대뺴와 이 눈매가 만나면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금방 조리된 뜨거운 음식이라도 내어올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가면 김태희가 밭 갈고 한가인이 김 맨다는 농담이 오래전부터 유행하였습니다. 실제 몇 년전에는 이 지역 여자들과의 국제결혼이 유행하였습니다. 한국인들이 구소련 지역 여성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서구의 백인 미인상이 전 세계적인 미인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시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소련 지역 여성들은 러시아와 소련 제국이 지배한 지난 2백 년 동안 다문화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타타르, 벨라루스 등 서구 민족들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프카즈 등 아시아 민족들이 서로 좋아서 결혼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장애가 없었습니다.
특히 2차세계 대전을 전후로 스탈린의 강제이주의 정착지로 결정된 중앙아시아는 인종의 용광로였습니다. 인종에 대한 종교적, 사회적 차별이 없고 사회주의 체제상 부모의 경제적 영향이 없다보니 민족이 달라도 같은 지역, 같은 학교의 젊은이들이 쉽게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연인들은 학교만 졸업하여도 국가가 직장과 아파트를 제공하였기 때문입니다. 사랑만 있으면 인종적 차이나 경제력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앙아시아에서 약간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들은 혼혈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때 대한민국의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우즈베키스탄 미인 자밀라도 아버지가 우즈베키스탄인, 어머니가 러시아계였습니다.
게다가 사회주의가 잘 돌아가던 시기의 구소련 지역의 탁아 및 학교 시스템은 유아 및 학생에 대한 급식이 남달랐습니다. 국가는 탁아소와 학교 급식에 무상으로 우유와 유제품, 고기, 신선한 과일을 빠지지 않고 제공하였습니다. 당시 학교에 가면 아침과 점심 중간에 간식, 고기가 반드시 나오는 점심, 2-3시 경에는 간단한 빵을 제공하였다고 합니다. 집에서 먹는 아침과 저녁을 합치면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 셈이었습니다. 이러한 풍부하고 균형 잡힌 급식 시스템으로 구소련 지역 여성들은 한국 여성보다 키가 크고 여성적인 성징이 뚜렷합니다.
한국에서는 안 좋은 의미로 된장녀,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자주 거론됩니다. 외모지상주의, 결혼을 사회적 신분 이동 수단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구소련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다 평등하다는 사회주의 영향력이 남아 있고 한국처럼 돈만 우선시하는 천민자본주의로 덜 오염된 탓도 있지만 사랑과 가족의 가치를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스 카자흐스탄 2015에 출연한 미인들의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 출연자들의 꿈이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과 가족을 위해서라면 한국에서 그토록 중요시하는 자신의 캐리어를 희생할 수 있다고 하네요. 17세의 새로운 여왕 알리아 메르겜바예바는 수상식에서 자신의 평범한 남친에 대한 사랑을 공개적으로 선언하였습니다. 윤성학(본지 객원논설위원/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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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TimesTex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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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_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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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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