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과 같은 반열에 올라선 거북이’
베트남의 독립을 상징하는 거대 거북이가 북한의 김일성, 소련의 레닌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 베트남 정부가 2016년 사망한 거북이를 미라로 만들어 전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이 거북이는 ‘공산주의 엘리트 그룹’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전직 지도자들을 방부 처리해 보존하는 전통이 있다. 전임 지도자를 우상화하고 현 권력자의권력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레닌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비롯해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 등이 미라로 만들어졌다.
20일 뉴욕타임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16년 사망한 거북이를 미라로 만들어 3월 중순부터 전시 중이다. 이 거북이는 수도 하노이에 있는 호안끼엠 호수의 ‘거북이 사당’에 말 그대로 모셔졌다. 화려하게 조각된 나무 전시대 위 레드카펫을 깔고 앉은 거북이는 유리 케이스 속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관람객 트랜 티 안 씨는 “하노이의 상징인 거북이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이제 모두가 그를 우러를 수 있게 됐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 거북이가 베트남인들의 우러름을 받는 데는 베트남의 역사적 배경이 작용했다. 베트남 전설에 따르면 15세기 베트남의 민족 영웅은 호안끼엠 호수의 거북이에게 마법의 검을 빌려 당시 베트남을 지배하던 중국을 몰아낸다. 영웅은 다시 호수를 찾아 거북이에게 검을 돌려주고 호수는 ‘검을 돌려주다’는 의미의 ‘호안끼엠’으로 불린다. 이 호수에서 살다 발견된 거대 거북이는 전설 속 거북이의 현신(現身)으로 베트남인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졌다. 평범한 거북이가 국가의 독립을 상징하게 된 이유다.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