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9주간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1월 15일부터 2개월간 프랑스 전역을 순회하며 대국민 토론을 벌인다. 새해 들어 다시 불붙은 노란 조끼 시위를 진정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오후 노르망디 지방 그랑 부르그데룰드에서 인근 지방자치단체장 600여명과 함께 사회적 대토론의 서막을 열었다.
예상했던 대로 주요 주제는 파리 등 대도시와 소도시의 격차였다. 지방의 열악한 경제 상황과 유류세 인상으로 인한 농민들의 부담은 ‘노란 조끼’ 시위의 주요 원인이었다. 일부 시장들은 중앙 정부의 지원이 적어 점차 도농간 생활 수준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500명의 소도시 이빌의 장폴 르장드르 시장은 “우리는 B급 프랑스인인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마크롱도 “지역 공직자들에게 소외감과 국가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런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대토론은 최악의 지지율로 위기를 맞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민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프랑스가 당면한 문제를 자유롭게 토론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이 대국민 서한에서 마크롱은 ▶어떤 세금부터 먼저 줄여야 하는지 ▶우선으로 폐지할 공공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주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하는지 ▶행정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하진 않은지 등 4가지 테마 아래 33개의 질문을 토론 주제로 제시했다.
‘토론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 국가공공토론위원회 주도로 국민 대토론을 열어 의견을 수렴한다. 1988년 프랑수아 미테랑, 2012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방식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마크롱의 도전이 실효를 거둘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마크롱은 “금지된 주제는 없다”면서도 민감한 사안인 사형제 부활, 낙태 금지, 난민 인정 제도 폐지 등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독사-덴츠사의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32%가 사회적 토론에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70%는 “이번 토론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