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활동하는 한인들 중에는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가로서 두각을 나타내는 숨은 보석들이 많다.
2007년부터 10여년 넘게 89갤러리를 운영해 오고 있는 안은희 관장도 그중 한 명이다. 갤러리스트 외에도 영화 수출, 영상 기획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최근, 그와 협업자인 질 바스티아넬리가 제작한 “장벽은 곧 붕괴할 것이다”는 영상은 여러 해 동안 프랑스에 살며 작업하고 있는 국제적 독일 화가인 피타 끌라젠(Peter Klasen)의 세계를 담고 있다.
파리에서 불어로 촬영된 4분 짜리 이 여상은 피터 끌라젠(Peter Klasen)이 2018년 10월 서울 포스코 미술관에 전시할 때 상영되었고, 영상 첫 부분에 독일의 통일과 철의 장막 끝의 상징이 된 스콜피온즈(Scorpions) 그룹의 노래 ‘변화의 바람(Wind Of Change)’과 같이, 이 때 서울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 특별한 상징적인 노래로 시작되는 이 영상물은 베를린 장벽의 철폐 30주년을 기념하기도 한다.
11월 8일 18시, 89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신근수 작가 출판기념회 및 소장전’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 이 영상물을 작업하게된 동기는?
20여 년 간 영화 관련 일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다큐, 만화, 극영화 등 관련 일을 하며 영상의 놀라운 힘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화랑을 운영하며 작가의 내면, 조형세계를 보여주는데 몇 분 동안의 영상이 대중에게 훨씬 이해가 빠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제작 협력자인 큐레이터 질 바스티아넬리 씨는 다큐 감독이기도 합니다. 공동 작업을 통하여 여러 작가들의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전시 카타로그도 디지털화하여 영상물을 어디서나 아무 때나 스마트폰이나 테블릿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파리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1997년 이대 졸업 후, Cite international universitaire 에서 유학을 시작했습니다. 파리는 예술에 대한 저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게 되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기숙사 이웃이었던 황용엽 작가님의 조언에 힘입어 Ecole du Louvre에서 예술사를 전공했습니다.
- 에꼴뒤 루브르 졸업 후에는 어떤 활동을?
“20여 년 간 영화판권 사업을 하면서 프랑스 영화를 한국에 직수출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일본을 통한 우회 수출이었죠. 소피 마르소 출연 영화들, 유명감독 쟝 르누아르, 고다르, 멜빌, 르네 끌레망, 펠리니, 라르 본 트리에 작품을 한국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영화시장 판도가 인터넷으로 바뀌는 싯점인 2007년에 89갤러리를 열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한국-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을 다수 전시했습니다. 지금은 프랑스 작가를 한국에 소개하는 한편 한국 작가들을 유럽-미국에 진출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 갤러리를 운영해오시면서 보람은?
요즘 페미니즘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여성작가 정진아, 최주영의 세계무대 진출 계기가 된 전시회가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2016년 54명의 외국작가들이 한국 기업의 재단에 작품들을 기증하게 하여 한국 ‘올림픽 미술관’-’양평 미술관’에서 ‘프랑스 54 작가’ 전시회를 개최하고, 기증한 해당 작가들을 한국에 초청한 것입니다. 88올림픽 때 세계에서 가장 큰 조각 공원을 세운 제라르 슈리게라(Gérard Xuriguera)씨의 도움이 컸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세상에 하나뿐인 주옥같은 작품, 예술가들을 위한 화랑을 파리에서 운영한다는 것에 보람과 행복, 그리고 감사를 느낍니다.
지금은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Pierre Marie Brisson(삐에르 마리 브리쏭)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12월 5일~15일) 뉴욕에서 지난 30여 년 간 왕성한 활동을 하며 인정을 받은 이 작가의 주제는 자연생태계에 대한 예술적 반응입니다. 이 전시회를 위해 프랑스인 큐레이터 Gilles Bastanelli(질 바스티아넬리) 씨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그림과 음악 그리고 출판기념회
기간 : 2019년 11월 8일 ~ 11월 17일 (14h~19h)
(오프닝 : 11월 8일 18h)
장소 : 89갤러리 /
89 Ave. Daumesnil 75012 Paris
【프랑스(파리)=한위클리】신근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