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호주 당국도 비상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국내 감염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모리슨(Scott Morrison) 정부의 바이러스 대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고 당국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폐쇄된 중국 우한(Wuhan)의 한 도로 통제소.
사진: ABC 방송 ‘4 Corners’의 한 장면(BBC 뉴스 화면 인용)
‘세계적 전염병’ 선포 앞둔 COVID-19 상황, 그 대응은?
모리슨 정부, 비상대책 착수...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 없다” 당부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빠르게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고 있다. 지난 달 중순을 지나며 일부 국가에서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숫자가 급격히 증가, 국가별 긴장의 수준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러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질병을 왜 아직도 ‘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선포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바이러스 전문가인 이안 맥케이(Ian Mackay) 교수는 “이 같은 의문이 일고 있음은, 우리(호주)가 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면서 “(비록) WHO가 아직 이를 선포하고 싶지 않다 해도 우리는 이 질병이 ‘전 세계적 전염병’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염병이 ‘전 세계적 전염병’이 분명하며 유엔 기구가 이를 선포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맥케이 교수의 의견이다.
중국 우한(Wuhan)에서 시작하여 감염자 및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각국이 중국으로의 (사실상의) 여행금지 경고를 발령하고 검역조치를 강화,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이제는 60여 국가들에서 감염자가 나오고 있으며, 중국 외에 이란, 일본, 한국, 이탈리아 등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호주에서도 지난 주말 퍼스에서 첫 사망 사례가 나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COVID-19는 이전의 바이러스에 비해 전염성이 더욱 강해 이를 봉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 ‘세계적 전염병’ 선포는 언제쯤 나오나= 현재 WHO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새로운 질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 달 ‘전 세계 보건 긴급상황’(global health emergency)를 선포한 WHO는 그러나 아직(3월 3일 현재) ‘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확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은 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맞지 않으며, 다만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does not fit the facts but may certainly cause fear)는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중동, 동아시아에서 감염 확진자 숫자가 증가하고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 바이러스에 대한 WHO의 정의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연방 보건부 최고 의료 책임자인 브렌단 머피(Brendan Murphy) 박사는 지난 달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와 함께 한 미디어 브리핑(1월 25일)에서 “현재 호주에서는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고 있지만, 만약 ‘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선포된다면 우리는 이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머피 박사는 “호주 보건 시스템의 전 부문에서 대비 계획을 진행 중”이라 밝히며 “향후 악화되는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언제쯤 ‘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선언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 상황 악화를 고려, 각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전문가들은 COVID-19의 빠른 확산에 대해 “지금 필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라고 말한다.
맥케이 교수는 “식료품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 의약품을 비롯해 2주 정도 분량의 통조림이나 파스타 종류, 섬유질과 탄수화물, 단백질을 제공하는 필수식품이 충분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이 있는 경우 이들에게 먹이는 건조사료, 벼룩치료 약품을 준비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맥케이 교수는 이어 “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황상태가 되어 음식물을 사재기(panic-buying)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평소처럼 쇼핑을 할 때 추가로 일부를 더 구매하여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멜번(Melbourn) 소재 감염 및 면역연구소 ‘Doherty Institute for Infection and Immunity’의 최고 책임자 샤론 르윈(Sharon Lewin) 박사는 각 개인이 대비하는 또 하나로 “다가오는 독감 시즌 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COVID-19는 이전의 바이러스에 비해 덜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 가운데 발생한 사망자 비율을 보면 2003년도 ‘SARS’의 경우 10%정도인데 비해 코로나 비이러스 사망 비율은 3% 수준이다. 사진은 COVID-19에 대해 설명하는 멜번(Melbourn) ‘Doherty Institute’ 최고 책임자 샤론 르윈(Sharon Lewin) 박사. 사진: ABC 방송 ‘4 Corners’ 화면 캡쳐.
연방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비상대응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호주 국내 바이러스 상황을 설명하는 보건부 최고 의료 책임자 브렌단 머피(Brendan Murphy) 박사. 그는 현재 호주의 COVID-19 위험 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경계를 당부했다. 사진: ABC 뉴스 화면 캡쳐
▲ 현재 연방 정부의 대응은= 중국 우한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자 연방 보건부 그렉 헌트(Greg Hunt) 장관은 지난 1월 21일(화), 이를 ‘잠재적 전염병’(disease of pandemic potential)으로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국가 차원의 ‘사고대책센터’(National Incident Response Centre) 가동, △국가 의료 비축품 가운데 마스크 및 기타 의료장비 방출, △의료지원팀인 ‘AUSMAT’(the Australian Medical Assistance Team) 가동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 지원팀은 중국 당국이 도시 자체를 격리한 우한(Wuhan) 체류 호주 국민들을 대피시키고자 호주가 보낸 항공편으로 이들을 후송하는 첫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월 18일(화),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보건부문 비상대응 계획’(Health Sector Emergency Response Plan)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감염 확산에 대응해 개개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대규모의 모임 취소 △(가능한) 재택근무를 당부했으며, 의료기관과 관련해서는 △집중치료를 위한 병상 확보 및 감염 환자 증가에 대처할 수 있는 병원의 역량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연방 정부의 비상대응 계획 하에 각 주 및 테리토리 정부는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공공 보건팀 운영, △감염된 사람이 접촉했던 이들을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는 ‘접촉자 추적 조사’(contact tracing), △항바이러스 약품의 유통 조율 △개인이나 집단의 접촉을 차단하는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ing) 조치(여기에는 임시 휴교, 일시작인 작업장 폐쇄, 검역, 이벤트 취소, 대중교통 제한 등이 포함된다), △감염자 간병 가이드라인-안전한 건강관리-의료수준 구현 등을 맡게 된다.
각 주 및 테리토리 정부는 또한 △노인 요양시설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공공시설 이용자의 안전을 도모하고, △감염자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시설의 역학조사 및 관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 COVID-19 감염자 사망률은= 현재까지 중국 본토 이외 국가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대부분은 가벼운 형태의 질병 증세를 보였다. 맥케이 교수도 “감염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심각한 상황까지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예측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난 2003년 3월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해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으로 확산됐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와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이지만, 아직까지는 이보다 덜 치명적이다.
COVID-19로 인한 사망자는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현재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대비 사망률을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률은 3% 정도인 반면 사스 사망자는 약 10%에 달했다. 이는 COVID-19에 감염된다 해도 많은 환자들이 견뎌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반면 인플루엔자와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의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나 백신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고령자나 이미 다른 건강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방심은 금물”이라며 “자주 손을 씻는 등 개인위생 수칙을 따르고 또한 공공보건 당국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사진: 영국 가디언). 승객과 승무원 3700명이 승선한 이 선박은 승객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며 2월 1달 동안 부두 접안이 허락되지 않은 채 격리됐었다. 소수의 감염자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일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잘못된 대응으로 일관해오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사태를 키워 확진자 숫자가 700명을 넘겼다. 호주의 첫 사망자도 '바이러스 배양접시'가 돼버린 유람선에서 호주로 이송돼온 환자였다.
▲ 지나치게 우려할 일 아니다= 모리슨 총리는 “(사실상의) 중국 여행 금지, 당국의 검역 조치가 (국내 감염 차단에) 매우 효과적이었다”며 “국민들은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이어가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주에서는 3월 5일(목) 오전 6:30 현재까지 41명의 감염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이중 15명은 중국 우한에 체류하다 돌아온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10명은 일본에 있는 다이아몬드프린세스 유람선에서 호주로 후송되어 왔고, 10명은 이란 여행과 직간접 관련이 있으며, 4명은 싱가포르와 아랍 에미리트, 일본, 한국을 여행한 사람들이며, 2명의 의료관계자만 위험지역에 대한 여행과 관련이 없다고 밝혀졌다. 모든 확진자들중 21명의 감염자가 회복되었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와 연관이 있는 1명의 서부호주 퍼스 남성이 사망했으며, 남은 이들은 경과를 확인하고 있는 수준인데 대부분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들은 모두 증상을 보인 상태에서 격리 조치되어 국내 감염 위험은 크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한 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똑 같은 바이러스를 배양해 낸 ‘Doherty Institute’ 최고 책임자인 샤론 르윈 박사는 “호주 당국이 이 바이러스에 훌륭히 대처하고 있다”고 평했다.
“호주는 섬이지만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립된 것이 아니기에 바이러스 발병 국가들로부터 ‘완전 격리’를 실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르윈 교수는 “호주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확산의) 억제 단계(containment phase)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료 전문가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매우 세심하게 고려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르윈 박사는 “호주에서 주요 전염병 대응으로 학생들을 위한 임시 휴교, 대규모 행사 취소 등의 조치가 실행된 적은 없다”며 “이런 조치는 연방 및 각 주 정부 보건 당국의 결정 사항이지만, 아직까지 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다만 보건 당국의 경계는 보다 신중하다. 연방 보건부 최고 의료 책임자인 브렌단 머피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매우 많다”면서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매일 발생되는 상황을 평가하는 것 외에는 그 이후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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