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필드(Fairfield) 소재 자택에서 경찰의 급습을 받고 체포된 모함마드 키아드(Mohammad Kiad)와 오마르 알-쿠토비(Omar al-Kutabi). 경찰은 이들의 집에서 무기와 ‘오늘’(10일) 테러를 감행할 것을 맹세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압수했다.
자생적 극단주의자... 정보국 ‘용의 리스트’에도 없던 인물
테러 관련 전문가들, “드러나지 않은 ‘Lone Wolf’ 우려”
금주 화요일(10일) 테러 시도 혐의로 페어필드(Fairfield) 소재 가정집에서 경찰의 급습을 받고 두 명의 남성이 체포,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체포된 2명은 경찰의 위험인물 리스트 또는 정보당국의 감시 대상에 없었던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금주 목요일(1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화, 10일) 오후 3시경 스미스필드(Smithfield) 지역의 한 생활용품점에서 사냥용 칼을 구입한 오마르 알-쿠토비(Omar Al-Kutobi. 24)와 모함마드 키아드(Mohammad Kiad. 25)가 이날 밤 IS(Islamic State) 형태의 테러를 일으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의 테러 시도를 접한 경찰은 이들이 칼을 구입한 몇 시간 뒤 페어필드 소재 한 그래니 플랫(일반 주택의 뒷 정원에 지은 작은 주거용 공간)을 급습, 이들을 체포했으며 또한 사냥용 칼은 물론 마체테(machete. 날이 넓고 무거운 칼로 무기로도 사용), 직접 만든 IS 기(旗), 알-쿠토비가 아랍어로 테러공격을 할 것임을 맹세하는 동영상 등을 압수했다.
동영상에서 알-쿠토비는 양손에 무기를 들고 검은 색 깔개 위에 무릎을 꿇은 모습으로 나온다.
이번 사건을 보고 받은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수상은 수요일(11일), “이는 IS의 자살테러를 모방한, 호주에 대한 테러 공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상은 “이는 심각하고 두려운 일”이라며 “근래 중동 지역에서 발생된 수차례의 테러에서처럼 이제 ‘자살테러’가 호주는 물론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전문가들은 “이들과 같은 ‘외톨이 늑대’(lone wolf.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들의 경우 테러 감지가 불가능하고 경찰이나 정보기관 또한 제보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테러 방지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두 용의자 검거는 운이 좋았지만 이런 행운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NSW 경찰청의 캐서린 번(Catherine Burn) 부국장은 “이번 사건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우려해야 하는 일”이라고 진단하며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테러의) 위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번에 체포된 용의자 중 알-쿠토비는 이란 출신으로 현재 간호학을 공부하는 학생인 것으로, 키아드는 쿠웨이트 이민자로 이삿짐 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웃에 거주하는 친구 사이로, 주변에 따르면 친절하고 조용하며 종교에 대해 개방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마이클이라고만 밝힌 한 이웃은 이들에 대해 “하루에 여러 차례 기도를 하는 착실한 젊은이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찰의 대대적인 테러 용의자 급습, 지난해 12월의 린트 카페 인질 사건 등이 이들에게 심적 변화를 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마이클씨는 이어 “얼마 전부터 키아드가 수염을 손질하고 또 머리에 반다나(bandanna. 무슬림들이 머리에 두르는 두건)을 쓰고는 ‘TV에서 본 IS 대원들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웃인 로베르토 마카탕가이(Roberto Macatangay)씨는 “이슬람이 아닌 종교인들에게도 친절했던 반면 최근 몇 달 사이 이들은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체포된 후 다음 날인 수요일(11일) 페어필드 지방법원에 출두한 이들은 보석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은 테러 기도 혐의로 기소됐으며, 연방 검찰청의 마이클 알넛(Michael Allnut) 검사는 페어팩스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테러 기도는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집에서 경찰이 압수한 동영상에는 이들의 테러 목표나 장소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단지 ‘오늘’이라고만 나와 있다.
NSW 경찰청의 번(Catherine Burn) 부청장은 테러 의도는 명확하고 행동방식도 IS의 지침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이들이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또는 누군가를 살해할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전 세계 이슬람 젊은이들에게 최소한의 계획과 준비(대대적인 계획을 세워 테러를 준비할 경우 노출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로 ‘외톨이 늑대’ 스타일의 테러를 감행할 것을 촉구하는 IS 테러조직의 전략에도 새로운 자극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멜번 소재 모나시 대학교(Monash University)의 테러 전문가 그렉 바튼(Greg Barton) 교수는 이런 ‘외톨이 늑대’가 자생적으로 폭넓게 생겨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매우 걱정스런 전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미 알려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과 연계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스스로 과격 이슬람이 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 바튼 교수는 이들 스스로 IS 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들었다.
바튼 교수는 이어 “지역사회의 테러 제보가 경찰에게는 결정적인 정보가 되고 있지만 테러를 저지하는 데 있어 무작위 제보에 의존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